한국일보

피부색에 대한 편견- 피부색에 대한 편견

2008-04-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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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거리 한 모퉁이에 한 풍선장수가 있었다. 그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질 때마다 그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빨간 풍선, 파란 풍선, 노란 풍선 등 여러 가지 색의 풍선을 차례차례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오랫동안 쭉 지켜보고 있던 한 흑인 소년이 그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 까만 풍선도 하늘을 날 수 있나요?” 이 말은 들은 그는 “아, 이 아이가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에 열등의식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암, 그렇고말고. 풍선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풍선의 색깔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공기 때문이지” 그리곤 까만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자 그것을 본 그 흑인 소년은 자신의 피부 색깔에 대한 열등의식을 극복하게 되었고, 또 그로 인해서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겉모습보다는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데 피부색에 대한 편견도 그 하나이다. 우리가 어려서 쓰던 크레파스 색들 중에는 ‘살색’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허나 흑인도 이것을 살색이라고 할까? 백인이나 다른 인종들은 또 어떨까? 헌데 근래 한국에서 이 살색의 명칭을 ‘살구색’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로 그렇게 되었다는데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이제 이 검은 살색의 돌풍이 연출되고 있는 지금 미국의 현실이 우연만은 아니라 보인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오바마. 올해의 대선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흥미를 느끼게 할 정도다. 모르긴 몰라도 링컨의 노예해방 운동 이후 가장 큰 역사적 전환기가 아닌가 싶다. 여성이나 흑인 둘 다 억압된 권리의 희생자들이 아니었던가. 케냐 출신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인종차별을 느껴야만 했고,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한때 방황하기도 해서 스스로 ‘술과 담배, 그리고 마약에 빠져들었다’고도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수상록인 ‘희망의 대담함’에서 ‘이런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건국의 이념과 이상을 공유하는 하나의 미국인’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링컨이 ‘변화의 약속’을 내걸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던 곳, 그리고 역사적 연설을 했으며 암살된 뒤 묻힌 곳인 일리노이즈 스프링필드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연설에서 그는 ‘우리는 링컨으로부터 인종과 종교, 신분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배웠다’고 역설하며 링컨이 노예와 자유인을 통합했듯이 흑인과 백인을 하나로 묶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흑인 케네디라는 인상을 갖게 하는 그가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1961년에 태어난 것도 과연 우연일는지.

새해가 되면 그 한해를 상징하는 색을 발표하는 팬톤 색 연구소는 올해의 색으로 ‘블루아이리스’를 선정했다. 파란색과 보라색이 혼합된 이 색은 신뢰성과 강한 영적 탐구의 성격을 가고 있어서 희망과 열망을 충족시킨다는 이유였다. 지난해의 색은 복잡성과 인종적 성향을 암시하는 ‘칠리페퍼 빨간색’이었었는데 아마도 올해의 상징적 색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검은 색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인종과 복합성을 하나로 아우르고 신뢰의 회복을 통한 영적 통합이야말로 하나가 되는 길의 희망이요 우리의 열망이 아닌가 해서 말이다. 검은 풍선을 들은 그 소년이 바로 오바마가 아니었을까? 색 중에 검은 색이야말로 정말 품위 있고 우아하지 않은가.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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