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핫 부틱을 찾아서 프라다 에피센터

2008-04-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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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부틱을 찾아서  프라다 에피센터

로데오 드라이브를 마주한 베벌리힐스 프라다 에피센터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오픈된 공간이 특징이다

핫 부틱을 찾아서  프라다 에피센터

2008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미우치아 프라다가 선보인 자연을 닮은 옷.

“아름답게 소박하고 소박하게 아름답다”

건축가 램 쿨하스와 아티스트 제임스 진이 공동 아트웨어 출시유행 옷이 아닌 두고두고 입을 라이프 자체의 패션화를 추구

베벌리힐스 로데오 드라이브를 걷다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부틱이 있다. 명품 브랜드 매장 ‘프라다 에피센터’(Prada Epicenter)이다.

로데오 거리를 마주한 프라다 부틱은 간판도 없고 입구도 없다. 행인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오픈한 매장이다. 핸드백과 구두, 마네킹 모두 계단 위나 나무 박스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것 같다. 바닥 군데군데 유리창이 설치돼 있어 아래층의 마네킹이 보이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일상을 명품화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으로 2004년 여름 오픈한 인위적인 자연스러움이 있는 공간, 유명 건축가 램 쿨하스의 부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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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제임스 진의 그림을 그대로 옮긴 프라다 백.

그런데 요즘 프라다 에피센터가 알록달록한 식물 줄기 사이로 봄 향기를 머금은 만화들로 가득하다. “패션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온 미우치아 프라다가 2008년 봄/여름 시즌을 겨냥해 아티스트 제임스 진과 공동으로 아트 웨어를 출시하고 아예 구두상자까지 아트 작품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단편 애니메이션 ‘트렘블드 블라섬’(Trembled Blossoms·꽃 봉우리들의 떨림)의 시사회를 매장에서 가졌는데, 프라다 에피센터 중앙의 넓은 계단이 노천극장 분위기를 냈다고 한다.

20세기 초 새로움에 대한 강한 지적 호기심과 열정, 독창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던 미우치아 프라다는 무엇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독특한 프라다 패션을 열어가고 있다. ‘아름답게 소박하고, 소박하게 아름답다’는 프라다의 패션철학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품화하지 않고 여성스럽게 보이는 패션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예술에 대한 존중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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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상자에도 예술을 접목시킨 프라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책 제목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프라다는 유행에는 관심이 없다. 한순간 유행으로 그치고 마는 옷이 아니라 사람들이 두고두고 편하게 입을 옷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에 ‘악마’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패션계의 힘 그 자체인 그녀가 프라다를 입지 않았을까.

패션만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시대는 갔다. 집, 주위환경, 그리고 생활패턴을 모두 고려해야만 한 사람을 제대로 얘기할 수 있다. 라이프 자체가 패션이 되고 예술이 되는 것. 프라다가 추구하는 바이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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