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당신이 알콜 중독자

2008-04-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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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중독자라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더러운 누더기에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다 아무렇게나 거리에서 쓰러져 자는 사람의 모습이다. 정말 이런 사람만 알콜 중독자일까?

한국 사람들의 술에 대한 관용적 태도는 유명하다. 술을 과다하게 마시는 것이 큰 흉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술을 잘 마시는 것이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인식 때문이다. 대인관계를 잘하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잘 이루기 위해서는 술을 마셔야 한다.


기쁜 일이 있어도 술, 슬프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더욱 술을 마셔야 한다. 이러다 보니 한국 사람들에게 알콜 중독자라는 말은 완전히 폐인이 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이런 술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에 너무나 많은 알콜 중독자들이 그저 술을 좋아하는 사람, 비즈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사람, 주사가 좀 있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이다. 그 알콜 중독자 때문에 속을 끊이고, 고통당하는 가족들이 엄청 많은데도 말이다.

당신은 알콜 중독자인가?

생활에서 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골치 아픈 일을 회피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가, 그러면 해방감을 느끼는가? 술이 취하면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종종 기억이 끊어지는 현상을 경험하는가? 술 외에 다른 일엔 흥미가 없고 타인과의 교제를 싫어하며, 성적 욕구가 감퇴되고 공연히 질투를 하며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가? 좀 덜 마셔야지 하면서도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자신이 조절할 수 없게 되는가? 술 마시는 것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경제적 손실이 생기고, 배우자와 끊임없는 다툼이 일어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알콜 중독자이다.

알콜 중독자에게 큰 문제가 또 하나 있다. 자신의 음주습관이 아무런 장애를 가져오지 않는다며 자신의 중독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술에 대한 자기통제 능력이 상실됐음에도 ‘옆 사람이 자꾸 권하니 할 수 없이’라는 식의 여러 말로 합리화한다.

알콜 중독자 때문에 가장 많이 고통 받는 사람들은 가족들이다. 가족들이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알콜 중독은 치료받아야 할 병이라는 것이다. 술 마시는 행동을 단순히 애주가나 성격이 그렇다는 식으로 관대하게 생각하고 조금 참으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알콜 중독을 방관하는 행동이다.

또 어떤 배우자는 ‘내가 이런 사람과 살아간다’는 식의 자조적이면서도 왜곡된 우월의식을 가지며 무의식적으로 술을 더 마시도록 유도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알콜 중독은 ‘가족의 병’이고, 가족들이 먼저 중독된 사람의 병을 인정하고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많은 경우, 가족의 구성원이 그 중독의 원인을 안고 있기도 하고, 중독자의 치료과정에 방해 요인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가족치료 없이 중독자만 치료하면 다시 재발하기 때문이다.

중독의 단어, addiction이라는 말은 ‘양도’ ‘굴복하는 것’ ‘잡혀서 감금되거나 노예된 사람’이라는 뜻이다. 알콜의 지배력은 모든 논리나 이성을 능가한다. 따라서 알콜 중독의 치료는 문제에 대한 정직한 인식과 자신이 스스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 치료를 위해 전문적 도움을 받아야한다는 시인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가정에 깊이 숨겨져 있는 알콜 중독의 문제를 대면하고 건강한 가정을 회복하도록 하자.
(213)500-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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