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뿌리의 상처

2008-04-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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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없는 식물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뿌리는 없지만 근본이 있게 마련입니다. 저의 부모님은 평생을 농사 지으며 살아오신 덕분에 어려서부터 식물의 세계를 가까이서 접하며 볼 수가 있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부터 시작된 부족한 농사 인생 또한 20여년이 되어갑니다. 농사하면서 씨앗은 땅에 떨어져서 자기 몸을 내어주면서 새로운 몸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고 새로운 몸으로 변화할 때 뿌리부터 나온다는 걸 알고 신기하게 여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뿌리는 씨의 몸을 먹으며 성장하고 뿌리는 뿌리에 있는 미생물로 여러 땅 속의 생명체들을 끌어올려 줄기와 가지 그리고 잎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식물이든지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 없이 존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것 같은 식물도 그렇거니와 한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없는 자식은 있을 수 없고 한 사회의 뿌리가 되는 농업 없는 사회도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한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가 벌써 100여년을 넘어섰습니다.

농업이민으로 시작된 이민의 행렬은 국제결혼하신 분들에 의해 본격화되었고, 그 숫자도 이미 3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에 의해 가족과 친지초청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이민사회의 바탕이 된 것입니다.

지난 3월 말,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국제결혼을 한 여성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105에이커 되는 땅에 건설될 ‘평화의 집’ 기공식이 있었습니다. 이 행사를 위해 시카고 손성환 총영사, 미 중서부 13개 지역 한인회 회장 등을 비롯하여 지역 한인회 관계자들, 국제결혼선교회 임원 등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몸과 마음에 상처받은 국제결혼하신 분들의 보금자리인 ‘평화의집’ 기공식을 했습니다. 그때 참석한 많은 이들이 국제결혼하신 분들에 의해 한인 이민사회가 본격화 되었고, 이들로 인해 지한파 미국인들이 많이 생긴 것이며, 미국 사회에 한인문화가 소개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간 이민사회의 뿌리를 잊고 살아왔던 탓인지 시카고 손성환 총영사는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이런 일이 이제부터라도 시작된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본인 역시 할 수 있는 대로 돕겠노라는 격려의 말씀은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이민자들이 그렇겠지만 이분들의 어려움과 고통은 특별합니다.

이제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경계선상에 있는 이들에 대해 이제는 한인사회가 관심을 가질 때입니다. 한인 이민사회는 규모나 경제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어려움 가운데서 소외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끌어안고 다민족이 공존하며 사는 미국사회에서 자랑스러운 한민족 공동체로 한 단계 더 성장해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 그 행사에 참여하여 말씀도 전하고 사람도 만나는 가운데, 이 일을 묵묵히 돕고 있는 한인 지도자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제가 한인인 것이 문득 자랑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앞으로 저와 두레마을은 평화의 땅 공동체가 국제결혼하신 분들뿐 아니라 이민생활의 고달픔과 어려움으로 몸과 마음이 상처 나고 병든 한인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공동체로 성장해 나가도록 도울 예정이고, 앞으로 미주리 지역에 있는 두레회원들 모임을 계획 중에 있는데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의 모임을 활성화하여 평화의 땅 공동체를 돕도록 할 것입니다.

뿌리 없는 나무나 식물은 없습니다. 뿌리가 더 건강하고 생기 있게 하기 위해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일에 도움을 주시고자 원하시는 단체나 교회, 그리고 각 개인 분들은 이 일을 앞장서서 해 나가고 있는 김민지 목사(314-368-2787)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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