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업서 메뉴 개발까지 뉴요커 입맛 잡은 ‘식당계 마이다스’

2008-04-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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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서 메뉴 개발까지 뉴요커 입맛 잡은 ‘식당계 마이다스’

JH 디자인 그룹의 CEO 제이 황씨는 식당을 시작할 때는 타겟 고객을 결정한 뒤 그들의 취향을 꼼꼼하게 연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창업서 메뉴 개발까지 뉴요커 입맛 잡은 ‘식당계 마이다스’

샌드위치 바가 선보이는 모든 샌드위치는 허브와 자연산 재료로 만든 신선한 소스 맛을 자랑한다.

JH 디자인 그룹 30대 CEO 제이 황씨

첫 인상은 그저 혈기 왕성한 젊은 청년 같았다. JH 디자인 그룹의 CEO 제이 황(한국명 황재희)씨. 서른을 조금 넘긴 젊은 나이의 그는 뉴욕을 주름 잡은 식당 메이커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새파랗게’ 젊었다.

제이 황씨는 이미 뉴욕에서는 지인들과 파트너십으로 여러 식당을 운영해왔다. 이들을 거쳐 문을 연 식당이나 가라오케, 클럽, 사케바 등 업소가 뉴욕에만 이미 수십 개. 뉴욕 맨해턴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던 ‘레미디’ 식당, 이 후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한 ‘안주’, 주류사회에 한식의 맛을 전한 ‘우래옥’과 ‘반’, 퓨전 중식 레스토랑인 ‘퓨전 랩’ 등 뉴욕의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을 단골로 둔 ‘핫’ 플레이스들이 제이 황씨와 파트너들의 작품이다. 어떻게 저렇게 젊은 나이에 그 많은 식당들을 뚝딱 뚝딱 만들어냈을까 의아해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제일 먼저 문을 열고자 하는 식당 컨셉을 잡고 타겟 고객을 분석합니다. 그들에게 맞는 적절한 아이템을 제공하는 동시 적절한 컬러와 디자인을 갖춘 공간을 마련하게 돼요.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가 창조되는 과정입니다”


그가 눈을 반짝이며 어떻게 식당업을 확장시켜 왔는지를 설명하자 이제야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드러난다.
식당의 ‘ㅅ’ 자만 나와도 어느새 영락없는 노련한 모습으로 변신, 식당 창업의 ‘ABC’를 줄줄 읊는다. 나이는 젊지만 식당경영과 브랜드 창출에 관해서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청년. JH 디자인 그룹의 CEO 제이 황씨를 만나봤다.

점심+커피‘샌드위치 바 & 튤리스 커피’ 오픈
“최고 맛” 남가주서도 히트 예감

▲뉴욕서 문 연 레스토랑 연이은 히트

1993년 미국에 유학 와 NYU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제이 황씨는 1994년 한인타운의 한 가라오케를 시작으로 요식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지인들과 파트너십으로 한인타운 내 식당과 클럽, 가라오케들을 운영하며 식당관련 사업에 경험을 쌓았다.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한식당을 구상해 온 황씨는 지난 2001년 뉴욕 파크 애비뉴에 주류사회를 공략한 ‘레미디’(Remedy)를 오픈, 빅 ‘히트’를 치게 된다. 이후 ‘안주’(Anju)로 이름을 바꾼 이곳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패리스 힐튼, 뉴욕 시장 등 유명 인사를 포함한 뉴요커들을 사로잡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식당을 시작할 때는 타겟 고객을 결정한 뒤 그들의 취향을 꼼꼼하게 연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돈을 버는 것보다도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취향에 관심을 쏟아야 해요. 안주는 동양적 분위기의 실내장식과 함께 중식과 한식을 곁들인 독특한 메뉴가 트렌디한 미국인들에게 잘 맞은 것 같아요”
제이 황씨는 이외에도 퓨전 중식 레스토랑인 ‘퓨전 랩’, 일식당 ‘유린’ 등 오픈하는 식당마다 연 이은 히트를 기록, 뉴욕 식당업계에 이름을 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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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부에나팍에 오픈한 ‘샌드위치 바 & 튤리스 커피’.

▲캘리포니아와 샌드위치 바 & 튤리스 커피
더 넓은 땅, 더 다양한 사람들을 공략하고자 캘리포니아를 찾은 건 지난해 7월이다.
자신의 식당 컨설팅 회사인 JH디자인 하우스의 ‘샘플 스토어’ 컨셉을 고민하던 중 바쁜 점심시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샌드위치로 식사를 한 뒤 스타벅스에 가서 따로 커피를 마시는 생활 패턴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 고급 샌드위치와 커피샵을 접목시킨 ‘샌드위치 바 & 튤리스 커피’(6242 Beach Blvd., Buena Park, (714)523-8202)를 오픈했다. 디자인부터 메뉴 고안, 브랜드 창조까지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JH 디자인 그룹의 ‘쇼 룸’인 셈이다.

결과는? 제이 황씨는 샌드위치 바가 오픈한 지 채 한두 달 되지 않아 하루 샌드위치 350~500여개가 팔릴 정도로 히트를 치고 있다며 싱글벙글이다. 브랜드 샌드위치와 브랜드 커피를 즐겨야 성이 차는 고객들의 구미를 정확히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튤리스 커피는 아라비아산 원두의 최상급 10%만을 엄선해 만드는 커피 메이커. 세계적으로 지점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대형 커피 그룹으로 JH 디자인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앞으로 캘리포니아에도 수십 개의 지점을 오픈 할 계획인데, JH 디자인 그룹의 샌드위치 바와 함께만 지점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제이 황씨는 현재 JH 디자인 그룹과 샌드위치 바 & 튤리스 커피, 어바인의 튤리스 커피, 뉴욕의 퓨전 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만간 웨스트코비나에 이탈리안 식당을 오픈하는 등 계속해서 식당 영업을 확장시켜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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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바 & 튤리스 커피를 오픈한 JH 디자인 그룹의 CEO 제이 황씨가 직접 개발한 샌드위치를 서브하고 있다.

▲식당오픈, 브랜드 창출, 요리? 다 내게 맡겨라
JH 디자인 그룹은 건축과 인테리어, 리노베이션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컨설팅까지 새 식당이나 브랜드를 창출해 확장시켜 가기까지 전 과정을 총책임지는 식당 매니지먼트 그룹이다.

그러면 제이 황씨는 식당 운영 및 브랜드 창출에만 관심이 많은가 했더니 웬걸, 샌드위치 바에서 서브되는 모든 메뉴를 고안했고 음식을 직접 만들 정도로 요리의 달인이다. 뉴욕에서 프랑스 요리학교를 다녔으며 홀 푸드 마켓에서도 주방에서 일을 했다.

샌드위치 바에는 일반 샌드위치 샵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색다른 메뉴가 가득하다. 5시간 훈제시킨 고기와 치폴레 페퍼 아이올리로 맛을 낸 ‘큐바노 샌드위치’라던가 향긋한 허브 소스로 매리네이드 된 ‘베지테리안 샌드위치’ 등이 그렇다. 터키 고기가 자칫 텁텁할 수 있는 터키 샌드위치는 크랜베리 소스와 브레드 푸딩을 넣어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가미했다. 트라이 팁 바비큐 샌드위치는 15시간 동안 밤새도록 ‘슬로우 쿡’ 과정으로 구워진 고기가 들어가 기름기 없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모든 샌드위치는 허브와 자연산 재료로 만든 신선한 소스 맛을 자랑하는데, 샌드위치와 함께 서브되는 감자 칩도 일일이 손으로 슬라이스 해 직접 튀겨내 담백하고 바삭한 맛이 너무 맛있다.

“식당 관련 일이 너무 좋아요. 타겟 고객을 연구하는 것도, 인테리어를 구상하는 것도, 또 요리를 직접 하는 것도요. 아무래도 천직인가 봐요”
웃으면서 설명하는 제이 황씨는 그야말로 ‘본 투비 레스토라추어’(Restaurateur)가 아닐까 싶다. 남가주에서도 조만간 ‘큰 일’을 한번 낼 기세인 황씨. 과연 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젊은 한인 청년이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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