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롱 속 한복이 멋진 드레스로

2008-04-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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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한복이 멋진 드레스로

역시 한복의 아름다움은 몸을 감추는 데 있다. 꽃 자수로 화려하게 장식한 한복 드레스에 볼레로를 살짝 걸쳤다.

장롱 속 한복이 멋진 드레스로

한복 드레스에 당의를 걸쳐 고전미를 이화씨와 프롬 드레스로 변신한 개량 패션한복을 입은 딸 에스텔라 박양.

한복리폼 그것이 알고싶다

예나 지금이나 시집갈 때 한복 한 벌은 필수 품목이다. 하지만, 새색시 티를 벗는 순간 장롱 속으로 들어가는 옷도 한복이다. 꺼내 입자는 마땅히 갈 곳이 없고, 그렇다고 과감하게 처분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주단지 모시듯 애지중지해온 한복이지만, 꺼내 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예복이라면 지금 당장 결단을 내려서 ‘한복 리폼’에 도전해 보자. 수십 년된 양단, 공단이라도 좋다. 치마 길이를 댕강 잘라 가슴부분에 광목으로 덧단을 대어 하이웨이스트 원피스를 만들고, 자투리 천으로 클러치를 만들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패션 아이템이 된다. 색상 조화도 그만이고 재질도 고급스러워 나무랄 때 없는 퓨전 한복으로의 변신, 그 신비한 매력에 흠뻑 빠져 보자.

치마는 어깨끈 떼어내고 자수 장식 덧대
저고리 가볍게 걸치는 볼레로로 변신을


장롱 구석에 모셔놓았던 한복을 꺼내 들고 줄줄이 찾아가는 곳이 있다기에 가봤다. 한복 하나 믿고 15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이화 고전방’(대표 이화)이었다. 한복을 리폼한다고 얼마나 예뻐질까 얕보는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한 방 맞았다.

제대로 리폼한 한복을 구경하기도 전에 딸이 프롬 댄스파티에 입고 갈 옷으로 만들었다는 한복 미니드레스에 시선이 멈췄고, 웨딩드레스로 리셉션 드레스로 이중변신이 가능한 단아하고 은은한 한복 드레스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색상 배합과 독특한 무늬, 꽃 자수, 그리고 기가 막히게 흘러내리는 화사한 아이보리 스커트의 선까지 어찌 그리 고운지. 특히 프롬파티용으로 만들었다는 꽃을 잔잔하게 수놓은 검은색 한복미니 드레스는 춤출 때 불편하지 않도록 스커트 길이를 짧게 만들었고, 통통한 십대 소녀들의 체형을 커버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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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끝난 후 덧입었던 드레스를 벗으면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한껏 나는 리셉션 드레스로 변신한다.

한복 리폼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 그냥 경기가 나빠져서 좋은 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시작했을 뿐이라고 했다. 축제 때마다 한복 패션쇼를 개최해 아름다운 한복 알리기에 앞장서온 이화 대표다.

“자녀 혼사를 앞두고 한복을 맞추러 오는 분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이민 올 때 싸들고 온 오래된 한복 이야기를 하시죠. 요즘 입기엔 촌스러워 보이지만 원단 하나는 최고급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으시고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한복 리폼이에요. 양장 기술을 응용하는 거죠.”

장롱 속에서 꺼내온 오래된 한복 리폼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은 한복 한 벌 짓기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공전만 받고 한다지만, 실용적인 개량 패션한복으로 거듭나려니 배보다 배꼽이 비쌀 때도 있다. 30~40년 품고 산 원단만 갖고 리폼한다고 세련된 한복 드레스가 ‘짠’하고 탄생하는 것은 아닌 법. 쓰다 남은 자투리 천도 배치해 보고 패턴도 바꾸어 보고 이왕 만드는 한복 드레스인데 완성품이 예뻐야 자주 입고 외출하고, 다니면서 불편하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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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서한나씨가 은은한 꽃자수가 놓인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맑고 투명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소재의 한복 드레스가 화사한 신부의 모습을 더 예쁘게 만들어준다.



어머나~ 엄마 한복으로 결혼예복을?

한복 리폼의 기본만 따져보면, 치마는 어깨끈을 떼어내고 자수 장식이 화려한 튜브 탑을 덧대어 롱 드레스를 만들고, 저고리는 리폼이 약간 어렵지만 가볍게 걸치는 볼레로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튜브 탑 드레스는 전통 소재와 디테일에 서양식의 새로움을 가미한 한복 드레스가 되어 우아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볼레로를 살짝 걸쳐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마무리하면 기품 있는 숙녀 탄생이다. 볼레로는 단추보다 노리개를 동정 아래에 달아 브로치처럼 활용하는 것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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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과 요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어우동 스타일의 한복 드레스.

하지만, 한복은 원색 계열이 대부분이고 명도와 채도가 높은 밝고 화려한 색상이 중심인지라 리폼을 잘못하면 요란한 파티 드레스로 변해버린다. 이럴 때는 새색시 추억이 깃든 원단은 튜브 탑(어깨 끈이 없는 디자인) 정도로만 활용하고 치마 전체는 새로운 원단으로 멋을 더해야 한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장롱에만 숨어 있던 한복이 밖으로 나왔고, 어느 한 부위에 그 옛날 추억이 남아있다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다음은 남은 천 이용법. 리폼을 하고 나서 남은 천을 몇 장 덧대면 빈티지 풍의 패치워크 쿠션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어떤 천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느낌도 전혀 달라진다. 패치워크가 싫다면 단색의 쿠션을 여러 가지 색상으로 만들어 배치해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에스닉한 분위기가 나는 공단 천은 한복 문양이 고급스럽게 표현되어 독특한 스타일의 쿠션으로 변신한다.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한복 리폼으로는 한복 치마를 활용한 쇼올 만들기이다. 6폭 치마 한 쪽을 잘라서 마주 보게 이어 붙인다. 이 때 안감까지 길게 붙여야 어깨에 걸쳐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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