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12회 프랑스영화제 27개 작품 출품

2008-04-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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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프랑스영화제 27개 작품 출품

프랑스의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낟알의 비밀’의 장면들. 19일 상영.

파리문화‘할리웃 나들이’

북아프리카계 이민자 애환 그린 ‘낟알의 비밀’
최대 히트 코미디 ‘쉬티에 잘…’놓치기 아까워
필름 느와르·성인용 ‘10시 이후’ 추가

제12회 연례 프랑스 영화제 ‘빛의 도시, 천사의 도시’(City of Light, City of Angeles)가 14~20일 미 감독노조 극장(7920 선셋)에서 열린다.
총 27편의 장편(극영화 및 기록영화)과 20편의 단편 영화들이 출품된다. 최근 프랑스에서 공전의 빅히트를 한 코미디 ‘쉬티에 잘 오셨습니다’(Welcome to the Land of Shtis)와 지난 2월에 있은 프랑스의 아카데미인 세자르 시상식서 작품상 등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한 드라마 ‘낟알의 비밀’(The Secret of the Grain)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선보인다. 올해는 필름 느와르와 성인용 주제를 지닌 영화를 상영하는 ‘10시 이후’ 순서가 새로 추가됐다.
영화제를 위해 클로드 밀레 클로드 를루쉬, 세드릭 클라피시 등 감독과 인기 스타들인 베놔 마지멜, 카롤 부케, 소피 마르소, 화니 아르당 및 앙드레 뒤솔리에 등이 참석한다. 대부분 영화 후 해당 작품 감독 및 배우들과 관객간의 대화시간이 마련된다. 또 영화 관계자들과의 토론 프로도 있다.
놓치지 말기를 권하는 영화가 ‘낟알의 비밀’(19일 하오 8시15분). 대부분 북아프리카 출신의 배우들이 나오는 프랑스 내 소수계의 문제를 다룬 아름답고 눈물겨운 감동적 작품이다. 아내와 헤어져 혼자 사는 60세난 부두의 선박 노동자 슬리만과 그의 가족과 주위 인물 등과의 관계를 통해 인종차별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또 고국을 떠난 성인 이민자와 프랑스에서 태어난 자식들 간의 관계의 어려움도 함께 고찰했다. 마지막에 장시간 묘사되는 벨리댄스 장면이 가슴을 압도한다. 상영시간 2시간 반이 짧게 느껴지는 명작이다.
‘쉬티에 잘 오셨습니다’는 남불에서 프랑스 북부의 보잘 것 없는 마을로 전출된 우체부가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는 코미디다. 또 다른 포복절도할 코미디는 ‘OSS 117: 스파이 소굴 카이로’(OSS 117: Cairo Nest of Spies). 스파이들이 우글거리는 카이로에 파견된 두뇌가 명석치 못한 OSS 첩보원 위베르의 액션과 모험인데 본드영화를 풍자했다. 주연 장 뒤자르당이 션 코너리를 쏙 빼닮았다.
‘멜로디의 미소‘(Melody’s Smile)는 환상적 분위기를 지닌 스릴러. 여아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젊은 여자 경찰의 이야기다. 명장 클로드 밀레의 ‘비밀’(A Secret)도 볼만하다. 나치의 프랑스 점령 때 비극적 경험을 한 부모의 비밀을 알게 되는 10대 소년의 준수한 드라마다.
쥘리엣 비노쉬가 주연하는 ‘파리’(Paris)는 심장이식 수술을 앞둔 젊은 남자가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운명에 처해 파리와 파리지앙들을 관찰하면서 생의 순간순간을 새삼 향락하는 로맨스 라마. 또 뉴웨이브의 기수 중 한 사람인 에릭 로머의 ‘아스트레와 셀라동의 로맨스(The Romance of Astree and Celadon)의 마치 한 폭의 여름 오수와도 같은 아름다운 영화다. 5세기를 무대로 젊은 연인들의 상대방에 대한 정절과 사랑을 몽롱하게 묘사했다.
‘수련’(Water Lilies)은 15세난 소녀들을 통해 고찰한 10대의 성에 관한 드라마이고 ‘여자 스파이들’(Female Agents)은 2차 대전 때 런던 첩보부에 가담한 프랑스 여인이 창녀 등 다양한 직업여성들을 규합, 스파이 훈련을 시킨 뒤 나치장교를 암살하기 위해 함께 파리로 잠입하는 이야기로 실화가 바탕이다.
필름 느와르로 볼만한 것들 중 이색적인 영화가 ‘킬러’(The Killer). 성공한 사업가와 그를 살해하기 위해 나타난 청부 살인자 간의 관계를 그렸다. ‘교차’(Roman de Gare)는 프랑스의 히치콕이라 불리는 클로드 를루쉬의 작품. 환상과 마법적 속임수가 미로를 이루는 매력적 스릴러다. ‘피질’(Cortex)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은퇴한 형사가 병원 내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다.
한편 20일에 상영하는 영화는 모두 무료다. 자세한 내용은 www.colcoa.org. (310)289-5364.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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