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영중인 영화프로

2008-04-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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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래’ (Love Songs)★★★½(5개 만점)

봄비처럼 촉촉이 젖는 매혹의 뮤지컬

떠남·부재·되돌아감 등 3악장
출연 배우들이 직접 노래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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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침대에 누운 쥘리(왼쪽부터)와 알리스와 이스마엘.

‘쉘브루의 우산’을 생각나게 만드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프랑스 뮤지컬로 배우들이 직접 노래 부른다. 대사에서 가사로 넘어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데 노래들이 특별히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하지만 마치 봄날 빗방울의 감촉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의 핵심은 상실에 대한 슬픔과 가족애로 이른 죽음으로 상처받은 로맨스와 사랑을 다시 찾는 길을 상큼하게 또 달콤 쌉싸름하게 그렸다. 파리의 거리와 젊은 배우들이 모두 아름답다.
영화는 ▲떠남 ▲부재 ▲되돌아감 등 3장으로 구성됐다.
약간 피상적이요 미풍처럼 가벼운 젊은 이스마엘(루이 가렐)의 애인은 금발 미녀 쥘리(뤼디빈 사니에). 그런데 쥘리는 이스마엘의 직장 동료인 알리스(크로틸드 에스메)도 연인으로 삼아 셋이 한 침대를 쓰는 삼각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쥘리가 이런 관계를 시작한 진짜 이유를 이스마엘은 모른다.

▲떠남에서는 주로 이스마엘과 쥘리의 관계가 묘사되는데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그들의 마음 속 사정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쥘리가 심장마비로 급사하면서 이스마엘은 깊은 슬픔에 빠진다.

▲부재에서는 이스마엘과 그가 자기 가족처럼 여기는 쥘리의 가족 간의 관계가 묘사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쥘리의 자매인 잔느(키아라 마스트로이안니-카트린 드뇌브의 딸)가 이스마엘의 슬픔과 자기 슬픔을 같이 풀어나가려 하면서 혼자 자기 슬픔을 처리하려는 이스마엘을 성가시게 만든다(그러나 이스마엘의 슬픔이 절실하게 묘사되지 못해 슬픔이라는 주제가 다소 허술하게 느껴진다).

▲되돌아감에서는 이스마엘이 알리스의 전 애인의 남동생인 고교생 에르완과 동성애 관계를 조심스럽게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 솔직하고 간절하게 이스마엘에게 자기 사랑을 주는 에르완이 효과적으로 묘사된다. 이스마엘은 처음에는 에르완을 거절하나 그의 진심과 열정에 자기를 허락한다. 밤의 파리 시내 아파트 발코니에서 이들 둘이 노래로 서로의 감정을 표현한 뒤 포옹하면서 키스하는 장면이 로맨틱하다.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 성인용. 일부 지역.

‘님의 섬’(Nim’s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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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성격의 소녀 님이 살고 있는 섬은 상상력과 모험의 세상. 님은 이국적 동물 친구들과 전설과 책에서 얻어낸 풍부한 상상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님의 세계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주인공으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가인 알렉스 로버의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님의 이 열대지방의 섬이 위협을 받으면서 님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알렉스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님이 모르는 것은 알렉스를 쓴 저자가 사실은 대도시 아파트에 사는 은퇴를 앞둔 마음 약한 은둔자인 여류 알렉산드라 로버(조디 포스터)라는 점. 님과 알렉산드라는 허구 속 알렉스의 용기를 자기들의 것으로 삼고 님 구출작전에 나선다. PG. 전지역.

‘챕터 27’(Chapter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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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개봉된 ‘존 레논 살해’와 거의 내용이 똑같은 마크 데이빗 채프만의 레논 살해사건을 다룬 드라마로 ‘존 레논 살해’가 훨씬 낫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볼 것이 있다면 채프만 역을 위해 체중을 70파운드나 늘린 재릿 리토와 조연으로 나오는 린지 로핸.
하와이에 사는 채프만은 자신을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컬필드로 생각하고 세상의 모든 가짜의 대표로 레논을 선정, 그를 암살하려고 맨해턴에 도착한다.
레논이 사는 다코타 건물 앞에서 며칠간 레논을 기다리던 채프만이 목적을 이루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 영화가 반복적이고 무겁고 채프만의 표피만 묘사했지 그의 내면 묘사가 결여됐다.
10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나의 형은 외아들’ ★★★½(My Brother Is an Only Child)

사상 다른 두형제의 애정과 갈등

60년대 말 이탈리아 정치상황 그려
인물 성격묘사 치중해 정치성 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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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아치오(왼쪽)는 파시스트 그리고 형 만리코는 공산주의자가 된다.

정치적 톤을 깐 60년대 말 이탈리아의 한 서민가족의 가족 이야기로 특히 서로 사상이 다른 두 형제의 애정과 갈등을 그린 따스하고 유머와 위트를 고루 지닌 이탈리아 영화다.
감독 다니엘레 루케티는 정치적 영화인데도 가급적 정치성을 배제하고 두 형제를 비롯한 인물들의 성격 묘사에 치중해 주제에 비해 영화가 다소 가벼워졌다.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에 걸쳐 아직도 파시즘의 어두운 그림자를 채 다 못 걷어낸 이탈리아의 사회상과 함께 진한 형제애와 가족애를 사실적으로 잘 그렸는데 비극이 있지만 희망적인 영화다.
로마 남쪽의 한 작은 마을 라티나에 사는 아치오네 가족은 5인 가족. 모권적 가정에서 공장 노동자인 아버지와 누나 비올레타 그리고 집안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 하다시피 한 형 만리코가 아치오의 가족 구성원.
영화는 처음에 수도원 학교에 들어갔던 아치오가 얼마 못 가 자퇴, 귀가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반항적인 아치오와 만리코의 애정이 담긴 싸움질과 함께 아치오 가족의 얘기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진다.
성장한 아치오는 좌파인 가족들에게 대한 반발로 파시스타가 된다. 한편 공장 노동자가 된 만리코는 열렬한 공산주의가 된다. 형제는 서로 좌우로 갈라섰지만 애정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아치오는 형의 애인 프란체스카를 남 몰래 사랑한다.
활동무대를 로마로 옮긴 만리코와 프란체스카 및 공산주의자들이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의 가사를 공산당 찬양 가사로 바꿔 연주하는 장소를 파시스트들이 공격하면서 별 정치적 신념이 없는 아치오는 파시스트와 결별한다.
그러나 만리코는 극단적 행동대원이 돼 테러마저 자행한다. 아치오는 극단적인 형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형제의 드라마는 비극으로 끝난다. 이런 비극을 라스트 신이 보상해 준다.
1960~70년대 팝송과 함께 영화 전체에서 향수감이 진하게 느껴진다. 성인용. 일부 극장.

‘영원히’(For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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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 오스카 와일드, 쇼팽, 모딜리아니, 마리아 칼라스, 짐 모리슨 및 시몬 시뇨레와 이브 몽탕 등 전설적인 작가와 음악가와 미술가 및 다른 예술가들이 묻혀 있는 파리의 공동묘지 페르-라셰즈에 관한 아름답고 감정적이며 또 고적한 기록 영화.
무덤을 찾는 파리 시민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산자와 죽은 자의 관계와 예술의 불멸의 힘을 고요하게 조명한다. 프루스트의 무덤을 찾은 관광객 중에는 10년에 걸쳐 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었다는 한국 청년도 있다.
무덤을 찾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이 추모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가를 들려준다.
10일까지 뮤직홀(310-274-6869).

‘섹스와 죽음 101’(Sex and Death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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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릭은 성공한 회사 중역으로 바람둥이. 그가 마침내 천생연분 아내감을 발견, 1주일 후면 결혼하게 됐다.
이때 로데릭에게 그가 과거에 잔 여자와 함께 앞으로 관계를 맺을 여자의 이름이 적힌 e-메일이 날아들면서 로데릭의 삶은 뒤죽박죽이 된다.
로데릭을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것은 이 명단의 끝에 있는 여자의 이름이 자기 약혼녀의 것이 아니라는 점. 약혼녀 말고도 72명의 여자와 관계를 맺게 돼 있다.
로데릭은 e-메일의 예언대로 플레이메이트, 사립학교 여학생, 레즈비언 우주비행사들과 관계를 가진다. 그리고 남자를 유혹해 관계를 맺은 뒤 그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드는 치명적 여인(위노나 라이더)을 만난다. R. 일부지역.

‘젊은 야쿠자’(Young Yakuza) ★★★

프랑스 감독 장-피에르 리모생이 연출한 일본 범죄조직 야쿠자에 관한 기록영화. 지난해 칸영화제 출품작.
18개월간에 걸쳐 찍었는데 야쿠자세계에 관련된 두 사람의 인물 묘사를 통해 일본의 범죄 지하세계를 탐문했다. 둘 중 하나는 쿠마가이 파에 새로 가입한 20세 난 나오키. 다른 한 사람은 나오키의 두목.
둘의 얘기를 통해 점점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는 야쿠자의 세계를 알아본다. 전통적으로 야쿠자의 세계는 카메라로 찍을 수가 없어 감독은 야쿠자의 불법행위를 찍지 않는다는 약속을 두목에게 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
성인용. 이매진 아시안센터(213-617-1033).

‘화니와 알렉산더’(Fanny & Alex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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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고한 스웨덴의 심오하고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1982년 작으로 197분짜리.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과 미술, 촬영, 의상상 등을 받았다.
베르히만의 소년시절의 가족 경험을 그린 풍성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다. 10세난 소년 알렉산더의 눈을 통해 본 20세기 문턱의 스웨덴에 사는 엑달 가족의 수년 간에 걸친 드라마로 베르히만의 마지막 극영화다.
한 가족의 기쁨과 고통과 고뇌와 슬픔 그리고 죽음과 희열 등이 마치 수를 놓듯 정교하고 세밀하며 또 화려하게 묘사됐다. 베르히만 작품의 단골 명우들이 출연,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자녀들과 함께 꼭 보기를 권한다.
4일 하오 7시 린우드 던극장(1313 Vine St.), 5일 하오 7시부터 베르히만의 ‘처녀 샘’과 ‘거울을 통해 어둡게’가 동시 상영되고 6일 하오 7시부터는 ‘통곡과 속삭임’과 ‘가을 소나타’ 동시 상영된다. (310)247-3600.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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