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이야기 - 존재의 가치

2008-03-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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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서 두레마을엔 각종 다양한 씨앗들이 흙 속에 들어가 자기를 죽이고 대신 그 자리에 부드러운 새싹들을 드러냄으로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살고 있습니다.

살구와 자두, 아몬드나무는 벌써 꽃을 떨어뜨리고 그 자리에 열매를 맺어 성장시키고 있고, 사과와 배, 그리고 복숭아, 체리는 꽃이 만개한 상태이고, 꽃을 피우기 전에 먼저 잎부터 나오는 연초록의 감잎과 작은 석류 잎 작은 잎사귀가 나오며 꽃도 피지 않고 열매를 내보내는 무화과 등은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 물을 머금은 부드러운 땅, 두레마을 식구들의 사랑이 담긴 일, 이 모두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입니다.

닭들은 저마다 편안한 자리에 알을 까서 품고 있습니다. 알을 품고 있는 와중에 더러는 개와 고양이에게 물려서 죽기도 하지만 조금 있으면 노란 병아리들을 몰고 나오는 모습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종종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을 느낍니다.

내가 나답지 않거나 부모가 부모답지 않을 때, 자식이 자식답지 않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과 상대에게서 종종 실망을 느끼게 됩니다. 그 뿐 아니라 우리는 종종 내 자신에게 가면을 씌우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나답지 않은 모습을 만들어 가면서도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한줄 모르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신정아씨로부터 촉발되었던 가짜 박사파동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왜곡된 사회의 가치관이 우리 자신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행복하게 살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죽기 살기로 공부하는 것도 결국에는 사회적으로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함입니다.

본래 자기 아닌 자기 모습에 만족을 느끼며 그렇게 살아야 문화인인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인가요?

어쩌면 우리 사회는 진짜가 아닌 가짜가 판치는 세상은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교회에 다니는 교인은 많은데 그리스도인은 보기가 힘들다는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절에 다니는 사람은 많은데 진짜 불자가 드물다는 말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본질은 보지 못하고, 본질이 가리키는 대로 길을 가지 못하고 본질을 가리키는 교회나 절에 갇혀서 살아가는 모습을 일컫는 말들입니다. 교회나 절에서는 사람이 살아가야 할 길과 본래의 도리를 가르치며 그렇게 살아가기를 원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교회와 절을 단지 자기만족의 대상으로 생각할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장소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무들이 자기들을 잘 다스리고 이끌어줄 왕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가다가 무화과나무를 만나 우리의 왕이 되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무화과나무는 내가 맛있고 달콤한 무화과 열매 맺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나무들 위에 날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나무들은 다시 길을 떠나 이번엔 올리브나무를 만났습니다. 올리브나무더러 네가 우리의 왕이 되어달라고 하자 올리브나무는 내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 올리브 기름내는 일을 그만두고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나무들은 그 후에 포도나무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포도나무 역시 맛있는 포도열매 맺는 일이 내게는 온당한 일이라며 나무들의 요청을 거절합니다. 나무들은 결국 가시나무를 만나게 되는데 가시나무는 대뜸 자기가 왕이 되겠다고 기꺼이 말합니다. 가시나무는 자기의 본업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나무들의 왕이 되어 자기 뜻대로 나무들을 다스리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과 나의 존재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본질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자신이 행복한지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따사로운 범날에 우리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경험했을 우리들의 영혼이 따사로웠던 날들을 떠올리며 따사로운 날들을 향해 나아길 희망합니다.

(661)834-2104, (661)319-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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