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패션-복고풍에 입힌 현대적 감성…

2008-03-15 (토)
크게 작게
목이 긴 농구화의 귀환

농구화가 코트 대신 거리에서 사랑받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남자 대학생들이 미국 프로농구의 화려한 몸놀림에 환호하던 시절, 젊은 여성들은 청바지에 빨간색 하이힐을 신는 것만큼이나 고리바지에 하얀색 농구화를 곁들여야 ‘한 멋 한다’ 소리를 들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목이 긴 농구화가 다시 유행의 중심부로 돌아왔다. 스포츠 전문 브랜드마다 다투어 출시하고 있는 복사뼈를 덮는 길이의 하이탑(high-top) 슈즈들은 ‘노장의 귀환’이라고 부를 만하다. 100년 전에 탄생한 제품부터 1980년대에 첫 출시된 제품까지 농구화의 간판스타들이 현대적 감성에 맞춰 변주된 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리복이 1985년 처음 출시한 엑소핏은 지금까지 매년 2만족 이상이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 리복은 올 봄 농구화가 다시 트렌드로 뜨자 디자이너 정욱준씨와 손잡고 엑소핏을 리뉴얼해 내놓았다.
컨버스는 1908년 출시된 척 테일러 올스타라인을 올해 100주년 기념판으로 다시 제작해 판매중이다. 센추리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100년 전의 프린트 기법을 고스란히 활용해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또 발목 위로 올라오는 신발 목부위의 안감에 다른 색상과 소재, 그래픽과 프린트 등을 넣어 접고 펴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한 롤다운 스타일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농구화가 새롭게 인기를 끄는 것은 지난 몇 년간 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1960년대 스타일이 큰 인기를 얻은데 이어 패션 영감의 원천으로 1980년대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기 호황으로 패션 역사상 가장 화려하면서 극단적인 대비를 지향했던 시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스키니 팬츠나 레깅스, 고리바지에 흰색 농구화는 향수 아이템이면서 동시에 현대의 감성으로도 꽤나 독특한 키치 패션으로 인정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