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8-03-15 (토)
크게 작게
미소천사

‘승욱이의 훈련’에 관한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한 세미나는 오후 2시 30분까지 계속되었다. 승욱이처럼 시청각 장애우들은 규칙적인 생활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까지 맞춰진 스케줄에 따라 사는 법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스케줄을 만들 때는 약간의 틈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만약에 음악시간을 하다가 다음 스케줄이 체육이면 바로 이동을 해서 아이를 혼동스럽게 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음악시간이 끝이 나면 다음시간에 대한 설명을 해주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승욱이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너무 궁금해 하는 점이 바로이거다. 설명? 교실에는 승욱이만의 작은 칸막이가 되어 있는 나무박스가 있다. 나무 박스(CD꽂이보다 넓은 크기)에는 하루 승욱이의 수업에 대한 물체가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음악시간이면 피아노 건반 실제 크기를 몇 토막 잘라서 만든 피아노 건반을 만지게 하면서 음악시간이 다음시간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리고 손 씻는 시간이면 물 비누통을 만지게 해주고, 점심시간은 스푼과 포크를 만지게 해주고, 스피치시간은 입술모양의 플래스틱 장난감 등등... 2세 때부터 교육을 물체박스로 해 와서 그런지 2학년인 지금은 물체박스의 사물만 만져도 다음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인지 어쩐지 얼굴로 표현을 해준다고 한다.
세미나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담임선생님인 ‘조’가 질문이 있다고 손을 든다. “승욱이의 얼굴표정이 너무 다양한 것에 놀라울 때가 많다. 혹시 집이나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교육을 시켰나?” ‘어라? 표정을 교육시켰다? 표정도 교육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가?’ “승욱이만의 독특한 표정이 있는데 그건 미소 짓는 거. 시각장애 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사생활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각장애 아이들이 미소를 짓지 못하는데 승욱이는 가끔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했다.” 그때 글로리아가 말을 거든다. 시각장애 아동들도 미소를 잘 못 짓지만 시청각장애 아동들은 거의 얼굴에 표정이 없다고 했다.
그때 선생님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 양 술렁거린다. “아! 맞아, 승욱이가 언제나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지” “나한텐 활짝 웃어도 줬어.” “삐진 모습은 또 얼마나 웃긴데?” 난 말하는 선생님들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만 보았다. ‘그런 거야? 원래 시청각 장애우들은 표정이 없는 거야? 승욱이는 얼굴로 말할 때가 많은데. 이건 뭐지?’
선생님들에게 참 많은 사랑을 받는 승욱이가 왜 그리 사랑을 받는지 난 잘 몰랐다. 별로 그 부분에 대해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이 세미나를 통해서 우리 아들에 대해 하나 발견한 것이 있다. 승욱이의 미소가 선생님들의 마음을 설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승욱이를 가르치러 오는 선생님의 발걸음을 기쁘게 해주었던 건 승욱이가 공부를 잘해서도 아니고 말을 잘 들어서도 아니고 그저 황금미소를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선생님들을 가장 기쁘게 해주었던 거다.
세미나를 마치고 승욱이 교실에 들러보니 지난 8년간 발견하지 못했던 아들의 예쁜 미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장애가 있으면서 엄마를 향해 웃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별 생각 없던 나에게 또 하나의 감사할 것을 찾았다.
얼굴의 표정 하나하나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당연히 사람은 모두가 미소를 짓고 표정을 짓는 줄 알았는데 그것 또한 귀한 선물인 것을 알았다. 승욱이 미소천사가 언제나 사람들을 행해 미소 짓고 있다. 무엇을 느끼고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 엄마인 나도 너무 궁금하다.
김 민 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