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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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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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살해’ (The Killing of John Lennon)★★★½(5개 만점)

분노… 증오… 소름돋는 ‘살해 과정’
존 레논 죽인 사이코 ‘채프만’ 탐구
신인 볼 연기 압권… 강렬한 드라마

1980년 12월 존 레논을 살해한 사이코 마크 데이빗 채프만의 정신 상태와 성격을 탐구한 강렬한 드라마다.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데 특히 채프만역의 신인 조나스 볼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볼은 채프만의 정신분열과 평범한 외면 속의 광기의 발병과 영혼 잠식을 대담무쌍하게 표현하는데 거의 귀신 공포영화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채프만의 레논 살해결심 과정과 행동 그리고 그것의 짧은 뒷얘기를 마치 과거 사실을 재현하듯 만들어 보는 사람의 가슴이 죄어든다. 채프만의 일기와 발언 내용을 그대로 따라 가면서 실제 현장에서 찍었는데 감독 앤드루 피딩턴은 채프만을 판단하지 않고 엄격한 제3자의 입장에서 다뤘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어머니는 아직도 히피적 삶을 사는 채프만은 주위에서 고립된 채 가슴에 원한과 분노를 품고 산다. 그는 조지아의 데카터에서 호놀룰루로 이주해 일본계 아내 글로리아와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도서관에서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꺼내 읽다가 자신의 분과 한의 분출 대상을 찾아낸다. 그가 이 책과 함께 본 책은 존 레논에 관한 사진책.
채프만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젊은 주인공 홀든 컬필드의 ‘위선자’와 ‘가짜’에 대한 조소와 분노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무소유를 노래하면서도 엄청난 부와 재물을 소유한 레논이야말로 가짜 중의 가짜라고 판정 짓고 그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총기상점에서 38구경 권총을 산 채프만은 레논의 앨범 ‘더블 팬터지’를 들고 뉴욕으로 가 레논과 요코 오노가 살고 있는 다코타 아파트 앞에 진을 친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냥 돌아온다. 얼마 후 그는 다시 뉴욕으로 날아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마치고 요코와 함께 돌아오는 레논의 등을 향해 사정없이 총을 쏜다. 채프만은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누군가를 죽이기 전까지는 무명씨였다”고 말했다. 그는 레논 살해를 사명처럼 여긴 광인이었는데 그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 비클을 연상케 한다. 훌륭한 영화로 재미도 있다.
성인용. 선셋 5(323-84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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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만이 레논을 죽이려고 산 총을 조준해 보고 있다.

‘목격자들’(The Witnesses) ★★★½

1980년대 시작된 AIDS 위기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긴장감 있고 진지하고 사려 깊고 또 강렬한 인간 드라마다. 주제는 어두울지라도 내용은 인생을 구가하는 희망적인 것이다. 프랑스 영화로 세 챕터로 진행되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1984년 여름. 갓난아기를 다룰 줄 몰라 좌절감에 빠진 소설가 사라와 그의 아랍계 남편인 형사 메디는 서로 사랑하나 아기 양육문제로 다툰다. 사라의 친구로 50대의 게이 의사인 아드리앙은 어느 날 공원에서 젊은 마뉘를 만나 그에게 정신없이 빠진다. 마뉘는 오페라 가수 지망생인 누나 쥘리와 함께 산다. 그해 여름 사라와 메디와 아드리앙과 마뉘는 리비에라서 휴가를 즐기는데 여기서 메디와 마뉘가 연인 사이가 된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서 마뉘가 AIDS에 걸린다. 성인용. 선셋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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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휴가간 해’(The Year My Parents Went on Vacation)★★★½

1970년 독재정부 하의 브라질은 펠레가 뛰는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결승 진출로 온 나라가 축구열기에 빠져 있을 때. 이런 축구열기 속에 반정부주의자들인 부모가 피신하면서 어린 아들 마우로를 유대인 동네에 사는 할아버지 집에 맡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마우로가 도착하기 얼마 전 급사하면서 마우로는 할아버지 아파트 이웃의 랍비 쉴로모가 할 수 없이 맡아 돌보게 된다.
생경한 환경 속에 내던져진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 얘기로 소년의 짧은 성장기. 마우로는 동네 톰보이 한나와 친구가 되고 카페 웨이트리스에게 첫 사랑도 느끼면서 부모를 기다린다. 그리고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다. 추억에 관한 아름답고 부드러운 브라질 영화.
가족용. 뮤직홀 (310-274-6869), 타운세터(818-981-9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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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일기’(Diary of the Dead) ★★★

좀비(산송장) 영화의 대부 조지 로메로의 다섯 번째 좀비 영화로 하이텍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겨냥하고 만들었다. 제이슨과 그의 애인 데브라 및 몇 명의 대학 영화제작팀이 펜실베니아 숲 속에서 싸구려 공포영화를 찍고 있는데 송장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겁에 질린 이들은 고물 RV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좀비들의 습격을 받기 시작한다. 이런 아비규환을 제이슨은 비디오카메라에 담는다.
한편 정부는 좀비들을 처치하겠다고 약속하나 속수무책이요 모든 기계들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좀비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영화제작진은 거대한 성채 같은 집으로 피신한다. 그러나 이 피신처는 오히려 함정이 되는데 제이슨은 계속해 카메라를 돌린다. R.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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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배드의 일곱 번째 항해’(The 7th Voyage of Sinbad)

스톱 모션 특수효과의 대가인 레이 해리하우젠이 만든 온갖 괴물들과 짐승들과 싸우는 씩씩한 선원 신배드의 액션모험 영화. 1958년 작으로 흥미진진한 온 가족용.
사악한 마술사에 의해 초미니 사이즈로 변해버린 공주(캐서린 그랜트-빙 크로스비의 아내)를 원상복구 시키기 위해 신배드(커윈 매튜스)가 충실한 부하 선원들과 함께 길고 험한 항해에 나선다. 신배드가 싸우는 괴물들로는 외눈박이 사이클롭스와 머리가 둘 달린 거대한 새와 용 및 칼솜씨가 날렵한 해골 등이 있는데 특히 이 해골들과 신배드가 칼싸움하는 장면은 특수효과의 압권이다. ‘사이코’의 음악을 작곡한 버나드 허만의 음악도 좋다. 꼭 보시도록. 해리하우젠이 직접 나와 해설한다.
17일 하오 5시 이집션(6712 할리웃).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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