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아파트먼트’

2008-02-08 (금)
크게 작게
“사장님, 내 아파트를 밀회장소로 빌려드립니다”

빌리 와일더 감독·잭 레몬 명연기
5개 오스카상 받은 걸작 코미디

한국에서는 ‘아파트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1960년산 흑백영화로 명장 빌리 와일더의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이자 사회비평 영화인데 와일더는 성공을 위해서는 부도덕도 마다않는 미국 직장인들을 조소하면서 아울러 대도시 사무실 내의 틀에 박힌 삶을 통렬히 냉소하고 있다. 제작 당시로서는 다소 위험한 주제인 혼외정사와 자살 그리고 밀회 장소로서의 아파트 등을 다루면서 한편으로는 고개를 들기 시작한 간통에 대한 대중의 관용도 아울러 얘기하고 있다.
C.C. 백스터(잭 레몬)는 착하나 족제비 같은 보험회사 말단사원. 그는 상사에게 아첨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혼외 정사장소로 자기 아파트를 돌아가면서 빌려 준다. 이 소문을 들은 회사의 인사부장 J.D. 셀드레이크(프레드 맥머리)는 백스터를 벼락 승진시켜 주는 대신 그의 아파트 열쇠를 독차지한다.
출세한 백스터는 폼을 재면서 자기가 평소 연모하던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엘리베이터 걸 프랜(셜리 매클레인)에게 구애를 하나 그녀가 셸드레이크의 정부라는 것을 알고 크게 낙심한다. 한편 셸드레이크는 백스터의 아파트에서 프랜을 만나 지금까지 그녀에게 다짐해 왔던 이혼을 못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프랜은 음독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프랜은 때마침 아파트에 들어온 백스터에 의해 구조된다. 그리고 백스터는 프랜을 알뜰히 보살펴 건강을 회복시킨다.
사무실에 출근한 백스터는 자기가 얼마나 부도덕한 인간이었던가를 깨닫고 다시 열쇠를 달라고 부탁하는 셸드레이크에게 호통을 친 뒤 회사를 나온다. 백스터가 자기를 위해 직장도 그만 두었다는 것을 안 프랜이 백스터를 따뜻이 맞아들인다.
잭 레몬이 명연기를 보여준 달콤쌉싸름한 걸작 코미디로 오스카 작품, 감독, 각본상 등 모두 5개를 받았다. 이 영화는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흐루시초프가 아주 좋아했는데 그는 특히 매클레인에게 반해 유엔 총회 참석 때 통역을 시켜 그녀에게 찬사를 전달케 했다고 한다. DVD 출시. MG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