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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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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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보’ (Rambo)

환갑넘은 스탤론, 이번엔 버마로
3편 주연 후 20년만에 4편 감독까지 혐오스러운 피범벅 살육 ‘목불인견’

환갑 넘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지난해에 ‘로키 발보아’로 컴백을 시도하더니 이번에는 ‘램보’로 겹컴백을 시도했는데 목불인견의 피범벅 영화를 만들었다.
‘램보 3편’이 나온지 20년만에 나온 이 시리즈 제4편은 스탤론이 감독·주연하고 공동으로 각본을 썼는데 유혈폭력이 지나치게 자심하고 잔인하고 끔찍해 램보가 노망이 들어 발광을 하는 것이나 아닐까 하고 염려된다.
사람들(남녀노소 불문)의 팔과 목과 다리가 날아가고 찔러 죽이고 쏴 죽이고 때려죽이고 베어 죽이는 혐오스러운 대살육영화인데 내용이 너무 허술하다.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보는 것 같아 허튼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번에 램보는 태국 정글서 뱀을 잡아 팔면서 살고 있다. 살이 찐 램보는 이번에는 셔츠를 안 벗는데 스탤론의 얼굴 표정과 대사(서푼짜리 인생철학)가 그런 것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억지로 하는 듯이 지쳐 있다.
죄 많은 자신과 세상을 등지고 사는 램보에게 미국인 선교 의료팀이 찾아와 내전이 극심한 버마의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가는 길이라며 길 안내를 부탁한다.
처음에는 이 제의에 “고 홈”이라고 답하던 램보는 예쁜 여선교사 새라(줄리 벤즈)의 설득에 마음이 녹아 모터보트에 이들을 태우고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을 내려놓고 돌아온 램보에게 얼마 후 한 선교사가 찾아와 새라 일행이 버마군의 포로가 됐다면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용병을 샀으니 용병의 길 안내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5~6명 정도의 다국적 용병을 이끌고 램보는 정글 내 적진 깊숙이 들어가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새라 일행을 구출해 낸다.
램보와 용병들과 선교사들이 도주하는 뒤를 100여명의 버마군이 추격하면서 요란한 음악에 맞춰 대살육전이 벌어진다. 그 결과 나쁜 버마 군인들은 다 죽고 좋은 팀은 극소수의 인명피해만 낸다.
마지막 장면은 램보가 미국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는데 이제 집에서 그만 푹 쉬기를 바란다.
R. 전지역.



‘그녀의 시체를 넘어’(Over Her Dead Body)

드미 모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나온 ‘고스트’의 심술판. 죽은 여자의 혼이 지상의 약혼자가 다른 여자와 사귀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로맨틱 코미디.
약혼녀 케이트가 결혼식 날 불의의 사고로 숨지면서 헨리는 깊은 시름에 빠진다. 이를 보다 못한 헨리의 여동생이 오빠에게 심령사를 만나보라고 종용한다. 심령술을 믿지 않는 헨리는 마지 못해 심령사를 찾아가는데 심령사는 예쁜 여자 애슐리. 헨리는 애슐리에게 첫눈에 반해 깊이 빠져드는데 애슐리도 마찬가지. 그런데 케이트의 유령이 애슐리에게 나타나 겁을 주기 시작한다. 천상의 케이트는 자기가 지상에서 할 마지막 일이 헨리와 애슐리를 갈라놓는 것이라고 믿는다. 에바 롱고리아 파커, 폴 러드 주연. PG-13. 전지역.


‘캐라멜’(Caramel)

제목처럼 달콤한 레바논 영화로 베이루트의 미장원에서 일하는 미용사들과 그들과 관계된 여인 등 모두 5명의 여인을 통해 현대 레바논 여성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가볍게 터치했다.
주인공들은 미용사들인 니스린과 리마와 레이얄. 니스린은 결혼하기 전 처녀막 재생수술을 할 계획이고 리마는 자기가 동성애자임을 깨닫고 레이얄은 끝나가는 사랑에 가슴을 앓는다.
여기에 늙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손님인 자말과 자기를 사랑하는 노신사를 받아들이고 싶어도 자기에게 의존하는 노망든 언니 때문에 좌절감에 빠진 여재단사 등이 첨가돼 미를 초월한 여성간의 유대를 곱게 이룬다.
PG. 랜드마크(310-281-8233), 선셋5(323-848-3500),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타운센터5(818-981-9811), 웨스트팍시네마(800-FANDANGO #144)


‘작년 마리앙바드에서’ (Last Year at Marienbad)

프랑스의 알랭 르네가 감독한 1961년작 흑백 예술영화다. 비논리적이요 질서정연한 서술방식을 무시하고 시간대를 수시로 넘나드는 지극히 애매모호한 영화로 미로를 헤매는 느낌을 들게 한다. 도저히 풀기 힘든 수수께끼를 만난 듯한 작품이지만 마음을 비우고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친 뒤 영화의 흐름에 따라 마음을 맡기면 뭔가 희미한 빛을 띠고 이 초현실적 드라마의 의미가 감지될 수도 있다.
작중 인물은 이름도 없고 주인공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암호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가 하면 약간의 변형을 이루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혼란시킨다. 장면들이 과연 내레이션을 하는 남자의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인지 또는 그가 끊임없이 함께 가자고 유혹하는 여자의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지는 르네 자신도 모른다고 말했다.
처음 공포영화의 음악을 연상케 하는 오르간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화려하게 장식된 웅장한 대호텔 내부의 천장과 복도와 계단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잡는다. 이어 남자의 “다시 한번 나는 걷는다…”로 시작되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 남자는 같은 호텔 투숙객인 우아하면서도 스타일 세련된 드레스(코코 샤넬 디자인)를 입은 아름답고 수수께끼 같은 여인(델핀 세릭)에게 당신과 나는 작년에 프레데릭스바드에서 만났다고 말한다(이 말과 함께 장소가 바뀌고 다른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묘사되는데 이런 과거 회상이 여러 번 나온다). 그러나 여인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는 과거에 남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그러자 남자는 이번에는 아마 그것은 마리앙바드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영화는 이 남자의 반복되는 과거 회상과 여인의 부인이 계속되면서 장소를 바꿔가며 과거와 현재가 계속해 교차되는데 과연 둘은 작년에 만났던 것인가. 남자는 여자에게 당신은 작년에 1년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알려주나 여인은 역시 이를 부인한다. 그러나 여인은 서서히 남자에게 이끌려 든다.
이 두 사람 외에 여인의 남편일지도 모르는 불길하게 생긴 남자가 두 사람 주위를 맴돌면서 서스펜스적 기운마저 감돌게 한다. 촬영이 눈부신데 영화를 보고 나서 과연 남자와 여자 중 누가 진실을 말하는 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해봄직하다. 정답은 없겠지만. 한번 도전해 볼만한 영화다.
성인용. 7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트레이’(Tre)


LA 교외의 한 집에서 사는 4명의 30대 초반의 남녀들의 관계를 통해 살펴본 현대인의 섹스와 사랑과 성실 그리고 결혼과 우정. 약간 심리 스릴러 기운을 띤 관계의 드라마로 상투적인 것들로 가득 찼다.
말을 키우며 승마를 지도하는 게이브와 그의 연인으로 작가 지망생인 카켈라가 살고 있는 집에 떠돌이로 카리스마가 있는 트레이와 카켈라의 친구로 남편과 막 헤어진 광고 필름 배우 니나가 동거인으로 들어서면서 평온하던 카켈라와 게이브의 관계에 큰 진동이 일어난다.
인간 심리조작 능력이 뛰어난 트레이는 먼저 니나와 뜨거운 관계를 맺는다. 이어 트레이는 게이브와의 결혼에 확신을 못하는 카켈라를 교묘히 유혹, 그녀와도 관계를 맺으면서 4명의 인간관계에 파괴적 연쇄반응을 가져온다. 성인용. 선셋 5, 원콜로라도(626-744-1224).


‘철마’ (Iron Horse)

할리웃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하 서부극으로 미 대륙간 횡단열차 선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액션과 모험 그리고 인간관계와 로맨스와 배신 등을 그렸다. 1924년작 무성영화로 웨스턴의 명장 존 포드의 영화다.
주인공인 측량사 데이비를 중심으로 역사적 실제 인물(링컨과 버팔로 빌 등)들과 가공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미개척자들의 서부에로의 영토 확장을 그린 영화로 폭스사의 최고 최대 무성영화로 꼽힌다. 포드는 여기서 자기가 늘 잘 다루는 서로 다른 문화들의 만남과 광야에서의 문명의 발아 그리고 커뮤니티 건설 등을 그리고 있다. 복원 판으로 133분. 7일 하오 7시30분 이집션(6712 할리웃).


‘이상한 자연’(Strange Wilderness)

시청률이 높은 TV 야생동물 다큐 쇼 ‘이상한 자연’의 호스트가 사망하면서 자연의 ‘자’자도 모르는 매사가 서툰 아들 피터(스티브 잰)가 쇼를 떠맡는다. 그러나 피터는 “곰의 이름은 시카고 풋볼팀 곰에서 따왔다”고 설명할 정도로 동물에 대해 무식한 친구.
시청률이 급락하고 쇼가 취소될 위기에 처해지면서 피터와 그의 쇼 파트너 프레드는 진짜로 뭔가 큰 아이디어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됐다. 이때 피터 앞에 아버지의 옛 친구가 나타나 전설적 괴물 빅 후트가 숨어 살고 있는 곳을 가리켜 주는 지도가 있으니 사라고 제의한다.
이 지도를 손에 쥔 피터가 잡탕 다큐 제작팀을 구성해 에콰도르의 정글로 들어가면서 온갖 재난이 발생한다. R. 전지역.


‘리버티 키드’(Liberty Kid)

9.11 사태로 자유의 여신상 구내 매점 종업원직을 잃은 두 젊은이의 브루클린 거리에서의 생존 이야기.
도미니카계인 데릭은 대학에 가는 것이 꿈이나 두 아이의 양육비 등 돈에 쪼들려 좌절감에 빠져 있다. 데릭의 친구로 성질 급한 티코는 타고난 거리의 젊은이. 돈에 궁한 데릭을 끌어들여 길에서 마약을 팔게 하고 또 가짜 차사고로 보험금을 타내는 일 등에 참여시킨다.
둘이 이렇게 출구가 없는 급박한 상황에 빠지면서 우정마저 시련을 맞게 되는데 데릭에게 희소식이 날아든다. 데릭이 대입 자격을 얻게 된 것. 그러나 학비가 없는 데릭은 모병관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믿고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 군에 입대한다.
성인용. 그랜드 4플렉스(213-617-0268).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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