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 바라보기-좋은 친구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 하나

2008-0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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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듯이 사람들은 나이가 들며 그리고 살아가며 나름대로의 내 친구를 알아내는 방법, 그 친구와 오래 사귀는 방법들을 터득해 나가며 친구들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자라며 갖게 된 서로 각자만의 친구 사귀는 방법을 가지게 되자 여러 만남 중에 분명 마음 맞는 친구가 생기게 된다.
어떤 사람은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항상 같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를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조용하지만 별 이야기 없이 친구들과 순탄하게 지내고, 또 어떤 사람은 항상 사람들이 곁에 많아 즐거워 보이지만 결국에는 말이 많아 다 자란 어른이 되어도 자기가 한 말들 때문에 해명을 하느라 다투는 사람들을 아줌마가 되어서도 나는 종종 본다. 분명 친구를 사귀는 방법과 친구를 대하는 마음은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는 것만으로는 자연히 성숙해지는 것이 아님을 여기저기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내 눈으로 보며 깨닫게 된다.
나의 경우는 낯을 가리지는 않지만 많은 친구들을 갖고 늘 바쁜 것처럼 보이는 것보다는 소수이지만 한 친구를 사귀기로 마음을 먹으면 온 마음을 다 열어주고, 마음으로 먼저 가까이 다가가는 친구 사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친구를 사귀면 아주 오랫동안 좋은 친구를 맺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덧 나는 좋은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알게 되었지만 그 보다 먼저 좋은 친구가 될 사람을 먼저 알아내는 방법도 그 동안 알아낸 것 같다.
내가 갖게 된 좋은 친구를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아주 간단히 아이와 동물을 사랑하는 친구를 먼저 만나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이 사람이라 하지만 사람, 나는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의 모든 것에는 예외도 존재하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아이에게 친절한 사람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먼저 좋은 친구가 될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나는 늘 느낀다.
아이와 동물은 서로 자신을 표현하기에 미숙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눈동자를 바라본다면 그들도 마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표현이 서툰 아이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말 못하는 강아지의 눈빛을 읽을 줄 알고, 고양이의 몸짓과 소리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분명 말을 할 줄 아는 다 자란 친구의 마음 정도는 아주 잘 헤아리는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확신이 내게는 있다.
그러고 보면 제일 오래 된 내 친구 영미는 아홉 마리의 토끼 때문에 집을 넓히고 싶다는 토끼엄마이고, 나와 인터넷으로 만나 햇수로 4 년 째 만나는 서원언니는 큰 강아지 셔리 때문에 먼 여행은 하지 못하겠다는 마음 따뜻한 셔리엄마이고, 멀리 눈이 내리는 곳에 사는 소양언니는 강아지 비스켓의 엄마이다. 그 뿐 아니라 내 친구들 중에 가만 보면 강아지, 고양이, 물고기 등을 애지중지 키우는 윤진 언니, 쪽지 친구 정수연 님, 언제나 밝은 복희언니, 내 동생 정아, 회진언니까지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내게는 참 많다.
물론 자신의 아이를, 내가 기르는 동물을 누가 사랑하지 않겠냐고 사람들이 내게 반문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와 그 친구의 아이에게도 동물에게도 친절한 사람은 분명 마음이 다르다. 그들은 인간의 소중함과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마음의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음의 예의를 갖춘 사람은 친구하기 참 좋다.
그러고 보니 예전부터 내 아버지가 그러셨다. 나무를 좋아하고, 꽃을 키우는 사람치고 못 된 사람이 없다고. 아버지는 내게 예전부터 좋은 친구를 알아내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계셨나보다.

김정연
<화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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