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 이야기-초대

2008-0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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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승욱이 어머니, 여기 북가주입니다” “어쩐 일이세요?”
1년전 북가주 밀알에서의 부모간담회에 강사로 간 적이 있었다. 후에 다시 한번 초청을 하고 싶다고 하신 북가주 밀알 단장님의 전화다. 이번 북가주 밀알의 밤의 강사로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바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하루 생각을 하고 전화를 드렸다. “제가 뭘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불러주시면 가겠습니다.”
의외로 용감한 부분이 있는 승욱이 엄마, 겁없이 가겠다고 한 후 얼마나 맘 고생, 몸 고생을 했는지 지금부터 ‘북가주 밀알로의 초대’ 이야기를 실어봅니다.
북가주에 승욱이와 함께 가기로 결정한 후 준비하는 것이 없을 것 같아 룰루랄라 시간을 보낼 무렵 2년 전에 찍은 승욱이 영상을 들고 가기가 너무 준비부족, 성의 없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애들의 2년 성장기간은 어른의 20년 노화기간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므로 다시 한번 영상을 찍어야겠다는 계획을 갖게 되었다. 2년 전보다 승욱이가 너무 많이 자랐고, 학교와 기숙사 그리고 스피치 교육까지 여러모로 변한 부분이 많은 것이 영상을 찍게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2년전 승욱이의 영상을 찍어준 박미진 자매와의 극적인 만남을 가진 후 우린 우여곡절 끝에 다시 영상작업을 함께 하기로 했다. 영상을 만들려면 일단 승욱이가 가는 모든 곳을 따라다니며 찍어서 나중에 주제에 맞게 편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영상작업이다.
처음부터 우린 난관에 봉착했다. 기숙사, 학교 두 군데서 영상 찍는 것을 거절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승욱이가 일주일 중에 5일은 학교와 기숙사에 머무는데 그 곳을 찍지 못하게 하면 어쩌란건가. 촬영 거절을 당하면 물러설 승욱이 엄마겠는가! 워낙 승욱이를 키우면서 거절을 많이 당해서인지 한번, 두번 거절당해도 마음의 조급함이 없다. 게다가 영상을 찍어주는 미진 자매님의 성격은 나보다 더 한 수 위다. 촬영거부를 당하면 일단 제일 먼저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는 말 “우와~이번에 영상은 진짜 잘 나올 것 같아요. 이런 어려움이 있어야 진액을 뽑아내거든요. 좌절, 실망 물렀거랏” 나를 언제나 웃게 만들어 주는 자매가 너무 고마웠다.
하여간 많은 거절을 당한 승욱이 엄마의 노하우는 일단 얼굴로 몸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부탁을 했을 때 십중팔구는 무사통과였던 경험을 살려 난 기숙사와 학교를 직접 찾았다.
헉? 근데 이게 웬일? 이젠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미인계도 통하지 않았나 보다. 단번에 “NO”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번 다니던 사립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공립학교는 뭐가 그리 까다로운지 절대 촬영불가란다. “승욱이만 찍는다. 승욱이만” 승욱이 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영상을 찍는 목적을 설명하고 북가주 밀알에서 보내준 공문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비장의 히든카드를 비굴하게 하나 뽑았다. 비난을 받아도 난 어쩔 수 없다. 해마다 우리교회에서는 승욱이 학교에 적지 않은 돈(?)을 기부하고 있다. 장애학교에 필요한 물품을 구비하라고 보내주시는 것이다. 교회 구제헌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이니 얼마나 귀한 돈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한인사회에 더 많은 관심이 이 학교로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장선생님이 많이 고마워하는 눈치다. 일단 교육청에 전화해서 물어본 후에 될 수 있으면 촬영을 하게 해주겠다고 긍정적인 답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북가주로의 초대. 처음부터 쉽지 않은 일들이 터지기 시작이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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