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으로 이사가요”회색고래들 ‘석별의 물꽃 쇼’

북태평양 수염고래인 그레이 웨일(Pacific Gray Whales)이 캘리포니아 연안을 따라 이주하는 고래철이 돌아왔다. 매년 가을이 되면 고향인 알래스카와 캄차카반도 사이 베링해에서부터 따뜻한 남쪽 바다를 향해 이주를 시작하여, 한겨울 바하 캘리포니아와 걸프 오브 캘리포니아 인근에서 새끼를 낳고, 그 아기 고래들이 여행을 떠날 만큼 자라는12월말부터 3월 사이에 다시 베링해로 돌아가는 8,000~1만1,000킬로미터의 긴 여정. 수염고래들의 그런 움직임과 함께 한겨울 태평양의오묘한 여러 빛깔에 젖어보는 고래구경 투어 및 크루즈는틀림없이 색다른 기분 전환을 가져다준다.
때로는 사람처럼 다정하고 영리하면서도 이따금 맹수처럼용맹하고 거친 면모를 보이는 수염고래와 더불어 다양한바다 동물들을 만끽할 만한 웨일 워칭 서비스 중에서 해양학자들이 이끄는 아콰리엄 프로그램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남가주 고래구경 투어

겨울철 남가주 바다에서 그레이 웨일 이외에 많이 보이는 고래로는 흰긴수염고래 ‘블루 웨일’, 범고래 ‘킬러 웨일’, 긴수염고래 ‘핀 웨일’, 밍크고래 ‘밍크 웨일’, 혹등고래 ‘험프백 웨일’ 등이 있으며, 돌고래 종류로 청백돌고래 ‘바틀노우즈 돌핀’, 커먼돌고래 ‘커먼 돌핀’, 흰옆구리돌고래 ‘퍼시픽 와이트 사이디드 돌핀’, 리소돌고래 ‘리소스 돌핀’, 작은 킬러웨일 모습을 한 돌고래 ‘달스 퍼포스’ 등이 있다.
기타 해양 동물로는 바다사자 ‘시라이언’, 바다표범 ‘하버 실’과 갈매기를 비롯한 바다새들 다수가 있다.


북태평양 수염고래 ‘그레이 웨일’이 수면 위로 높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카브리오 머린 아콰리엄(Cabrillo Marine Aquarium)
12월 말부터 3월까지 두시간반 동안 카브리오 연안에서 고래 구경을 하는 보트 트립이 마련되어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30분에 출발하여 오후 1시께 돌아온다. 아콰리엄에서 훈련된 자원봉사 안내자와 미국 고래연구회인 ACS(American Cetacean Society)의 LA지부 회원들이 동행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해양동물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문의는 (310)548-8397, 또는 www.cabrilloaq.org
한편 2월24일과 3월16일에는 고래에 관한 모든 것(Complete Whalewatch) 시간이 마련되어 오전 9시30분부터 슬라이드쇼와 설명회에 이어 실제 고래구경 투어를 통해 수염고래와 다른 여러 바다 동물을 관찰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2시까지 진행된다. 비용은 1인당 20달러이며, 예약을 반드시 해야 한다. 문의 (310)548-7562 x223 (Larry Fukuhara)
이보다 더 긴 시간을 갖고 자세히 고래 관찰에 나서고 싶은 경우에는 바하 탐험 어드벤처 여행(Baja Adventure)을 권할 만하다. 올해로 34년째를 맞는 기획 프로그램으로서 수염고래가 아기를 낳는 바하 캘리포니아의 샌이그나시오 라군을 방문하여 도시 바다에서는 도저히 느껴볼 수 없는 진귀한 체험을 하게 된다.
또한 고래뿐 아니라 바다사자, 바다표범, 다양한 해안 조류들의 보금자리를 찾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멕시코 섬들의 독특한 자연을 누리면서 지질학 및 원산지 식물 탐구를 곁들인 하이킹 등도 하게 된다.
기간은 2월25일부터 3월4일. 인원은 총 30명으로 제한되었다. 1인당 비용은 2,295달러에 크루즈 멤버들에게 주는 감사비 150달러가 추가된다. 문의 (310)548-7562 x223(Larry Fukuhara)


킬러웨일과 비슷하게 매끄러운 외모에 날렵하고 영리한 성향을 가진 퍼시픽 화이트 사이디드 돌핀. 고래 구경에 나선 크루즈 배와 나란히 헤엄치다가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기도 한다.

아콰리엄 오브 더 퍼시픽(Aquarium of the Pacific)
1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두시간 반짜리 크루즈가 매일 오후 12시와 3시, 두차례 출발한다. 롱비치 레인보우 하버에서 출발하여 수염고래, 바틀노우즈 돌고래, 바다사자 등을 가까이에서 만나보게 된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배 안에서 해양학자가 이끄는 설명회가 진행되고 다양한 핸즈-온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동행하면 좋다는 것.
3월 이후에는 봄을 맞아 이동하는 조류를 공부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비용은 성인 39.95달러, 어린이 28.95달러. 문의 (562)590-3100 x0, 또는 www. aquariumofpacific.org


12월말부터 4월은 남가주 해안에서 고래와 돌고래를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는 철이어서 고래 구경 투어가 한창 인기다.

샌타모니카 피어 아콰리엄(Santa Monica Pier Aquarium)
어린 자녀가 있거나 멀미를 심하게 해서 배를 타고 싶지 않다면 피어에서 고래구경을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샌타모니카 아콰리엄에서는 2월2~3일 이틀간 고래 주말행사를 갖는다. 고래 전시품 다수를 구경할 수 있고, 고래와 관련된 영화 감상, 인형극, 해양 생물 관련 실험, 공작시간 등에 이어 피어 끝에서 멀리 보이는 고래를 구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간은 오후 12시30분부터 5시. 비용은 성인 2달러에 기부금 5달러, 12세 이하는 무료. 문의 (310)393-6149 x102


최고 50피트 길이에 7만9,000파운드의 몸무게를 가진 혹등고래 험프백 웨일의 꼬리. 꼬리 모양이 제각기 달라서, 꼬리만으로도 구분이 가능한 특징을 가졌다.

대너포인트 페스티벌 오브 더 웨일즈(Dana Point festival of the Whales)
남가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다는 대너포인트에서 3월 첫째와 둘째 주말, 대대적인 고래축제를 펼친다. 고래구경은 물론, 아트 쇼와 영화 상영 등의 행사와 스트릿 페어의 다양한 부스에서 고래 관련 정보 및 상품을 만날 수 있고, 초대형 고래 풍선과 인형이 춤추는 퍼레이드도 열린다.
고래 구경은 하버에서 투어 서비스를 찾거나, 200피트 절벽인 헤드랜드에서 멀리 보이는 고래를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
문의 (888)440-4309, 또는 (949)472-7888


겨울철 남가주 해안 가까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퍼시픽 그레이 웨일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바하 캘리포니아 웨일 워칭 투어의 한 장면.

■고래구경 투어 항구
남가주 각 하버에서 운영하거나 정박시설을 갖춘 크루즈 회사들에서 고래구경 투어를 제공한다. 해변에서 20~30분 거리까지 나갔다가 이내 돌아오는 1시간짜리부터 먼 바다로 나가서 오래 관찰하는 3~4시간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으며, 개인 선박과 안내인을 대여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고래구경 투어가 출발하는 항구들은 다음과 같다.
벤추라카운티: 벤추라 하버, 옥스나드 하버
LA카운티: 샌피드로 하버, 롱비치 하버, 레돈도 하버, 머리나 델레이 하버, 카탈리나 섬
오렌지카운티: 뉴포트 하버, 대너포인트 하버
샌디에고카운티: 샌디에고 하버, 미션베이 하버

북태평양 수염고래 ‘그레이 웨일’
▲역사: 한때 북대서양과 북태평양 두 군데 서식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대서양에서는 오래전 지나친 사냥으로 인해 자취를 감추었고, 북태평양 서부로 불리는 한국 동해바다에서도 멸종위기에 놓인 상태. 유일하게 건재한 지역이 북태평양 동부인 미국과 캐나다 서해안인데, 1937년 부분적인 보호정책이 시작되어 1947년부터 포획이 완전히 금지되면서 서서히 숫자가 회복되어 이제는 1만9,000~2만3,000마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형: 유선형 몸에, 머리 역시 유선형으로 끝이 좁아지는 모양이다. 입을 옆에서 보면 윗부분이 아래 부분을 덮어씌우듯 아치 모양을 하고 있다. 갈라진 꼬리인 플루크(fluke)는 10~12피트 크기이며, 등에 핀(fin) 대신 혹과 6~12개 가량의 튀어나온 마디가 있다.
▲빛깔: 이름 그대로 회색빛이다. 진회색 피부에 옅은 회색과 흰색의 반점이 얼룩처럼 나있다. 갓 태어난 아기 수염고래는 검은색에 가까운 진회색을 띠다가 차츰 반점을 만들어간다.
▲길이와 무게: 수놈이 45~46피트 길이이며, 암놈은 이보다 조금 더 길다. 몸무게는 30~40톤(2만7,200~3만6,300킬로그램).
▲먹이: 바닥에 사는 서관층 튜브 웜(tube worm)이나 갑각류 앰퍼포즈(amphipods)를 주로 먹는다.
▲성향: 영리하고 온순하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고래구경하는 배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 쓰다듬어 주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과거 고래사냥이 성행하던 시절에는 포획당할 때 가장 처절하고 심하게 끝까지 저항하는 고래로 유명해서 ‘마귀 물고기’(Devil Fish)라는 별명이 따라다닌 바 있다. 새끼고래를 보호하는 성향이 강해서 킬러 웨일의 공격을 받으면 무섭게 싸우고, 목숨을 잃거나 이빨자국이 남은 상처를 꼬리와 몸에 지닌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