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다에 떠다니는 ‘디즈니랜드’

2008-01-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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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화씨 가족여행담 통해 본 디즈니 크루즈

몇 년 전부터 크루즈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키마우스 등 각종 디즈니 캐릭터와 여행 일정 내내 함께 하는 ‘디즈니 크루즈’ 여행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들을 위한 테마 있는 최고 인기 크루즈로 손꼽힌다. 어바인 헤리티지 도서관에서 한국어 구연동화를 진행하며 ‘이야기 아줌마’로 통하는 이은화씨(37) 가족이 지난 크리스마스 때 두딸 예슬(11), 예림이(8)를 데리고 꿈과 환상의 여행 디즈니 크루즈를 다녀왔다. 이씨 가족은 워낙 한국에서부터 여행을 자주 즐겨온 여행 매니아 가족. 꼼꼼하게 여행준비를 하는 남편 이문걸(39·컴퓨터엔지니어)씨와 함께 미국 생활 5년만에 미국 곳곳 안 가본 여행지가 없을 정도란다. 그런 이씨 가족이지만 “디즈니 크루즈 여행은 어른들은 ‘임금님’과 ‘왕비님’이 돼 잃어버린 동심을 찾는 계기를, 아이들은 ‘공주님’이 돼 여행을 하는 즐거움이 특별하다”고 칭찬이 대단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가정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디즈니 크루즈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봤을 터. 한복까지 준비해 크루즈 선상을 누볐던 이은화씨 가족의 생생한 여행담을 통해 디즈니 크루즈의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

어떻게 예약하나
여행을 계획한 것은 지난해 6월. “아이들이 한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약속한 디즈니 크루즈를 다녀와야겠다”고 결정하고 남편 이문걸씨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기 시작, 여행가기 2개월 전 인터넷 웹사이트(disneycruise.com)를 통해 최종 결재를 했다.
이씨는 “크루즈만 타느냐, 크루즈와 항공권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또 어떤 방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랐어요. 크루즈만 예약하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도 두드려 봤지만, 항공권이나 호텔 숙박 등을 다 따로 찾다보니 돈이 이중으로 들겠더라구요. 한번 결재하는 간편함도 있어서 디즈니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했지요”라고 설명했다.
익스페디아(expedia.com)나 프라이스라인(Priceline.com), 베케이션 투고 닷컴(www. vacationstogo. com) 등에서도 크루즈 할인 티켓을 찾아볼 수 있지만 디즈니 크루즈에서 1년 전에 미리 예약하면 좋은 가격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급 객실인 카테고리 1, 2의 경우 예약이 빨리 매진되기도 한다.
예약 문의 (800)951-3532


비용은…
이씨 가족이 지불한 비용은 가족 4명이 5,090달러. 여기에는 LA에서 올랜도까지의 항공권, 호텔 1박, 호텔에서 항구까지 버스 이용료, 식사, 액티비티가 모두 포함돼 있다.
3박4일의 바하마 크루즈는 대략 2,149~3,099달러(로열 스위트룸, 2인 기준)에서부터 적게는 389~1,149달러(카테고리 12를 선택할 경우, 2인 기준)선. 성수기(여름, 크리스마스 할러데이, 부활절 스프링 브레이크 등)에 속해 가격이 다소 센 편. 월별로는 9월이 가장 싸다.
처음 배에 도착하면 가족 모두에게 카드가 지급되는데, 와인이나 병물, 또는 상품 살 때, 디즈니 캐스터웨이 섬에서 스노클링(옵션) 등을 할 때 이용하면 나중에 결재되기 때문에 현금이 일체 필요 없다. 자잘한 비용으로 대략 팁, 옵션(스노클링 일인당 32달러, 바하마섬 투어 버스) 등 포함 1,000달러 정도 따로 썼다.
이문걸씨 조언에 따르면 이런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면 절약할 수 있다고. 디즈니 사진사가 따라다니며 전문 사진을 찍어주는데 사진을 모두 찾으면 역시 1,000달러 정도 소요된다.
또 여행보험을 들면 추가로 200달러 정도 소요된다. 팁은 하루 10달러 정도 쓰게 된다.
이문걸씨는 “아주 저렴한 배낭여행도 다녀보고, 밴을 몰면서 식사도 해먹으면서 최대한 비용을 아끼는 자동차 여행도 다녔는데, 이번 여행만큼은 업그레이드 된 여행으로 선택해 다른 때보다 돈을 아끼지 않았지만 전혀 후회가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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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크루즈는 작은 문화 공간이다. 모든 디즈니 캐릭터가 등장해 환상과 꿈을 심어주는 뮤지컬 ‘드림’의 한 장면.

일정 정하기
디즈니 크루즈의 배는 디즈니 원더, 디즈니 매직 이스턴, 디즈니 매직 웨스턴 등이 있다. 이씨 가족이 탄 배의 이름은 디즈니 원더(Disney Wonder).
일정은 바하마 크루즈 3박4일, 4박5일 코스가 있으며, 7박8일 코스로는 디즈니 월드에서 3일을 보내고, 4일은 크루즈 여행 또는 4일간 디즈니 월드 투어와 3일 크루즈 여행 등에서 고를 수 있다. 또한 7박8일짜리 캐러비안 크루즈도 인기.
이씨 가족은 3박4일 바하마 크루즈를 선택했다.
수요일(19일) LA를 출발, 올랜도에 도착해 하룻밤을 하야트 리전시 호텔에서 묵은 뒤, 목요일 캐너버럴(Canaveral) 항에서 승선, 금요일에는 바하마의 수도 낫소(Nassau)에 도착해 하루를 보내고, 토요일에는 디즈니 섬인 캐스터웨이 케이(Castaway Cay)에서 신나는 바닷가 물놀이를 즐긴 후 일요일에 다시 캐너버럴 항으로 되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옵션으로는 바하마 섬 역사 및 시티 투어, 디즈니 캐스터웨이 섬에서의 물놀이 및 스노클링.
바하마 섬 시티 투어는 바하마 섬 낫소에 도착해 바하마의 역사를 둘러보고 벼룩시장도 구경하는 코스다.
특히 아이들은 디즈니 캐스터웨이 섬에서의 물놀이가 특별했다고 한다. 에메럴드빛 바다는 너무나 맑고 깨끗해 스노클링이 더욱 즐거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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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이예슬(왼쪽), 이예림양이 배에서 내려 바하마로 입국하는 모습. 간단한 입국심사대가 있다.

왕같은 대접…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까지

바하마 코스 2인 기준 3박4일 389~3,099달러
9월이 가장 싸… 옵션 등 1인당 1,000달러선

식사
먼저저녁식사 일정을 크루즈 예약 때 함께 정하게 된다. 저녁식사는 미리 예약하며 첫 번째 저녁식사는 오후 5시45분, 두 번째는 8시15분에 선택할 수 있다. 이씨 가족은 3번의 저녁식사 모두 다른 레스토랑을 지정했다.
특히 디즈니 크루즈 웹사이트에서 조언한대로 이씨 부부는 팔로(Palo) 레스토랑에서의 부부만의 식사를 예약했다. 정장을 하고 식사할 수 있는 곳으로 성인만 들어갈 수 있으며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곳이다. 예약할 때는 한국 식사도 원한다고 하면 김밥, 김치볶음밥 등도 주문할 수 있으며 푸드 앨러지에 대해 미리 알려줄 수도 있다.
디저트 바와 일반 바가 오픈돼 있어 24시간 내내 먹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비용도 모두 포함돼 있다. 팔로 레스토랑 역시 별도 비용이 필요 없다.
와인과 병물은 별도 계산하는데 병물은 에비앙으로 한 병당 2.50달러선. 디즈니 캐스터웨이 케이 섬에서의 음식도 모두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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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Palo)의 브런치. 크루즈 안에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마련돼 있으며 24시간 내내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전용 객실 선택
크게 보면 오션뷰(ocean view)냐, 또는 베란다가 있느냐로 구분할 수 있다. 카테고리 12까지 고를 수 있는데, 퀸사이즈 베드와 2개의 트윈 베드 중에서 고를 수 있으며 각 방마다 소파-벙커 베드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소파가 마련돼 있다.
최고 7명까지 수용하는 카테고리 1은 로열 스위트룸으로 베란다가 있다. 카테고리 1~7까지는 베란다가 있어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항해할 수 있는 장점이 매력적. 3~4명 또는 5명이 잘 수 있다. 카테고리 8~9는 오션뷰를 갖췄지만 베란다는 없다. 3~4명까지 잘 수 있다. 카테고리 10~12까지는 인사이드 객실들로 오션뷰나 베란다가 없다. 3~4명까지 잘 수 있으며 비교적 저렴한 편. 물론 저렴한 객실을 선택했다고 해서 서비스의 질이 낮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은 전혀 없다.
이씨 가족은 카테고리 6의 4명이 잘 수 있는 방으로 골라 베란다를 갖춘 방을 선택했다. 배에서 6층에 해당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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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크루즈는 하나서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디즈니와 미키마우스가 테마다.

어린이 프로그램
매일 매일이 디즈니 테마다. 또 매일 매일 테마가 다 다르다. 배 자체도 복도에서부터 바닥, 수영장까지 모두 모양이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가 총 출연한다. 디즈니의 모든 캐릭터를 수시로 만나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심지어 아침식사에 나오는 와플부터 케첩 소스까지 미키마우스 모양이다. 또 다시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가고 싶다는 이예슬양은 “매일 다른 테마로 모든 것이 어린이를 위해 기획됐어요”라고 감탄했다.
배에 오르면 매일 매일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스케줄을 객실로 보내주고, 3~4세, 5~7세, 8~9세, 10~12세, 틴에이저 등 연령에 따라 프로그램과 액티비티를 선택할 수 있다. 사이언스 랩, 영화보기, 뮤지컬 감상, 뮤지컬 노래 춤 배우기 등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하다.
또 매일의 뮤지컬 쇼도 다 다르다. 쇼 자체도 어느 브로드웨이 뮤지컬 못지않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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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웨이 섬에서 스노클링과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디즈니 사진사가 촬영했다.

매일 다른 디즈니 테마… 캐릭터와 사진찍기
여행기간 승객마다 남·여 2명을 고정 서버로

날씨, 드레스코드 및 기타 정보
플로리다는 캘리포니아보다 15도 정도 높다. 겨울이라 후덥지근하지 않고 선선한 날씨를 보인다. 섬에서는 다소 더운 편. 옷은 두꺼운 것에서부터 여름옷까지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또 마지막 날에는 정장하는 날이 있어 정장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이씨 가족의 경우 아이들의 드레스를 8벌이나 가져갔다. 특히 한복을 준비해 간 이은화씨는 “드레스 중에서는 한복이 가장 화려해요. 각국의 여행자들을 만나는데 한국의 미도 알리며 한국을 표현하고 싶었어요”라며 “저희 가족이 좀 튀긴 했는데(웃음),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안겨주어 즐거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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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크루즈 배에 승선하자마자 미키 마우스, 미니 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들이 나와 승선 환영 파티를 벌이며 여행시작을 더욱 설레게 한다.

디즈니 크루즈가 특별한 이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여행이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하다. 또한 성인이나 틴에이저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모든 연령별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친다. 아이가 있는 경우 부부가 따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 걱정 없이 부부만의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게 놀릴 수 있다.
이문걸씨는 “정말 세세한 것부터 하나하나 서비스가 특별하다는 느낌”이라며 “아이들에게는 여행이 무엇보다 생생한 체험이 되지요. 작은 딸 예림이가 전에 시월드에 갔을 때 물개 조련사가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디즈니랜드 캐릭터가 되고 싶다고 말해요. 여행하면서 시야를 넓혀주면 아이들이 꿈을 가지는데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여행 일정 내내 매 식사 때마다 남자 1명, 여자 1명이 승객당 고정 서버로 지정돼 메뉴 선택을 도와주고, 룸서비스도 일반 호텔이 하루 1회 정도 룸을 정비하는 것에 비해 크루즈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바로 방 정리를 해준다.
이문걸씨는 “서버나 룸서비스 등 인간적이고 세세한 서비스 때문에 미국의 팁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라며 “매일 다른 식당에 가는데도, 고정 서버 2명이 식사를 도와주고, 한국어로 간단한 인사말을 하면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을 2번의 식사 후 바로 기억하는 등 특별한 대접을 받았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은화씨는 “일상에서 벗어나 정말 왕비가 된 듯한 느낌으로 여행을 즐겼어요. 살림만 하는 아줌마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드레스도 입어보고, 남편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11년간의 결혼생활도 되돌아보는 진지한 대화도 나눴답니다”라고 행복해 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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