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야동’ 소동

2008-01-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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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열한 살, 열살, 아홉 살, 여덟 살 줄줄이 사탕으로 아이들이 있다. 주중에는 위로부터 셋이 난리 부루스를 치고 있고, 주말이면 네 아이가 난리를 치고 있으니 애들 밥 챙겨 주다보면 난 밥을 먹었는지 조차 잊을 때도 많다. 위로 세 녀석이 잘 놀 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로 서로가 아군처럼 아껴주지만 수가 틀리면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을 만큼 적군이 되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중에 하루에도 열두번씩 적군이 됐다, 아군이 됐다 하는 아이들이 승욱이가 오면 절대 평정을 찾는 것이 엄마인 나로서 신기할 따름이다.
토요일 오후, 승욱이 간식을 만들고 있는데 2층 컴퓨터 방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소리를 들어보니 제법 큰 싸움이 벌어진 것 같다. 애들이 싸우면 일단 외면하는 것이 나의 첫 단계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비명과 괴성이 장난이 아니다. 난 바로 2단계로 돌입하여 “엄마가 2층에 올라가면 다들 혼나 알지?” 경고를 하고 나서도 울고불고 쥐어뜯는 소리가 나고 뭔가를 집어던지기까지 하니 3단계로 돌입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작대기 하나를 들고 “하나, 둘, 셋 지금 엄마 올라간다” 한 손에는 승욱이를 붙잡고 이층으로 올라왔더니 나의 무서움(?)을 아는 녀석들이 차렷 자세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서 있다. 한번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큰아들이 눈물자국이 얼굴에 가득이다.
“뭐야? 뭐가 그리 난리인데?” “누나가” “네가” “쟤가” 서로가 자기가 잘못이 아니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으니 사건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을 알아본즉, 컴퓨터에서 오락게임을 찾고 있던 우리 큰아들이 남자 조카와 함께 이곳 저곳 사이트를 들어가도 좋아하는 게임을 찾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그때 우리 제일 큰 여자 조카가 자기가 사이트를 찾아주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았고 타이프를 잘못 쳤는지 어쨌는지 순간 컴퓨터 화면에 야동(야한 동영상) 화면이 뜬 것이다. 여자가 옷을 거의 다 벗고 가릴 데도 제대로 가리지 않고 스크린에 떴으니 순간 애들이 얼마나 당황을 했던지.
어느 정도 지각이 있는 열한살짜리 여자 조카는 화면을 빠져나가려 Exit을 찾았지만 알다시피 이상한 사이트는 Exit이 화면 위에 나오질 않는 것이 제일 당혹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Exit을 찾지 못해 결국 여자조카가 컴퓨터 전원을 뽑아 버렸고, 남자애들 둘은 누나가 일부러 야동사이트를 열어서 컴퓨터가 고장났다고 옥신각신 소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아직 야동이 나쁜 건지 어쩐지도 모르는 애들에게 작은 충격이 있었던지 내가 설명을 해주는데도 야동 사이트를 열은 누나가 나빴다고 정말 나쁜 짓을 했다고 녀석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승욱이는 내 손을 잡고 서 있다가 형하고 누나가 고래고함을 지르고 있으니 히죽히죽 배시시 웃고 있다. 애들 넷을 다 앉혀놓고 나쁜 어른들이 나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제일 나빴다고 말해주고, 인터넷은 숙제할 때 아니면 엄마가 옆에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약속을 정했다. 교육적으로 집에서 아이들에게 나쁜 사이트에 접속하지 말 것을 가르쳤어야 하는데 나의 소홀함에 반성을 했다. 이제 사춘기로 가는 아이들에게 성교육도 집에서 가르치고, 남자로 여자로 몸가짐도 가르쳐야 할 때가 오는 것 같다.
완전 차단된 절대 순수공간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으니 험한 세상에서 악하고 나쁜 것을 이겨나가는 지혜를 가르쳐야겠다. 그러려면 엄마가 지혜로워야 하는데 걱정이다. 휴...
그리고, 야동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 당신의 자녀들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언제든 잊지 말아주세요.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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