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캘리포니아 겨울여행지

2007-12-28 (금)
크게 작게
가는 곳마다 설화 만발...’천국이 여기’

하얀 눈과 코끝이 아른해지는 바람, 그리고 빙초산 냄새가 나는 한국의 12월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햇살 많은 남가주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겨울 분위기를 느낄 만한 여행지를 찾아 떠나고 싶어지는 철이 왔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휴가를 계획하지 않은 경우, 연말에 유명 휴가지 숙소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이번 주 소개하는 네 곳의 여행지는 캘리포니아 내에서 겨울 분위기를 최대한 만끽할 수 있으면서 뒤늦게 예약을 시도해도 방을 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또한 각기 독특한 멋이 있어서 평범한 스키장 휴가보다 색다른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
올 겨울이 가기 전에 다른 어느 해보다도 멋진 겨울 휴가를 약속해 줄 만한 캘리포니아 최고의 겨울 천국을 찾아본다.

한곳서 스키+산행…추워도 즐겁고 눈오면 더 좋다


준 레익과 앤젤 애담스 윌더니스, 시에라네바다 산
(June Lake & Ansel Adams Wilderness, Sierra Nevada Mountains)
시에라네바다라고 하면 당연히 맘모스(Mammoth) 스키장을 떠올리게 되지만, 흔한 겨울 스포츠 보다도 낚시나 사진 촬영과 같이 조금 이색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맘모스 레익와 요세미티에서 가까운 호수 마을 ‘준 레익’와 자연 보호지구 ‘앤젤 애담스 윌더니스’를 한번쯤 방문해 볼만 하다. 두 곳 모두 스키 타운에 인접하기 때문에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방문하거나, 1박 이상 머물면서 천천히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도 색다른 기분을 줄 수 있다.
준 레익는 네개의 호수가 고리처럼 둥그렇게 돌아가면서 한 지역을 이루고 있는 호젓한 산중 마을. 물이 많아서 낚시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하이킹, 캠핑, 그리고 철마다 아름답게 변하는 전경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맘모스와도 가깝지만, 준 마운틴 스키장까지 갖추고 있어서 스키, 스노보딩, 슬레딩, 얼음산 타기, 아이스 스케이팅, 스노모빌 타기 등을 비교적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앤젤 애담스 윌더니스는 사진작가 애담스가 요세미티와 함께 가장 많이 카메라에 담은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23만1,000에이커의 방대한 공간 안에 초원, 강, 호수, 7,000~1만4,000피트 높이의 산 등을 갖추어서 동부 시에라네바다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단, 이곳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원칙에 따라 방문자가 준수해야 하는 규칙이 까다로운 편이어서 예약시 세밀한 주의사항을 전달받거나 웹사이트를 통해 허락되는 준비물을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눈이 많이 오면 300마일에 달하는 하이킹 트레일의 일부가 폐쇄되므로 날씨 및 입장 여부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HSPACE=5

사진작가 앤젤 애담스가 요세미티와 함께 가장 많이 카메라에 담았다는 앤젤 애담스 윌더니스의 겨울 풍경.

■앤젤 애담스 윌더니스 문의 및 예약:
산악 서비스(USDA National Service, www.fs.fed.us), 또는 산악 관리국 (760)873-2400(Inyo National Forest), (559)297-0706(Sierra National Forest), 준 레익에 관한 내용은 http://junelakeloop.com, http:// junelakeloop.org, (760)648-7584(June Lake Chamber).

헤븐리, 레익 타호 (Heavenly, Lake Tahoe)

10여개의 스키장과 주변 숲속에 숨어 있는 콘도, 호수를 끼고 있는 카지노, 호텔, 클럽 등 겨울산의 아름다움에 고급 관광지의 매력을 골고루 갖춘 타호는 한마디로 최상의 겨울 여행지.
‘미서부 최고의 겨울 휴가지’ ‘남성들이 선정하는 미국내 최고 겨울여행 목적지’ 등의 조사에서 수년간 1위를 고수해 왔다. 성수기를 맞은 요즘 묵을 곳이 있을지 의심하게 되지만, 스키장에 가까운 콘도를 고집하지만 않으면 워낙 다양한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주중에 방을 구할 수 있다.
타호 내에서도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을 꼽는다면 단연 헤븐리 밸리다. 서부 최대 규모인 헤븐리 스키장(Heavenly Mountain Resort)은 스키와 보드 매니아들이 꿈에도 그리는 놀이터. 3,500피트 길이의 수직 하강 슬로프를 시속 100마일로 미끄러지거나, 중간급 슬로프에서 에머럴드 베이 호수의 전경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내려오다 보면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HSPACE=5

레익 타호의 헤븐리 밸리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눈 덮인 산 정상을 향해 가는 곤돌라.

오후 5시께까지 스키장에서 지내다가 저녁 시간을 호텔과 카지노 주변에서 보내면 놀거리가 많다. 특히 호수 쪽에 위치한 고층 호텔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면 환상적인 석양을 볼 수 있다. 미리 알아보고 숙소 예약 시 테이블을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곤돌라 라이드를 권할 만하다. 스테이트라인 서쪽으로 반블럭 떨어진 장소에서 출발하여, 헤븐리산 정상을 향해 2.4마일 거리를 12분 동안 올라간다. 해발 9,123피트 높이에 도달하면 중간 관망대에 잠시 멈춰 서는데, 찻집과 망원경 등 호수와 주변 정경을 둘러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어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다시 곤돌라에 올라 ‘어드벤처 피크’ 정상에 오르면 온 세상을 발아래에 둔 느낌이 들도록 아찔한 레익 타호의 전경을 360도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식당에서 간식이나 식사를 즐기고 간단한 놀이, 산책 등을 할 수 있다. 겨울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HSPACE=5

서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헤븐리 스키장은 연평균 380 인치의 눈이 내리는 겨울 스포츠의 천국. 총 95개 트레일과 30개 리프트가 마련되어 있다.

■레익 타호 문의
www.visitinglaketahoe. com에서 South Shore를 선택하면 헤븐리 지역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문의는 1-800-AT-TAHOE로 하면 된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 연락처는 1-800-HEAVENLY, (775) 586-7000, 또는 www.skiheavenly.com.

요세미티 국립공원 (Yosemite National Park)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요세미티를 완전히 개인 공원처럼 누릴 수 있는 때가 바로 겨울철이다. 남가주에서 찾기 어려운 눈 덮인 자연을 만끽하고 한껏 겨울 분위기에 젖어 볼 수 있으며, 공원 주변 숙박시설들은 대개 오프시즌 가격을 적용해서 10-30달러 정도 저렴하거나, 일부 시설에서는 주중에 하이시즌의 절반 수준인 스페셜 가격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설경과 평화로움 이외에 즐길 거리로는 스키, 스노슈잉, 아이스 스케이팅 등을 들 수 있다. 눈이 내려도 요세미티 밸리와 와워나(Wawona) 인근은 자동차 길이 모두 열려 있으며, 밸리에서 40분 거리인 글래이시어 포인트에 위치한 배저 패스 스키장(Badger Pass Ski Area)에서 다운힐 스키를 할 수 있는데, 다른 곳에 비해 한가하고 조용해서 초보자들에게 특히 권할 만하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로 1928년 문을 연 스키 스쿨이 아직도 건재해서 아이들에게 레슨을 제공한다.

HSPACE=5

눈 덮인 요세미티 내셔널 팍. 겨울은 요세미티를 개인 공원처럼 한가하게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요세미티의 겨울이 주는 또 다른 멋은 배저 패스 스키장에서부터 시작하는 90마일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트레일과 스케이팅 레인. 배저 패스부터 글래이시어 포인트까지 21마일 왕복을 무료로 다닐 수 있고, 가이드와 함께 글래이시어 포인트에서 천막을 치고 하루를 보내는 오버나이트 크로스컨트리 트립도 시도할 수 있다.
또한 배저 패스 스키장에서 겨울산을 거니는 스노슈잉도 멋진 경험이다. 내셔널 팍 서비스 안내인인 레인저가 이끄는 스노슈 워크 투어(Snowshoe Walk Tour)가 1월부터 3월까지 가능하며, 특별히 보름달 전후 3일 동안에는 풀-문 스노슈 투어가 열린다. 눈과 얼음이 하얗게 뒤덮인 요세미티의 숲속으로 달빛이 비집고 들어오면 ‘백야’와 같이 환상적인 전경을 만나게 되어 누구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
한편 커리 빌리지(Curry Village)에서는 1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야외 스케이트장을 개장하여 누구나 아이스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

HSPACE=5

산중 예술마을 아이딜와일드의 한 모텔에 밤새 눈이 내렸다. 건물 주변에 가득한 파인 트리마다 하얀 눈꽃이 피어 환상적인 전경을 만들어 준다.

■요세미티 공원 문의:
www.yosemitepark.com
(209)372-1001

아이딜와일드, 샌하신토 산
(Idyllwild, San Jacinto Mountains)

팜스프링스 남서쪽으로 LA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산중의 예술가 타운. 도시의 복잡함과 인기 여행지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몸과 마음을 쉬면서 겨울을 만끽하고 싶을 때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의 키워드는 평화로움과 고요함. 거기에 환상적인 경관과 문화적인 요소를 더하면 아이딜와일드에서 보내는 겨울 휴가를 완전히 설명하게 된다.
사철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정경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삼나무과인 시더 트리와 마을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파인 트리, 그리고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바위산. 폭설이 내리지만 않으면 겨울에도 햇살이 많아서 하이킹, 록클라이밍 등의 활동이 인기고, 레인보우 트라우트가 많은 인근 호수에서 낚시도 가능하다.
타운 내에는 20여개의 화랑과 앤틱 가게가 모여 있고, 재즈 페스티벌의 명성에 어울리게 음악과 모든 예술을 종합한 식당, 극장, 영화관, 상점 등이 각기 개성있게 방문자들을 충족시켜 준다. 마을 전체가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일일이 둘러보는 것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여름과 가을의 화려함이 물러서는 10월 이후에는 특별 행사도 거의 없어서 다소 쓸쓸함까지 느껴지지만, 한가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적격이다.

■문의: www.idyllwild.com
www.idyllwildchamber.com
(951)659-3259, (888)659-3259

<고은주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