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 출발-만나려는데 헤어짐을 생각하지 마라

2007-12-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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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혼과 재혼에 관한 상담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실패에 대한 강박관념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재혼의 가장 큰 걸림돌로 ‘또 다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꼽혔다.
“최근에 만난 그 남성분이요, 매너도 좋고 경제력도 괜찮고 다 좋은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려요. 겉모습을 너무 따지는 것 같아요. 여자 외모 따지는 남자는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못난 얼굴은 아니지만 괜히 재혼했다가 서로 실망하고 헤어지면 어떡해요?”
실패에 대한 강박관념이 지나친 여성의 푸념이다. 이런 이들에게 또 다른 상대를 소개해 봤자 결론은 마찬가지. 물론 이해는 간다.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고, 그런 실패를 다시는 경험하지 않기 위해 요모조모 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다시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강박관념이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재혼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실패의 원인이 상대를 잘못 만난 때문이라며 이번에야말로 꼭 좋은 사람을 찾으리라는 욕심으로 필요충분조건 이상의 눈높이로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사실 생각해 보면 주된 실패 이유는 진정 나쁜 사람을 만나서라기보다는 자신과는 잘 안 맞는 상대를 만났거나 상대와 조화를 못 맞췄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시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바심을 왜 이제 막 재혼 상대를 찾는 순간에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은 상대를 찾는 순간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혼인을 시작하는 그 순간 새기고 다짐해야 할 것이다.
초혼에서 데인 상처와 씁쓸한 추억이 또 다른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감으로 작용하여 잔뜩 날을 갈아세운 채 서로를 지켜보고 있는 한 결코 좋은 인연이 탄생할 수 없다.
재혼 중매에도 원칙이 있다. 좋은 인연은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다가간다. 무슨 전투라도 벌이듯 온갖 저울질을 하는 이들은 결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없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오히려 최악의 자충수를 두게 되는 경우가 많음을 명심해야 한다.
두 번 실패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 그럴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해야 할 때는 배우자를 찾는 도중에서가 아니라 새로 찾은 배우자와 기나긴 도정을 시작할 무렵에 해야 하며, 또 다른 실패의 시작은 상대로부터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영란
<탤런트·행복출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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