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영중인 영화프로

2007-12-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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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방문’ (The Band’s Visit) ★★★½(5개 만점)

사막마을에 아로새긴 진정한 ‘인간애’

이스라엘 초청받은 이집트 경찰밴드
정치적 저의 티내지 않은 휴먼드라마


물 떠난 물고기들의 얘기. 위트와 유머 그리고 아름답고 훈훈한 감정이 있는 이스라엘 영화로 문화와 인종의 차이를 극복하는 얘기를 경쾌하고 장난치듯 즐겁게 묘사했다.
정치적 저의도 있지만 그것을 전연 티를 내지 않고 인간적으로 다뤄 더 매력적이다. 이스라엘이 내년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 출품했다가 대사가 영어가 많다는 이유로 반려된 영화.
나이 먹은 홀아비 지휘자 타피크(사손 가바이)가 이끄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경찰 밴드가 이스라엘에 초청돼 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자 일행은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런데 목적지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죽은듯한 마을로 이들은 엉뚱한 곳에 온 것. 막차도 떠나고 유숙할 곳도 없는 처지가 된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이 동네 카페 매니저로 육감적이요 외향적인 디나(로니트 엘카베츠). 타피크와 밴드 멤버로 젊은 플레이보이인 할레드는 디나 집에서 묵고 부지휘자 시몬 등 나머지 단원들은 이치크 집에서 묵게 된다.
수줍고 우수에 젖어 있는 신사인 타피크는 성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디나와 함께 외식을 한다. 식사와 그 후 공원 벤치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와 관계가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앙숙관계를 녹여버리고 둘은 서로를 진실로 이해하고 수용하게 된다.
그리고 할레드는 데이트 기술이 전무한 파피와 함께 롤러디스코장에 들러 파피에게 연애술을 가르쳐 주는데 이 장면이 배꼽이 빠질 정도로 우스우면서도 다정스럽다.
한편 시몬 등이 이치크 집에서 그들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도 재미있게 묘사된다. 여기서는 이스라엘 대 이집트간의 긴장관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결국 이런 긴장감도 인간적 수용과 이해로 해결된다. 이 저녁식사 장면은 굉장히 심오한 뜻을 지니고 있지만 영화는 그것을 결코 내세우지 않는다.
밤이 지나고 이튿날이 되면서 두 나라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 영화 속의 밴드단원들과 마을 사람들만 같다면 중동평화도 쉽게 이뤄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가 빼어나고 촬영도 좋다.
PG-13. 13일까지 뮤직홀(310-274-6869).

‘워커’(The Walker) ★★★

워싱턴 DC의 막강한 힘과 부를 누리는 정치인들과 로비스트의 부인들의 무급 파티동반자 노릇을 해주는 게이 백수가 휘말려든 살인 미스터리. 지스러기 같은 삶을 사는 이 남자가 살인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자신의 영혼을 구제한다는 얘기.
카터(우디 해럴슨)는 나탈리(로렌 마콜)와 린(크리스틴 스캇 토마스)등 4~5명의 정치가 및 로비이스트 부인들의 카드놀이 친구 겸 파티동반자. 그와 친구 사이인 린이 정부 로비의 콘도에 들렀다가 로비가 살해된 것을 발견하면서 카터는 린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로비의 시체를 처음 발견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카터는 혐의자로 경찰의 심문을 받으면서도 린을 보호하면서 자기 애인과 함께 스스로 사건을 수사해 나간다.
R. 선셋 5(323-848-3500).

‘힘과 명예’(Strength and Honor)

링에서 자기 친구인 권투선수를 사고로 숨지게 한 아일랜드계 미국인 권투선수 션(마이클 맷슨)은 아내에게 다시는 권투를 안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 뒤 션은 자신의 외아들이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심장병 요인을 유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션은 아들의 목숨을 살리게 될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에게 한 약속을 깬다.
폭력적인 지하세계의 맨손 권투를 배경으로 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희생과 헌신의 인간 드라마다.
자기와 다른 커뮤니티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운명이 인간의 삶에 필연적으로 행사하는 역할을 그렸다. 비니 존스, 패트릭 버긴, 리처드 챔벌린 공연. R. 선셋 5, 로스펠리스(323-664-2169) 등.

‘주노’ (Juno)★★★

임신 16세 여고생의
자신만만한 ‘홀로서기’


위트 넘친 대사… 10대용 코미디극
주연 페이지·세라 조화된 연기 볼만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고생이 남의 도움을 안 받고 혼자서 이 문제를 처리하려고 애쓰는 얘기를 위트와 유머 있게 다룬 다소 똑똑한 척 구는 10대용 코미디다. 대사위주의 영화이다시피 한데 그것들이 요즘 10대들의 것이어서 웬만한 현대 감각과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했으면 절반 이상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것이다(기자도 마찬가지).
이 여고생이 시큰둥하는 애인과 기겁을 하도록 놀라면서도 딸의 임신을 받아들이는 부모를 제쳐놓고 아기를 입양시키려다가 그것이 엉뚱하게 잘못되는 내용을 빠른 속도와 재잘대는 대사 그리고 좋은 연기로 즐겁게 서술했다.
16세난 조숙하고 똑똑하고 당돌한 주노(엘렌 페이지)가 뜻밖에 학교 트랙선수인 폴리(마이클 세라)의 아기를 임신한다. 주노는 먼저 임신중절을 하려다가 실패하면서 이 사실을 부모에게 고백한다. 무뚝뚝하면서도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역시 자기를 사랑하는 의붓어머니가 이 소식을 받아들이는 장면이 요절복통케 한다. 주노는 이 사실을 폴리에게도 통보하는데 폴리가 그것을 철학적 체념으로 받아들이면서 주노를 열나게 만든다.
이어 주노는 폴리를 제쳐 놓은 채 자기 아기를 완벽한 양부모에게 입양시킬 결심을 한다. 주노가 고른 부부가 자기 집에서 1시간쯤 떨어진 곳에서 사는 풍요한 마크(제이슨 베이트만)와 바네사 부부(제니퍼 가너). 바네사는 아기를 갖고 싶어 안달이 난 여자이고 40대의 마크는 록가수가 못된 것에 좌절감을 느끼는 광고필름 작곡가.
주노가 가끔 뱃속 아기 성장과정을 보고하러 마크의 집에 들르면서 마크가 주노에게 엉뚱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 가정파탄이 나면서 아기 입양계획도 난경에 처하게 된다. 끝이 상쾌하게 마무리된다. 겁날 정도로 자신만만한 연기를 하는 페이지와 겸손한 연기를 하는 세라가 상호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페이지는 대성할 배우다.
PG-13. 아크라이트(할리웃), 그로브, 랜드마크(310-281-8233) 아크라이트(셔먼옥스).

‘그레이스는 죽었어’(Grace Is Gone)★★★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을 감수해야 하는 후방의 한 가족의 충격을 다룬 드라마로 정치적이라기보다 감정적인 홈드라마다.
군인인 아내의 전사 소식을 어린 두 딸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를 몰라 고뇌하는 아버지의 얘기로 로드무비 형식을 취했다.
총명한 12세난 하이디와 장난꾸러기인 8세난 던을 혼자 키우는 대형박스 판매점 매니저인 스탠리(존 큐색)는 직업군인인 아내가 이라크에서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그는 이 소식을 두 딸에게 말해주려다가 갑자기 온 가족이 며칠간 여행을 떠나 플로리다의 유원지로 가자고 제의한다.
이 여행과정서 하이디는 점차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되면서 어린 소녀에서 준 어른처럼 성장한다. 그리고 스탠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변에서 두 딸에게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알려준다.
PG-13. 선셋 5, 센추리 15(310-289-4AMC).

‘크리스마스 이야기’(A Christmas Story)

따뜻한 파자마를 입은 감촉이 나는 정겹고 재미있고 우습고 또 눈물마저 나게 하는 크리스마스 단골영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레드 라이더 BB건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난 커다란 안경을 낀 소년의 이야기로 온 가족이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향수감이 가득한 컬트 코미디로 1983년작.
얘기는 주인공인 랄피(피터 빌링슬리)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랄피가 꿈에도 갖고 싶어 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공식 인정된 200발의 탄알을 장전할 수 있는 레드 라이드 카빈 공기총. 랄피는 총알이 튀어나가 네 눈알을 빼놓을 것이라는 주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총을 갖기 위해 부모에게 결사적으로 졸라댄다.
9일 하오 2시 이집션(6712 할리웃).

‘오스왈드의 유령’(Oswald’s Ghost)★★★

1963년 11월22일 미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달라스 암살 44주년을 맞아 나온 기록영화.
JFK의 죽음이 미국인들과 미국 역사에 남긴 충격과 끊임없이 얘기되고 있는 음모설 등을 뉴스필름과 여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섞어가며 만들었다.
지적이고 간략하고 또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좋은 영화다. 2일 개봉된 뒤 내년 1월14일에 PBS를 통해 방영된다.
영화는 리 하비 오스왈드의 케네디 암살을 둘러싼 음모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지만 확실한 결론을 못 짓고 있다. 그리고 케네디 암살이 9.11사건 못지않게 미국인들에게 깊은 충격을 준 사건이라고 말한다.
CBS 뉴스 캐스터 댄 래더, 전 연방상원의원 게리 하트, 올리버 스톤 감독 및 최근 작고한 작가 노만 메일러 등을 인터뷰했다. 일부 지역.

‘미드나잇 이글’ (Midnight Eagle)★★½

핵탄두를 적재한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가 일본의 북부 알프스에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로 일본 영화다.
일본의 현 국제적 정치상황과 핵폭탄 그리고 이를 취재하는 기자와 가족문제 및 스파이 등 잡다한 요소를 갖춘 영화인데 재료가 잘 배합이 안 돼 중구난방식의 영화가 됐다.
전쟁 사진기자 유지가 일본 북부 알프스에서 캠핑을 하다가 스텔스기의 추락하는 모습을 촬영한다. 핵폭탄을 적재한 스텔스기를 추락시킨 것은 북한 스파이들(영화에서는 그저 북이라고만 표현된다). 북한의 테러리스트들이 핵폭탄을 터뜨려 일본을 초토화시키기 위해 추락 현장으로 접근하면서 일본 자위대와 총격전을 벌인다.
이런 현장을 취재하는 유지와 동료기자가 위험의 한복판에 뛰어든다.
성인용. 다운타운 이매진 아시안센터(213-617-1033).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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