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 ★★★½

2007-1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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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밥 딜란’이 만든 재구성 밥 딜란 영화

미국의 음악적 천재이자 시인이요 우상인 밥 딜란의 변화무쌍한 삶을 관통하면서 딜란이라는 인간을 나름대로 재구성한 젊은 감독 타드 헤인즈의 이질적 영화 초상화다. 6명의 배우가 어렸을 때부터 가수로 성공하고 또 여러 차례 스스로를 변신한 딜란역을 맡았다.
딜란의 삶을 다큐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그것을 허구적으로 재상상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지닌 영화다. 딜란의 삶의 중요한 시기를 집중적으로 묘사하면서 시간대를 무시하고 이야기들이 교차돼 다소 혼란스럽고 또 질서정연한 드라마를 구성치는 못했지만 앙상블 캐스트의 훌륭한 연기와 함께 감독의 독특한 예술적 창조적 도전의식을 감지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1966년에 일어난 딜란의 모터사이클 사고로부터 시작하면서 과거로 돌아간다. 이때부터 계속해 내용은 과거와 현재가 서로 교차되면서 서술된다. 딜란의 소년시절은 흑인 소년이 묘사하는데 여기서부터 감독의 자의적 인물창조를 알 수 있다. 딜란의 삶의 중요 에피소드들이 묘사되면서 그는 여러 개성과 이름을 갖게 된다.
쉬지 않고 전국을 돌며 노래하는 난봉꾼 로비역은 히스 레저가 포크송의 우상 잭역은 크리스천 베일이 각기 맡는데 베일은 나중에 복음 전도사로 변신한다. 이어 딜란은 기성체제에 반항하는 줄담배를 태우는 젊은 시인 아서(벤 위쇼)가 되고 다시 유명한 서부의 무법자 빌리(리처드 기어)가 된다. 빌리는 딜란이 출연했던 샘 페킨파 감독의 ‘팻 개릿과 빌리 더 키드’(1973)의 악명 높은 킬러 빌리를 나타낸다.
흑인 소년의 딜란역과 영화에서 가장 획기적인 딜란의 재창조가 심적 고뇌와 갈등에 시달리는 성을 구별하기 힘든 록스타 주드. 주드로 케이트 블랜쳇(이 역으로 올 베니스영화제서 주연상 수상)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½’을 모방했다.
이들 외에 샬롯 갱스부르와 줄리안 모어 및 데이빗 크로스 등이 각기 딜란의 부인과 뮤즈와 동료시인으로 나온다. 딜란이라는 카멜레온 같은 인간을 만화경식으로 묘사했는데 일반 관객용은 아니지만 영화의 창조적 변화무쌍함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R. Weinstein.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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