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면계약서’ 공개..누구 말이 맞나 진실게임...

2007-11-2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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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실소유주, 도장 진위 논란 가열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 BBK관련 핵심 인물 김경준씨 측이 주장하는 이른바 `이면계약서’가 23일 일부 언론에 공개됨에 따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의 연루 의혹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김씨 측은 BBK투자자문 소유주를 사실상 이 후보로 명시한 `한글계약서’를 내놓으며 이 후보측을 압박했고,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아예 한글계약서의 존재 사실을 부인하며 100% 위조라고 반박 공세를 펼쳤다.


양측간 공방은 검찰에 이면계약서 `원본’을 제출하기 위해 귀국한 김씨의 어머니 김영애씨가 추가자료도 갖고 왔다고 언급하면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BBK 실소유주 `李 명시’(?) = 김씨측이 공개한 `주식매매계약서’라는 한글계약서는 우선 `매도인(을) 이명박’, `매수인(갑) LKe뱅크 대표이사 김경준’으로 하고 있다.

계약서는 이어 `본 계약은 갑과 을간에 을이 보유한 BBK투자자문의 주식 61만주의 매수.매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계약을 체결한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계약서의 내용대로라면 `을’인 이명박 후보가 BBK의 주식을 거의 전량 보유했음을 의미한다. 계약서에 주식 61만주의 매도 금액은 49억9천999만5천원으로 명시돼 있다.

김씨측은 이 후보 본인이 BBK 소유주라는 것을 증명하는 계약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그러나 김경준씨가 남대문세무소에 신고한 `주식 등 변동상황명세서’에 따르면 2000년 5월9일 이전까지는 이캐피탈이 BBK 전체 주식의 98.36%인 6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면서 이 후보는 당시 BBK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따라서 매도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도 주식의 진짜 소유자는 홍종국씨(이캐피탈 당시 대표)로 이 사람은 김경준과 잘 아는 사이라면서 이 후보가 주식을 팔았다면 결국 남의 주식을 매각했다는 얘기가 된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은 결국 홍씨와 이 후보, 김씨간의 관계 규명이 의혹을 풀 수 있는 또 다른 열쇠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도장 진위 여부 및 서명 논란 = 김씨측이 공개한 16절지 2쪽 분량의 한글계약서의 작성 일자는 2000년 2월 21일로 돼 있고, 이 후보와 김씨의 도장이 각각 찍혀 있다. 이 날짜는 LKe뱅크 창립 직후이다.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은 최근 일련의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된 것(계약서)은 진짜 도장이 찍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감정하거나 제3자가 봤을 적에 보시는 분들이 누구나 다 그것이 진본이라고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 후보가 당시 도장을 김경준씨에게 맡겼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이명박씨가 어떤 분인데 자기 도장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겠나. 본인 도장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자기 인감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람이 몇 이나 있겠느냐. 더군다나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이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측은 문제의 한글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이 후보의 것이 아니다며 100% 위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으로 BBK대책 총괄책임자인 홍준표 의원은 송환에 써먹을 목적으로 문서를 급히 만들어서, 서명 날인도 없고, 인감 도장도 이 후보의 것이 아닌 이상한 도장을 찍어 진본이라고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설명에 따르면 이 계약서가 작성됐다는 시점에서 2개월여 후인 2000년 4월에 이 후보가 인감도장을 잃어버려 `개인(改印)’ 신고를 했고, 4월24일 이후 새 인감 도장을 사용하지만, 김씨측이 공개한 문제의 한글계약서에 사용된 도장은 이 후보가 도장을 잃어버리기 전인 4월 이전까지 사용한 인감 도장도 아니고, 그 이후 새로 사용한 인감 도장도 모두 아니라는 것이다.

이 후보측은 또 문제의 계약서에 도장만 있고 친필 서명이 없는 것을 또 하나의 위조 의혹의 방증으로 들었다.

홍준표 의원은 그 무렵 모든 서류에 서명과 날인이 돼 있다면서 (한글계약서보다) 사흘 전 체결된 정관계약서에 보면 이 후보와 김경준의 사인이 돼 있고, 이 후보 인감도장이 찍혀 있다고 지적했다.

◇3개 영문계약서 논란 = 김씨측은 한글계약서와 함께 이 후보와 김경준씨가 A.M.파파스와 맺은 주식구매계약서 등 영문계약서 3건도 공개했다.

에리카 김은 전날 라디오방송에 출연, (한글계약서를 포함) 4개를 다 총괄해서 보면 결론을 지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이 후보와 BBK 등과의 연계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3건의 영문 계약서는 정식 계약서라면서 여기에는 BBK라는 말이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LKe뱅크가 BBK지주회사가 된다는 주장도 허위라면서 LKe뱅크가 BBK 지분을 소유한다는 약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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