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회창 재출마설’ 논란 확산

2007-10-2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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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 李로는 정권교체 힘들어
昌 불출마 의사 분명히 밝혀야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한나라당, 나아가 보수세력들에게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애증의 대상이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잇따라 실패한 그에게 동정론과 책임론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올해 대선에 다시 출마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여의도 정가에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왜 그의 재출마설이 신빙성 있게 나돌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이명박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현재 여론지지율 50%를 넘어서는 절대강자 이 후보가 왜 불안하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전 총재의 한 지지자는 여권에서 시기를 저울질하며 이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힐 히든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김경준의 귀국으로 BBK 문제, 도곡동 땅 문제, 병역문제,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과 AIG 국제금융센터 국부유출 우려, 뉴타운관련 비리 의혹, 친인척의 전국적인 땅 투기문제 등 굵직한 핫이슈가 실타래 처럼 얽혀 터질 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마치 점령군이 전리품 나눠 먹듯 당권을 싹쓸이 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집권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또 이 후보 주변 인물들을 보면 과거 좌파운동을 했거나 운동권 출신이 대부분인데 이래서는 현 정권이나 김대중 정권과의 차별성을 가질 수 없다며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부 열렬 지지자들의 주장 보다는 이 전 총재의 모호한 입장이 그의 재출마설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는 지난 19일 한 세미나에 참석해 대선 출마설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정권 교체를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안하겠다’는 말을 분명히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라는 말도 빠지면서 그가 재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돌기 시작한 것.

이에 대해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석이야 각자가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재로서는 정권교체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이 전 총재는 또 다시 대선에 출마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그렇지 않다면 왜 숱한 여론의 압박과 후보측의 직.간접적 요구가 있는데도 이명박 지지선언을 확실하게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이 전 총재의 언론특보였던 이종구씨가 `이명박 선대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이 후보측과 이 전 총재측간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측근은 이종구씨가 선대위에 들어오게 된 것을 놓고 이 전 총재가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언성을 높이며 항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 시점에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인데 왜 내 사람을 빼가느냐는 식의 항의가 뜻하는 의미가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여기에 그의 지지 모임인 ‘충청의 미래’(대표 박석우)가 23일 이 전 총재의 남대문 사무실 앞에서 회원 2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전 총재 제17대 대선후보 출마 추대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이 전 총재는 21일 열린 `충청인 한 마당’에 화환을 보냈고, 24일엔 시청 앞에서 열리는 보수 단체의 `대한민국 사수대회’에 직접 연사로 참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대선 재출마를 위한 예열 과정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내 `친이-친박’ 양대 세력의 미묘한 역학관계도 `창 재출마설’을 확산.증폭 시키는 또 다른 진원지가 되고 있다.

만일 이 전 총재가 출마하게 된다면 그가 가장 필요로 하는 세력은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던 친박조직일 것이고, 그 타격은 이 후보가 고스란히 입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 이 후보의 집권 저지를 위해 창 재출마설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며 박 전 대표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결점을 잘 알고 있는 이 후보 보다 이 전 총재가 집권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은 이 후보측이 이런 소문들을 퍼뜨려서 창 재출마 김빼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친박쪽에서야 만일 이 후보가 낙마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대안은 당연히 박 전 대표라고 생각할 텐데 무엇 때문에 이 전 총재를 꼬드기겠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경선기간 검증 공방 과정에서 제2의 김대업식 검증은 불필요하다며 이 후보쪽 편을 드는 인상을 줬던 이 전 총재에게 박 전 대표가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마당에 `창-박 연대설’을 제기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것이다.

현재 객관적 상황으로 볼 때 이 전 총재의 재출마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 전 총재의 재출마로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이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강해, 설사 이 전 총재가 출마를 결심한다 해도 그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국민의 정서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두어져 있다면서 이를 대체할 어떤 명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명분이 없음을 강조했다.

`민주연대 21’(회장 박종웅)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회창 전 총재는 작년에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라는 발언을 하는 등 계속 출마설이 나돌았으며 이 시점까지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유감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 전 총재가 불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취지가 무엇인지, 누구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것인지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이어 이 전 총재는 정계원로로서 지금이라도 불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좌파정권 연장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세력이 총집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치는 움직이는 것이다. 그의 불출마 관측이 유력한 것은 이 후보의 압도적 지지율 우위가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만 유효할 뿐이다.

한치 앞날도 예측하기 어려운 대선정국에서 `창 재출마설’이 `설’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여부도 대선정국의 주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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