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행 ‘먹튀’ 는다

2007-10-1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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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시 안 돌아오면 되지’

차량리스 체납
융자, 하숙비 떼먹고 줄행랑

한인들이 미국에서 융자를 받거나 자동차를 리스한 뒤에 상환금을 갚지 않고 한국으로 도망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시 안 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한국으로 달아나는 일명 막무가내 ‘먹튀’(먹고 튄다는 속어의 약자) 한인들 때문에 돈을 융자해 준 금융기관과 심지어는 주변 사람까지 애를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죄송합니다. 차는 두고 갑니다.” = 한인타운 한 자동차 딜러의 직원 박모씨는 아침에 출근해 딜러 정문 앞에 스포츠카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앞 유리에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쪽지에는 죄송합니다. 급히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차는 두고 갑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박씨는 “6개월 전에 젊은 남자가 와서 스포츠카를 리스했는데 차를 딜러에 버리고 사라졌다”며 전화도 끊어지고 우편도 다 반송돼 은행에 연락하고 컬렉션 에이전시에 넘겼지만 한국으로 간 ‘먹튀‘를 잡을 길은 없다”고 말했다.
◆“이웃사촌이 사라졌어요.” = 한인타운 콘도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 얼마 전 주택융자 회사로부터 같은 콘도 단지에 거주하는 이모씨의 행방을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씨가 주택융자를 받고 사라지자 융자회사가 호수는 틀리지만 단지 주소와 성씨가 같은 주부 이씨에게 가족이 아니냐며 윽박지르듯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이씨는 “우편함에 편지가 넘쳐나고 인기척도 없는 걸 보니 도망간 것 같다”며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도망간 하숙생” = 한인타운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한국에 다녀오겠다며 떠나 돌아오지 않은 하숙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먹튀’ 하숙생이 하숙집 전화번호와 주소로 각종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카드대금을 내지 않아 서씨가 독촉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서씨는 “다른 하숙생들에게 몇 백달러씩 빌린 돈은 물론 하숙비까지 떼어 먹고 사라졌다”며 “다시 안 돌아오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에 놀랐다”고 말했다.
유니온 자동차의 앤디 오 매니저는 “리스를 하거나 자동차 융자를 받고 상환을 하지 않으면 차를 두고 갔다고 해도 계약위반으로 크레딧이 엉망이 된다”며 “미국에 다시 올 일이 없다는 생각에 무책임하게 도망가는 방법보다는 융자기관과 상의하고 차를 자진해서 반납하면 중고차 시세에 맞춰 남아 있는 융자금을 감가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간에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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