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즈니스 칼럼/ 떼돈을 벌겠다는 묻지마 투자

2007-10-1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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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미 변호사

부동산 경기가 다소 주춤해졌다. 일부 언론들은 부동산 불황을 언급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기대감을 가진 이들도 있다. 부동산을 싸게 구입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시금 부동산 경매 구입에 관한 문의들이 늘고 있다. 한 쪽에서는 모기지 부담 때문에 어렵게 구입한 부동산들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를 통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세상살이는 아이러니이다.

경매 부동산 구입에 대해 늘 해주는 조언이 있다. 이것은 ‘공짜’도 아니고 단순한 ‘값싼 부동산’도 아니다. 정확한 정보와 지식, 단단한 재정능력 그리고 사후처리에 대한 확실한 법적 기반과 더불어 ‘느긋한 마음’도 있어야지만 가능한 투자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며 내 돈 찾아 달라는 상담이 있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경매에 가면 나중에 개발이 돼 ‘떼돈’을 벌 수 있는 토지 구입이 가능하다는 주위 친구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끌려 어떤 경매전문회사라는 곳을 찾아, 특정 지역의 대지를 구입한 것이다.


그 경매회사가 어떤 종류의 회사인지도 묻지 않았다. 자신이 구입하겠다는 땅은 코빼기도 본 적이 없었다. 그 회사가 그 땅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합법적 경매처분 권한이 있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자신이 서명한 수십종류의 서명이 어떤 서류인지 알려고도 하
지 않았다. 계약금만 덜컥 지불하고 나서 클로징을 해 달라며 변호사를 찾아온 것이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묻지마 투자’의 교과서 같은 일이다. 문제의 발단은 여유 돈이 있다고 주위에 떠벌린 순진함과, 쉽게 노력 없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투기심의 기막힌 조화(?)였다.

그 경매회사는 타 지역에 근거지가 있는 회사인데 어떻게 뉴욕인근의 부동산 경매전문회사로 알려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연락도 쉽지 않고 이쪽의 질문에 응답도 거의 없었다. 구입하기로 한 땅은 부동산 등기의 기본인 Block과 Lot 번호조차 나와 있지 않았다. 허허벌판 습지에 주소만 덩그러니 있는, 등기여부조차 확인이 쉽지 않은 곳이다. 이 쪽의 질문에 답도 제대로 하지 않는 상대방은 클로징 날짜만 강조하며, 클로징이 성사되지 않으면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반 협박만을 계속했다. 서명한 서류들의 내용은 황당 그 자체다. 은행 융자가 안 되도 무조건 구입해야 하며, 전액 현금으로 구입 못하면 자신들이 지정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며, 연리 10% 이상의 거의 사채업자 수준의 이자를 30년간 지불한다는 식이다.

어이도 없고 기도 막혀 의뢰인에게 화조차 낼 기분도 아니었다. 아이고 어쩌다가 여유 돈은 있어가지고 이런 사기를 당했나 하는 한숨만 나오는 케이스였다. 즉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본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돈 벌 생각에만 사로잡힌 채 무리수를 둔 대표적 경우였다. 우여곡절 끝에 수개월 만에 마무리가 가능은 했다. 이 과정에서 ‘묻지마 투자’에 덜커덕 돈
내밀고, 서류에 서명했던 철없는(?) 당사자는 자신이 저지른 치명적 실수가 무엇이었는지를 반성하기 보다는, 자신의 뒤치닥거리 해주느라 곤혹 치르는 우리를 들들 볶으며 내 돈, 내 돈타령만 하고 있었으니…. 세상에 누구에게도 공돈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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