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 혼

2007-09-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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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의 로드맵 그리기

탤런트로서 인기 절정의 순간 얼떨결에 한 첫 번째 결혼.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도 나중에도 난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그 점이 실패의 가장 큰 이유라 여겼었다. 다른 이혼 경험자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를 잘 몰랐다거나 맞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고 말한다.
물론 그 이유들이 맞긴 하나 더 근본적인 것은 다른데 있음을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뒤 재혼정보회사 경영을 맡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이렇게 묻는다. 결혼할 때 그 사람과 자신이 잘 맞는지 따져본 적이 있는가, 어떤 상대가 자신과 잘 맞는 상대인지 연구해 본 적 있는가, 그 사람과 잘 맞는지 따져봤다면 무엇을 기준에 두고 판단한 것인가 등등.
상대를 잘못 만나서 혹은 나와 안 맞는 상대를 만나서 이혼에 이르게 됐다면 두 번째 결혼을 앞둔 이제야말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은 ‘나와 잘 맞는 상대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내는 것일 터. 바로 나 자신이 상대에 대한 바른 기준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나와 잘 맞는 상대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을 지녔으며, 어떤 상대와 잘 맞으며 어떤 상대와는 잘 맞지 않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가능한 한 치밀하고 정교한 ‘재혼 로드맵’을 그려보라.
로드맵(road map)의 원래 의미는 말 그대로 도로 지도이나 통상 어떤 일의 기준과 목표를 세워 추진 일정을 만들어 놓은 것을 일컫기도 한다. 재혼의 성공 전략을 위해 세세하고 치밀한 로드맵을 그리고 짜보는 일을 미루지 말자.
여성 H씨는 재혼을 위해 ‘나의 재혼상대는 유머가 있고 문화적 식견이 높아야 하며, 너무 유순하거나 소극적인 성격은 맞지 않음, 사람들을 많이 만나 내게 맞는 사람을 찾되 결정되면 그 외의 단점은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임, 눈높이를 낮춰 마흔을 넘기지 않고 재혼에 성공할 것임’ 등등의 재혼 로드맵을 그렸다.
그녀처럼 재혼에 대해 최소한의 비망록이라도 작성해 두면 적어도 ‘개념 없이’ 재혼을 맞아들이는 불행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로드맵 만들기가 중요하지만 자신이 작성한 로드맵과 100% 일치하는 상대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어떤 항목에 있어 양보가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김영란 <탤런트·행복출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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