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09-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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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해를 보면서

북한에 폭우로 인한 피해가 심했다고 합니다. 8월7∼11일 대동강 중·상류에 내린 524㎜는 ‘최악의 홍수’였던 1967년 8월25∼29일(472㎜)보다 52㎜나 더 많이 내린 비라고 합니다. 이 비로 살림집 1,870여 가구가 피해를 입고, 궤도전차의 정상 운영이 중지됐고, 공공건물 7개가 무너졌다고 합니다. 교통은 마비되고 전력공급과 통신망이 차단됐다고 북한의 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북한을 다녀온 분들은 잘 알 것입니다. 북한의 대부분 도로들은 자갈과 흙으로 다져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심한 폭우가 한번만 휩쓸고 가도 도로는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도로 보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폭우의 피해 집계 외에도 북한 전국의 도로에 많은 타격을 주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리고 도로의 손실은 피해 복구에 더 많은 어려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워질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북한을 다녀올 때마다 단지 북한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 동족을 목격하게 됩니다. 공산주의가 어떻고, 민주주의가 어떻다든지, 누가 정치를 잘하고 누가 못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북한 동족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너무나 사치스런 이야기들입니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런 이론이나 이념의 실랑이가 아니라, 조그마한 애정이라도 나누는 것입니다. 북한 민족의 현실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여러 어려운 나라를 돕는 것도 좋지만 더 급한 게 내 동족을 돕는 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만남이 진정으로 북한에 있는 내 동족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실제적인 노력이어야지, 어떤 명분, 어떤 정략, 어떤 인기, 어떤 선거를 염두에 두고 만난다면, 통일은 그만큼 멀어지고, 따라서 민족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럴 듯한 회담의 의제를 내걸고 만난다고 할지라도 시간과 역사는 그 회담의 허실을 가려내게 될 것입니다.
저는 공산주의자도 아니고 요즘 흔한 진보주의자도 아닙니다. 북한 고아들을 도우려는 교우들의 심부름을 하고 있는 사람일뿐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민족은 두 정상의 만남이 진정으로 민족을 염두에 둔 만남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만남을 앞두고 북한에 근년에 들어 제일 심각한 폭우의 피해가 발생하고, 남북 정상회담이 연기되는 것을 보면서, 하늘이 남북 두 정상이 다시 회담의 진정한 필요를 생각하도록 기회를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에 가보면, 평범한 서민들도 절실하게 통일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북한 동족의 그 염원이 결코 구호가 아니고, 우리 남북한 민족 앞에 내놓는 애달픈 호소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내 동족을 진정한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돕는 일이 중요합니다.

송 순 태 (해외동포 원호기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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