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성 목사 운영‘마이라 하우스’

2007-09-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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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같은 생활 자신의 소명 찾는‘젊은이 피난처’

함께 일하고 묵상·기도 속 다시 태어나는 곳… 손성 목사 운영 공동체

클레어몬트에 위치한 마이라(Myra) 하우스’는 물질은 적고 모자란 곳을 지향한다. 하지만 그런 것에 공감하는 사람은 차고 넘치는 곳을 꿈꾼다.
손성, 미라 목사 부부는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려는 사람에게는 늘 문을 열어놓은 열린 삶터의 ‘지킴이’다. 특히 장래를 몰라 헤매는 청년이 이 곳에서 머물며 자신의 소명을 찾고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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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 미라 목사 부부가 텃밭을 가꾸고 있다. 두 부부는 11월부터 텃밭에서 키운 유기농 야채와 과일을 클레어몬트 다운타운에서 판매한다.>

“사도행전 27장에 사도 바울이 선교를 떠나기 전 여러 전도자들과 무라에 모입니다. 미지의 세계로 가니 얼마나 두렵고 떨렸겠습니까. 그곳에서 서로 위로하고 힘을 줬습니다. 마이라 하우스도 무라와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진로를 놓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마이라 하우스를 하나님의 피난처처럼 여겼으면 좋겠어요.”
이 곳은 중세 수도원을 본받았다. 두 부부 외에 한인 3명, 외국인 4명이 현재 같이 살며 같이 노동한다. 1에이커 터전에서 밭도 갈고, 닭도 키우고, 과일도 재배한다. 노동과 수도 공간인 셈이다. 손 목사는 개신교 가정 수도원이라고 부른다.
이 곳의 일과는 오전 6시20분에 시작된다. 종이 울리면 모두가 채플로 모여 새벽 묵상에 들어간다. 전날 밤 꾼 꿈도 얘기한다. 오늘 하루 자신이 무엇을 할지도 논의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한다.
이 곳 사람들은 적게 버리기를 몸에 익혀야 한다. 음식 쓰레기는 따로 모아서 거름을 만든다. 닭장 옆에 거름터가 따로 있다. 샤워하고 버려진 물은 한 곳에 모여 나무에 뿌려진다. 재활용 가능한 물품은 꼭 재생한다.
마이라 하우스 자체도 환경 친화적으로 디자인됐다. 태양열 집적판이 지붕에 설치돼 있다. 벽도 6∼8인치로 두껍게 해 에너지 절약을 꾀했다. 105도가 넘는 찜통더위에도 이 곳은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더위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중앙 냉난방 시스템을 없애기 위해 난로 등을 활용한다. 빨래는 세탁기에 하지만 드라이어 대신 햇볕에 말리도록 한다. 이 모든 집은 건축가 출신인 손 목사가 직접 디자인했다.
이 곳에 들어오려면 에세이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모든 거주자가 에세이를 다 읽고 허락해야 입주가 가능하다. 공동체 지원금으로 매달 430달러를 내야 한다. 돈이 부족하면 더 많은 노동으로 공동체에 이바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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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목사 부부는 2001년 7월 마이라 하우스를 오픈했다. 폐허처럼 버려진 집을 사서 두 부부가 모은 전 재산으로 하우스를 가꿨다. 쓰지 말고 더 소박하게 살고 싶어서 내린 선택이었다.
“사람들에게 희망, 기쁨,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 곳이 되기 위해 마이라 하우스를 열었습니다. 심플하게 살면서 예수님을 따르고, 마이라 하우스에 하나님 나라가 회복되기를 바랐습니다.”
손 목사 부부는 공동 노동, 외국인과 함께 사는 곳, 재생의 공간으로 마이라 하우스를 가꿔가고 있다. 그래서 영과 영이 만나는 곳을 꿈꾼다. 마음이 변하면 땅 끝까지 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마이라 하우스에서 겪은 여러 가지 사랑 이야기를 ‘마이라하우스 6중주 러브스토리’(사진)라는 책으로 펴냈다. 연인, 암흑, 하나님, 자기, 이웃, 자연 등 6개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클레이몬트 신학교와 인근 대학에서 이 시대에 공동체 생활이 과연 가능한가를 알아보기 위해 마이라 하우스를 찾는 이유가 책에 들어있다.
주소는 3643 N. Mills Ave., Claremont. 전화 (909)624-4648. www.myrahouse.com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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