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순교복자수녀회의 성극‘소명’

2007-09-14 (금)
크게 작게
정하상의 순교정신 되새긴다

15일-백인성당 30일-백삼위성당 공연
“성극 준비하며 내적 충만한 힘 얻어”

관장: 어찌 양반인 너는 이 나라에서 금하는 사교를 믿느냐?
정하상: 진귀한 물품은 외국에서 들여다 쓰면서 천주교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 하여 배척해서야 되겠나이까? 천주교는 임금으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신봉해야 할 참된 진리의 종교이나이다.
관장: 나라를 배반하고 사교에 빠졌으니, 때를 기다리지 말고 참수형에 처할 것을 명한다.
정하상: 대저, 목숨을 바쳐 순교함으로써 성교가 진실된 가르침임을 증명하여, 천주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들의 본분으로 삼는 일이옵나이다.


HSPACE=5

<영어 성극을 준비 중인 학생들.>

벨플라워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원. 7월부터 매주 월, 금요일 오후 8시면 이곳으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수요일에는 영어를 쓰는 학생들이 찾아온다.
성극 ‘소명-성 정하상 바오로’를 연습하러 오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외부 회원들과 기도모임 가족들이다. 어른이 25명, 학생들이 20명 남짓이다.
이들은 15일 오후 5시30분 센비드 성당(215 Foothill Blvd., La Canada Flintridge)과 30일 오전 11시 백삼위한인천주교회에서 성극 공연을 한다. 15일은 학생들의 영어, 30일은 어른들의 한국어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번 성극은 다산 정약용의 조카인 정하상의 순교와 삶을 극화했다. 정하상은 순교한 부친 정약종의 뜻을 이어받아 조선에 사제 파견이라는 꿈을 성취했고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했다.
올해 성극은 이순이 루갈따와 유중철 요한 동정 부부, 최양업 토마스 신부에 이은 세 번째 무대다. 지난해까지는 유토마스씨가 극본을 집필했지만, 올해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들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올해 극본 작업은 1월에 시작했다.

HSPACE=5

<성극 ‘소명-성 정하상 바오로’공연을 연습하고 있는 단원들. 이 성극은 15일 센비드 성당, 30일 백삼위성당에서 각각 공연된다. <진천규 기자>>

성극 출연자들은 전원이 아마추어다. 연출자인 양진웅씨만 연극 경험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지난해 무대에 오른 출연자가 반 정도 돼 완전 초보는 아니다. 70세 신자도 무대에 오르고, 른다.
수녀회가 성극을 3년째 무대에 올리는 것은 백인 성당인 센비드 성당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외국인 선교사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이며 순교자가 유난히 많았던 한국의 영성과 신앙의 역동성을 백인에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미국 교인들은 피로 쓰인 역사에 많이 놀란다고 한다.
수녀회의 김안나 수녀는 “아버지 정약종을 7세 때 잃고도 하느님의 뜻을 따라간 삶을 살았던 정하상을 보면서 순교의 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환경에 처해도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고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게 성극의 핵심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 수녀는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내외적으로 많이 힘들다”며 “성극을 준비하면서 내적으로 충만해져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말하는 신자가 많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