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09-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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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팀이 이길까?

만약 월드컵에 이런 두 팀이 맞붙었다고 하자. A팀은 선수와 코치 전원이 크리스천이어서 경기시작 전후 그리고 골을 넣을 때마다 기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B팀은 선수 대부분이 불신자이고 감독은 불신자를 넘어 안티 기독교인이다. 그는 팀내 크리스천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하는 기도 세레모니에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진 터라, 결승전에서는 기도 세레모니를 못하게 금지령을 내렸다.
A팀은 전 선수들의 기도의 효력 덕분인지 예선 전 경기를 이기고 결승전에 올라왔다. 반면 B팀도 크리스천 선수들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탈락의 고비를 넘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결승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결승전 전날이 되었다. A팀은 한끼 금식에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특별기도회를 갖고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하나님을 모르는 감독이 지휘하는 B팀에 지지 않게 해달라고.’ 그러기에 결승전은 단지 축구가 아닌 영적 전쟁이라고 선포하고 하나님께 매달렸다.
B팀 선수들 중 일부 독실한 신자 선수들은 감독 몰래 따로 모여 하나님께 울부짖었다. “하나님, 이번에 저희들이 목숨 걸고 뛸 터이니 도와주세요. 평소 우리 기독교 선수들 때문에 잘 될 것도 안 된다는 감독의 신경질적 반응 때문에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 이번에 우리를 도와 주셔서 우리가 골을 멋지게 넣어 이김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을 보게 하여 믿지 않는 감독과 다른 선수들이 하나님을 믿게 하여 주옵소서.”
둘 다 개인적인 욕심에 따른 기도가 아니다. 하나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셨을까? 이긴 팀과 진팀이 분명 가려지게 되는데 진 팀의 기도는 하나님이 무시한 것일까?
이 질문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A팀이 이겼을 것이라고 반응을 했다. 전 선수들이 크리스천이고 금식기도와 철야기도를 했기 때문이란다. 기도를 많이 하는 시간 순으로 하나님은 응답을 하시는 걸까?
지금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가운데는 독실한 크리스천이 많다. 이들은 골을 넣을 때마다 한결 같이 기도 세레모니를 한다. 이 광경을 보는 많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큰 영광을 받으실 거라고 기뻐하며 그 선수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나님도 그렇게 생각하실까? 아마 대견해 하시며 미소를 지으실 것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제할 것을 부탁하실 것 같다. 하나님은 그렇게 째째한 분이 아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은 한 크리스천이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자신이 살아났다고 크게 기뻐하며 간증을 한다. 그런데 정작 그 비행기 안에는 살아남은 그 크리스천보다 더 신실하고 주님을 닮은 신자들이 여럿 있었는데 모두 죽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죽은 그들과는 함께 하시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에게 남이 모르는 은밀한 죄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요즘 크리스천들이 너무 째째해져가고 있다.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면 ‘하나님의 축복이요, 인도하심이요 하나님께 영광이요’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유익이 없는 일이면 하나님의 은혜가 미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성숙한 크리스천 축구선수라면 이기더라도 지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성실함의 얼굴 표정이 더욱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자세라고 믿는다. 사고 난 비행기에서 살아남든 또는 죽든 간에 하나님께서 자신에 대한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신다고 믿고 조용히 감사하는 태도가 바르지 않겠는가?
그렇다. 비행기 사고에서 살려주셔야만 하나님의 은혜라고 떠든다면, 죽은 신자들의 가족의 마음을 찢어 놓는 일이다. 축구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그래서 기도 세레모니 하는 것도 기분 좋은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지고 나서도 이긴 자를 축복할 줄 아는 선수가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는 성숙한 자세가 아닐까?
지고도 무릎 꿇고 감사 기도 세레모니를 하는 선수를 보고 싶다.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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