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음 담은‘사랑의 가위손’

2007-09-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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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순복음교회 ‘미용학교’

“선교와 섬김 위해”뜨거운 배움 열기
인디언·홈리스에‘봉사의 꽃’활짝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가발을 쓴 마네킹이지만 정성에는 차이가 없다. 가위를 쥔 손이 떨리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나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한다. 지금 더 잘 배우면 봉사 현장에서는 ‘사랑의 꽃’이 그만큼 더 활짝 피기 때문이다.
나성순복음교회(담임목사 진유철)에서 주일 오전 11시20분에 시작되는 미용학교의 풍경이다. 선교 현장에서 미용 기술로 이웃 사랑의 복음을 전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미용학교다.
2002년 5월에 문을 연 이 학교는 6개월 과정으로 일주일에 한번 모인다. 9기 수강생 20여명이 9일부터 모였다. 하루에 한시간 반씩 미용을 익힌 학생이 200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학생들이 가발 등 재료비 80달러 정도를 내면 나머지 금액은 교회에서 부담하고 있다. 교회는 실제 미용실과 똑같은 교실을 800스퀘어피트 규모로 꾸며놓고 있다. 강사는 교회 교인인 김인태, 김다미, 이은하, 이경희, 양수정씨가 맡고 있다. 미용선교회 회장인 권오승 장로는 부족한 면을 채워주고 있다.
강의는 강사 1명에 학생 3명이 함께 하는 그룹 교육이다.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이 한 조에 편성돼 기술 발전을 서로 돕게 있다. 6개월 코스를 마치면 무난한 수준에서 기본은 닦을 수 있다고 한다. 강의는 물론 커트만 가르치다.
미용학교에서 뿌려진 씨앗은 이미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시애틀에서 샌디에고까지, 또 멕시코와 캄보디아 등에서 미용학교 수강생들은 미용 기술로 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봉사 대상자도 인디언부터 홈리스까지 다양하다. 외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나 선교사 배우자가 미용 기술을 배우러 미용학교를 찾기도 한다고.
강의는 한 달에 세 번은 교회 내 연습, 한 번은 외부 실습과 봉사로 구성돼 있다. 보통 교인 20명 정도가 미용교실에 내려와 머리를 깎고 간다고 한다. 외부 실습은 매월 첫째 토요일 LA다운타운 홈리스 지역에서 진행된다. 75세인 정창식씨는 미용 봉사가 너무 좋아 1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미용 기술을 익히고 있다.
미용학교를 처음 3년 동안 혼자 이끌었던 김인태씨는 “장애인 봉사 등을 꾸준히 해왔지만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대상이 너무 적어 여러 사람이 함께 할 방법을 찾다 미용학교를 생각했다”며 “미용학교에서 익힌 학생들이 많은 곳에서 봉사를 잘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좋다”고 말한다.
첫 2년간 컨테이너에서 진행되던 미용학교가 이제는 소문이 나 다른 교회에 다니는 신자도 꽤 찾는다고. 김인태씨는 다른 교회에서 미용학교를 열어달라는 초청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김씨는 미용학교라고 머리 손질법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봉사를 일방적인 베풂이라고 생각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상대의 마음을 잘 알아야 제대로 된 베풂을 하고 올 수 있다고 한다.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을 잘못 만지면 가위에 귀가 다쳐 피가 날 수도 있어요. 그만큼 봉사를 할 때 상대에게 서운하게 한 것은 없었는지 잘 생각해야 합니다. 머리만 아니라 마음도 잘 깎아야 상대가 마음의 문을 닫지 않습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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