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신은 달라도 미션 한가족

2007-09-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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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미션스쿨 동문합창제’…
배재·이화여고등 6개교 출신 한자리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학교는? 미국인 선교사 헨리 G. 아펜젤러가 1885년 세운 배재고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여성 교육기관은? 1886년 감리교 선교사 메리 F. 스크랜톤 여사가 설립한 이화여고다.
이렇듯 한국의 근대 교육은 미국 선교사들의 손에서 일궈졌다. 기독교 정신을 근간으로 해서 조선 말기에 학교를 잇따라 세웠다. 정신여고, 숭의여고, 숭실고, 대광고 모두가 배재고와 이화여고와 같은 기독교에 뿌리를 둔 미션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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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스쿨 동문 합창제를 준비하고 있는 안영혜(이화여고·왼쪽부터), 조형원(숭실고), 김준희(정신여고), 최운봉(이화여고), 오성애(정신여고), 유의철(배재고)씨.<신효섭 기자>>


이처럼 같은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6개 미션학교 출신 합창단원들이 23일 오후 7시 미주성산교회에서 제6회 미션스쿨 동문합창제를 연다.
각 학교 별로 3곡(성가 2곡, 자유곡)을 부르고, 모든 학교가 끝난 뒤 연합해서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를 합창한다. 이 노래는 배재고 출신의 백경환 목사가 작곡했다. 자유곡에는 유행가도 포함된다고 한다.
미션스쿨 합창제는 숭의를 시작으로 매년 돌아가며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이화여고가 주관한다.
배재고 지휘를 맡고 있는 유의철씨는 “찬송가를 많이 부르는 기독교 특성상 미션스쿨은 합창과 음악이 많이 발달했다”며 “음악을 사랑하는 미션스쿨끼리 모여 우의도 다지고, 문화 생활을 즐기자는 뜻에서 미션스쿨 합창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신여고 지휘자인 오성애씨는 “미션스쿨에서 합창단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미국 이민을 와서도 여러 교회에 퍼져 성가단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며 “각 학교 동창회에서도 합창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화여고 합창단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안영혜씨는 “합창제가 끝나면 6개 학교 단원들이 다 모여서 뒤풀이도 하면서 친목을 다진다”며 “삶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평가한다.
동문 합창단이라 학교가 달라도 한 학년만 빨라도 다 깎듯이 선배로 존경하는 모습이 특징이라고. 숭실고의 경우 가장 어린 단원이 22세로 5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선배와도 화음을 이루는 게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 한다.
최운봉 이화여고 합창단 단장은 “지금까지는 6개 미션스쿨만 모였지만, 참가를 희망하는 모든 미션스쿨에 문호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합창제 장소 1111 W. Sunset Blvd., LA. 문의 (310)940-8718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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