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영중인 영화프로

2007-09-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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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 파티’ (The Hunting Party) ★★★½(5개 만점)

보스니아 전쟁에 뛰어든 ‘돈키호테 기자’

종전 5년만에 다시 찾은 이유


이라크 전쟁에 관한 반대무드가 고조되고 있는 중에 나온 보스니아 전쟁에 대한 미국과 서방측의 대처를 강렬히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전쟁놀이를 즐기는 듯한 양면성을 지닌 멜로드라마이자 액션 스릴러다.
보스니아 전쟁에 종군한 언론인들의 실제 경험을 극화한 것으로 매우 냉소적인 태도를 지녔는데 전쟁 비판 영화라기보다는 반전의 모양새 속에 전쟁은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지녔다. 심각하게 생각한다기보다 오락영화로 즐기면 된다.
영화는 대뜸 1994년 보스니아 전쟁에 뛰어든 베테런 TV 기자 사이몬 헌트(리처드 기어)와 그의 충실한 카메라맨 덕(테렌스 하워드)이 격전의 현장에서 목숨을 내 걸고 보도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여기서부터 영화의 장난기가 느껴진다). 사이몬은 물불을 안 가리고 위험에 뛰어드는 돈키호테식 기자.
그런데 사이몬이 TV 생방영 도중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 횡설수설하며 험악한 소리를 내뱉으면서 그의 기자로서의 생애가 끝이 난다(왜 그가 감정적으로 무너졌는지는 후에 회상장면으로 나온다). 그리고 사이몬은 종적을 감춘다. 그로부터 5년 후. 고급 간부가 된 덕이 종전 5주년 특집을 위해 앵커맨 프랭클린과 프랭클린의 보조로 하버드를 나온 회사 부사장의 아들 벤자민(제시 아이젠버그)을 대동하고 보스니아에 도착한다.
도착한 날 저녁 덕의 호텔방으로 사이몬이 찾아온다. 그리고 사이몬은 자기가 수천명의 보스니안 회교도들을 죽여 국제전범으로 현상수배 중인 폭스를 단독 회견할 수 있다며 함께 취재하자고 요청한다. 처음에는 이 엉뚱한 제의에 반대하던 덕은 사이몬이 그럴 듯한 증거를 대자 과거 자기가 사이몬에게 진 빚을 갚는 셈치고 폭스 찾기에 나선다. 여기에 동행하는 자가 벤자민. 셋은 CIA 요원으로 가장하고 아직도 폭스를 보호하고 있는 보스니안들을 만나 폭스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사이몬의 진짜 의도는 인터뷰가 아니라 복수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셋이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온갖 액션이 벌어지고 영화는 완전히 멜로물화 한다. 기어와 아이젠버그가 좋은 연기를 한다.
R.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다 쏴 죽여’(Shoot ‘Em Up) ★★½

보지 않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총알이 빗발치는 액션 스릴러이자 멜로물이요 필름 느와르. 폭력적이요 야비하고 치사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대담무쌍하기까지 한 스타일과 에너지 하나만은 가상하다.
존 우의 ‘하드보일드’와 함께 홍당무를 씹어 먹는 만화의 주인공 벅스 버니의 액션을 연상케 하는 희한한 영화로 섹스와 유혈폭력이 판을 친다.
암살자와 그가 쫓는 만삭의 여인과 이 여인을 돕는 정체불명의 트렌치코트를 입은 건맨(클라이브 오웬)과 건맨의 애인이자 창녀인 DQ(모니카 벨루치)가 골수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대통령선거 출마자의 음모를 둘러싸고 요란한 윤무를 춘다.
오웬이 주윤발처럼 신생아를 안고 총질을 하는 장면과 오웬과 벨루치가 섹스를 하면서 총질을 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R. 전지역.

‘거품’ (The Bubble) ★★★

현대 이스라엘 청춘들의 도덕적 정치적 문제와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드라마.
텔아비브의 서구화한 지역에 사는 남녀 세 룸메이트의 관계와 이들과 타인의 관계를 통해 이스라엘의 청춘들의 현실을 고찰했다.
20대인 룰루와 두 게이 남자인 얄리와 놈은 룸메이트. 이들 셋 중에서 특히 부각되는 사람이 진지한 성격의 놈. 놈은 예비군 근무 중 만난 팔레스타인 청년 아쉬라프와 서로 첫 눈에 반해 아쉬라프와 자기 아파트에서 동거에 들어간다.
그러나 아쉬라프는 여행증이 없어 다시 집으로 귀가한다. 아쉬라프의 누나는 하마스 단원인 남자와 결혼하나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리고 아쉬라프는 복수를 위해 몸에 폭탄을 감고 텔아비브로 다시 온다.
성인용. 선셋5(323-848-3500),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타운센터 5(818-981-9811)등.

‘밀고자’ (Le Doulos) ★★★½

갱스터들의 배신과 복수 혈전


젊은 장-폴 벨몽도의 연기 좋고
파리의 후진 뒷골목 촬영 일품

프랑스 갱스터 영화의 1인자로 미국 갱스터 영화를 찬양하는 여러 편의 필름 느와르를 만든 장 -피에르 멜빌의 1964년작 흑백영화다. 제목은 갱스터들이 즐겨 쓰던 모자를 말한다.
과묵한 갱스터들의 배신과 음모와 복수와 살인 그리고 이들과 형사들 간의 대결을 그린 스타일 있는 영화로 젊은 장-폴 벨몽도의 모습과 연기가 보기 좋다. 또 파리의 골목과 후진 뒷동네와 클럽 등지를 보여 주는 촬영과 재즈성 음악과 무드도 좋다.
첫 장면은 감옥에서 막 나온 모리스(세르지 레지아니)가 자기의 친구로 자기 애인을 죽인 나이 먹은 장물아비 질베르를 찾아가 복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모리스는 모차르트가의 보석상에서 강탈한 고가의 보석들과 현금 200만프랑과 권총을 챙긴 뒤 현장을 빠져 나와 이것들을 가로등 아래 땅 속에 파묻는다. 모리스가 질베르의 집을 빠져나오는 순간 이 보석을 노리는 다른 갱스터들인 누테치오(미셸 피콜리)와 아르망이 도착한다.
한편 모리스는 악명 높은 경찰 정보원이자 친구인 질리앙(벨몽도)이 구해준 도구를 가지고 또 다른 친구 레미와 함께 거부의 금고를 털러 야간에 잠입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밀고로 경찰이 들이닥치고 도주하던 레미는 사살되고 모리스는 총상을 입는다.
모리스는 경찰에 체포돼 영창에 수감된다. 모리스는 밀고자가 질리앙이라고 믿고 영창의 다른 수감자에게 질리앙 청부살인을 부탁한다.
한편 질리앙은 모리스의 애인 테레즈가 밀고자라고 확신, 그녀를 차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한다. 이어 질리앙은 모리스가 파묻은 보석과 현찰과 권총을 회수, 모차르트가 강도의 장본인인 테누치오를 찾아간다. 질리앙은 여기서 테누치오와 아르망이 보석 때문에 서로를 죽인 것처럼 꾸미고 현장을 빠져 나온다.
질리앙이 손을 써 영창서 나온 모리스는 뒤늦게 밀고자가 테레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모리스는 질리앙에 대한 청부살인을 중지시키려고 폭우가 쏟아지는 중에 질리앙의 집으로 차를 몬다. 질리앙의 마지막 장면이 희극적으로 멋있다.
성인용. 13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파리에서’(Dans Paris) ★★★

두 형제의 로맨틱한 모험에 관한 생기발랄하고 정직한 드라마로 제목의 파리가 매우 중요한 배경으로 나온다. 크리스마스 직전.
감수성 예민한 폴은 애인과 헤어진 뒤 아버지와 형 조나산이 사는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폴은 조나산의 방에 칩거, 두문불출하며 이별 후유증을 앓는다.
아버지와 형과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가 모두 폴에게 밖으로 나올 것을 간청하나 폴은 막무가내 그런 폴은 어느 날 밤 방을 빠져 나와 센강에 뛰어드나 살아 돌아온다.
한편 폴과는 반대 성격인 조나산은 폴을 설득시키지 못하자 혼자 파리 시내를 활보하며 여자들을 만난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플레이하우스 7등.

‘첵 드림’(Czech Dream) ★★★

광고의 효과와 소비문화 및 인간의 탐욕을 알아보기 위해 체코의 두 영화학도가 꾸민 사기극으로 리얼리티 쇼와도 같은 다큐다. 생각하게 만드는 블랙 코미디식 기록영화.
두 영화학도 필립과 비트는 존재하지 않는 수퍼마켓 ‘첵 드림’의 개장을 라디오, TV, 웹사이트, 신문, 잡지 및 전단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노래까지 만들어 다른 마켓보다 값이 엄청나게 싸고 구하기 힘든 물건이 모두 있다면서 “가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돈 쓰지 말라”고 역선전을 한다. 풀밭에 마켓 정면만 세워놓은 ‘첵 드림’ 개장일이 되면서 수천명이 몰려든다. 감쪽같이 속은 시민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그랜드 4플렉스(213-617-0268).

‘달 그림자 속에’(In the Shadow of the Moon)

미국은 1968~1972년까지 달에 모두 9차례 우주선을 보냈는데 이 영화는 이 달여행에 참여해 아직도 생존해 있는 우주인들을 인터뷰, 그들의 입으로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본다.
달 위를 걸은 우주인은 모두 12명. 우주인들의 증언은 시각적으로 뛰어난 자료사진들과 함께 제공되는데 그들의 과감한 모험정신과 위험과 자부심 그리고 전 세계가 미국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던 당시의 획기적인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인터뷰에 나오는 우주인들은 짐 로벨(아폴로 8과 13), 데이브 사캇(아폴로 9와 15), 잔 영(아폴로 10과 16), 진 서난(아폴로 10과 17), 마이크 칼린스(아폴로 11), 버즈 올드린(아폴로 11), 앨란 빈(아폴로 12), 에드가 미첼(아폴로 14), 찰리 듀크(아폴로 16), 해리슨 슈미트(아폴로 17)등이다. PG. 아크라이트, 랜드마크.

‘크루징’ (Cruising)

‘프렌치 커넥션’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윌리엄 프리드킨이 감독하고 역시 오스카상 수상자인 알 파치노가 주연하는 살인 스릴러로 1980년 작. 1970년대 말 뉴욕의 게이 커뮤니티의 S&M 문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이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형사가 게이로 위장하고 침투한다.
그리고 이 형사는 게이문화와 섹스에 깊이 빠져들면서 자신의 정체와 대인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노골적인 동성애 섹스신이 나온다.
이 영화가 나오자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그릇된 묘사를 이유로 대규모의 폭동이 일어났었다.
R. 차이니스(323-77-FILM). 18일 DVD 출시.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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