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브라질리언 카니벌

2007-09-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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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상, 현란한 춤…어른도 아이도 하나된다

매년 9월 셋째 일요일
롱비치 거리축제 펼쳐

춤, 노래, 음식, 술, 그리고 무한한 희열과 거침없는 열정의 잔치. 브라질의 전통 축제인 ‘카니벌’이 남가주에서 그 화려한 향연을 펼친다. 브라질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매년 9월 셋째 일요일에 열리는 롱비치 거리축제는 미국 내에서 열리는 모든 브라질 스타일 카니벌 중에서 뉴욕의 ‘맨해턴 브라질리언 데이’와 나란히 가장 전통적이고 리오풍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행사. (브라질 독립기념일은 9월7일이지만, 샌프란시스코 카니벌, 샌디에고 카니벌, 그리고 리오 데 자네이루 축제와 겹치지 않는 날을 고른 결과 9월 셋째 일요일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들?전 세계의 미래’(Children?The Future of All Nations)라는 주제로 예년에 비해 어린이들이 즐길 만한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했기 때문에 브라질식 카니벌이 성인 중심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온 가족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롱비치 스트릿 카니벌은 크게 삼바 공연, 퍼레이드, 그리고 작은 페어 형식으로 마련된 부스들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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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비치 스트릿 카니벌 퍼레이드에서 선보이는 브라질 원주민 댄스.

삼바 공연

아프리카와 남미 특유의 비트를 혼합한 4분의2박자 댄스 ‘삼바’는 브라질 축제의 기본.
눈부시게 화려하고 원색적인 의상과 거대한 깃털 머리장식, 심장 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드럼 소리, 그리고 현란하리만큼 정열적인 무용수들의 움직임 등이 조화를 이루어 지극히 브라질적인 매력을 표출한다.
올해도 삼바라 삼바 스쿨(SambaLa Samba School), 룰라 애프로-브라질(Lula Afro-Brazil), 델타 노브(Delta Nove), 브라실리다드(Brasilidade), 카포에이라 센트로-술(Capoeira Centro-Sul), 삼바레자 댄서스(SambaLeza Dancers), 파리틴스 댄서스(Paritins Dancers) 등 수준있는 무용단들과 브라질리언 밴드가 대거 출연하여 인상적인 무대를 꾸며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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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비치 브라질리언 스트릿 카니벌에 출연하는 삼바(Samba) 댄서들. 카니벌의 꽃으로 불리기에 손색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퍼레이드

브라질리언 카니벌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도 삼바 댄서들의 행진이라고 할 수 있는 퍼레이드. 올해도 리오 스타일과 바히안 스타일, 두개의 퍼레이드가 각각 열린다.
리오 퍼레이드는 리오 데 자네이루에서 삼바 학교들이 음악과 춤을 선보이면서 행진하는 스타일을 그대로 도입하여 남가주의 삼바라 삼바 스쿨을 중심으로 다양한 밴드와 댄서들이 브라질 문화를 뽐내는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리오 퍼레이드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화려함. 꽃차 자체도 원색을 사용하여 눈부시게 빛나지만, 그보다 더 찬란하게 단장한 댄서들의 의상이 일품이다.
대형 깃털이 달린 거대한 머리 장식에 비드와 스파크로 세밀히 장식된 비키니, 혹은 짧은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고, 번쩍이는 목걸이, 팔지, 발찌 등을 갖춘 복장을 전통 퍼레이드 의상으로 간주하는데, 롱비치 퍼레이드에서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반면, 바히안 퍼레이드는 브라질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자유분방한, 완벽한 거리축제 형식으로 이어져온 전통이다.
옛 브라질의 지배 계급 및 상류층 축제가 눈으로 보는 리오 스타일이었다고 하면, 일반 대중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며칠 동안 먹고 마시고 춤추면서 벌인 체험형 카니벌이 바로 바히안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 역시 두 축제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서 리오풍은 삼바 일색인데 비해 바히안은 아프리카와 다른 남미 영향을 많이 도입한 Axe 음악이 지배적이어서 전자음과 타악기, 특히 다양한 드럼 연주가 주를 이루고, 현대화된 레게, 퓨전 삼바 등 리오 카니벌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사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롱비치 바히안 퍼레이드는 오후 4~5께 시작해서 1시간반 정도 진행될 예정인데, 전통 스타일에 따라 누구나 현장에서 판매하는 티셔츠를 사 입고 퍼레이드에 참여하여 춤추고 노래하며 즐길 수 있다.
두 퍼레이드 모두 볼거리가 많고, 무수한 출연진과 일부 커스튬을 갖춘 구경꾼들의 차림이나 춤을 구경하면서 흥겨운 음악에 휩쓸려 거리 축제 분위기를 맘껏 누리기에 충분한 이벤트다. 전체 행사 입장권을 사지 않고도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다운타운 롱비치 프러미나드 근처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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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비치 브라질리언 스트릿 카니벌에서 가장 두껍고 복잡한 의상을 소화해 내는 기수와 볼룸 매스터.


리오 데 자네이루

전 세계로 퍼져나간 브라질 카니벌의 원조라고 하겠다. 5일간에 걸쳐 공연, 퍼레이드, 파티, 거리 축제 등을 관람하거나 직접 참여하여 즐기는, 브라질식 놀이문화의 진수라고도 할 수 있다.
포르투갈 점령시절 폭동 수준으로 모든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가 진흙과 물세례를 주고받으며 육류위주의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던 ‘엔트루도’ 축제가 1700년대와 1800년대 초까지 리오의 페스티벌로 매년 열리다가, 1840년 최초의 가장 카니벌 무도회를 기점으로 현대 개념의 축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1850년께 군악대를 중심으로 말이 끄는 꽃차가 선보인 거리 퍼레이드로 이어졌다.
삼바 음악이 카니벌에 도입된 것은 1917년으로 기록되어 있고, 1928년 마침내 삼바 스쿨들에서 중심이 되어 전체적인 축제를 주관하면서 장대한 꽃차에 수천명의 댄서, 가수, 연주자, 드러머 등이 정교하고 원색적인 의상을 차려입고 행진하는 리오풍 카니벌 퍼레이드 문화가 생겨났다.
리오 카니벌의 또 다른 특징은 무수한 무도회가 도시 곳곳에서 열린다는 것. 코파카바나 팰리스에서 열리는 블랙 타이 갤라 볼, 해변에서 열리는 싱글 볼, 동성애자들을 위한 게이 볼 등 완벽한 정장을 요구하는 무도회에서부터 아무 의상도 필요 없이 가면만 쓰면 입장이 허락되는 무도회까지 여러 형태의 파티가 진행된다.
또한 낮과 밤의 구분 없이 리오 데 자네이루 시내와 주변 지역 곳곳에서 거리 축제가 열리는데, 대부분 누구나 티켓 없이 참여할 수 있고, 다양한 구경거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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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색상과 열정적인 몸짓으로 롱비치 스트릿 카니벌에서 삼바춤을 선보이는 댄서들의 모습이 카니벌의 고향인 리오 데 자네이루를 연상케 한다.

마디그라(Mardi Gras)

브라질 카니벌의 피날레는 항상 성회일 전날인 화요일, 마음껏 육식을 즐기며 광란의 하루를 보내는 마디그라로 막을 내린다. 마디그라 전통은 브라질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가 유럽, 북미, 중남미 다수 국가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갖고 있는데, 참회하기 직전에 마음껏 향락에 빠진다는 개념을 그대로 도입해서 지역에 따라 이날을 참회 화요일(Shrove Tuesday), 폭식 화요일(Fat Tuesday), 또는 팬케익 데이(Pancake Day)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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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식 카니벌의 특징인 원색적이고 환상적인 의상.

축제 유래

부활절 40일 전 가톨릭 성회일 - 로마 농신제 혼합 축제

‘브라질리언 카니벌’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에서 와인의 신 ‘디오니소스’를 기념하던 봄 축제로 알려져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리스의 축제는 로마인들에 의해 로만 술의 신 ‘바커스’를 기념하는 잔치로 바뀌고, 차츰 농신제(Saturnalia)로 자리 잡게 된다.
고대 로마의 농신제는 전적으로 술을 예찬하고 기념하는 날로서, 특이한 점은 노예와 주인이 서로 옷을 바꿔 입고 신분과 위치를 모두 잊은 채 하루를 술에 빠져 지냈다는 것.
그와 같은 농신제가 로만 가톨릭교회에 의해 성회일(Ash Wednesday)을 기념하는 축제로 변형되는데, 이는 부활절 40일 전, 즉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보낸 40일을 맞아 단식과 참회를 하는 사순절을 앞두고 육체적인 모든 쾌락을 털어버린다는 의미에서 벌이는 축제로, 가톨릭적인 종교적 개념과 이교도(pagan)적인 고대 로마의 농신제가 섞여서 만들어진 전통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브라질의 카니벌은 고대 로마의 농신제와 가톨릭교회의 성회일 축제를 합한 개념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고, 열리는 시기는 부활절 40일 전인 사순절이 시작되는 2월, 또는 3월 초로 정해져 있다.
포르투갈어 카르너벌(Carnaval)에서 비롯된 단어 ‘카니벌’(Carnival)의 어원은 육체에게 작별을 고한다는 의미의 라틴어 ‘Carne Vale’, 육식을 금한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Came Levare’ 등이 유력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거리 노점상

롱비치 카니벌에서는 브라질 전통 음식에서부터 다른 에스닉 푸드까지 다양한 메뉴를 만날 수 있고, 브라질 문화에 관한 홍보 부스와 브라질 원주민 예술품, 삼바 의상 및 장식품 등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브라질리언 스트릿 카니벌

일 시: 9월16일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장 소: 롱비치 다운타운
입장권: 일반 20달러부터 VIP 60달러까지. 12세 이하는 무료
문 의: 562-508-4504, 310-991-5744, www.carnaval.org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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