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종교 인정없인 화합 안돼”

2007-09-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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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을 위한 불교 강의’일아 스님

“물신 좇는 현대인의 탐욕이 진짜 우상”

“다른 종교를 종교대로 봐주는 게 화합의 지름길이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도 화합해서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일아 스님은 ‘기독교인을 위한 불교 강의’를 하고 있다. 이런 이색시간을 갖는 이유에 대해 “어떤 종교를 믿든 상관없이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강의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독교인을 개종시키는 건 생각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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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아 스님은 “각 종교가 경전을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면 절대주의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이승관 기자>>

일아 스님은 유니버시티 오브 더 웨스트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른 종교의 경전도 많이 공부한 결과 내린 스님의 결론은 ‘기독교와 불교는 전혀 다른 세계관이라 접점을 찾을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상대 종교의 장점은 잘 승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믿는다.
“석가모니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어요. 그저 왜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고, 왜 살아가고, 왜 고통을 받고 있는지, 이 고통은 어떻게 극복하는 지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기독교는 유일신을 빼면 논의할 수가 없죠.”
이야기는 자연스레 우상숭배로 넘어간다. 신 자체를 배척하는 불교이기에 불상은 잡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불교는 석가모니가 깨달은 바를 따르는 것일 뿐이지, 불상 자체를 숭배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예배의 대상으로 잡신이라 일컬어지는 우상과는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걱정해야 할 우상은 우리 마음속에 깊게 뿌리를 내린 탐욕이죠. 명예욕, 황금만능 사상 같은 거죠. 눈에 보이지 않는 물신을 좇는 게 이 시대의 우상이 아닐까요. 그러기에 자신을 내려놓고 이웃을 사랑하고, 어려운 주변을 외면하지 말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소중합니다.”
그럼 종교는 왜 저마다 이렇게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을까. 그 출발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라고 스님을 말한다.
“구약성경을 공유하고 있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는 모두 척박한 사막에서 비롯됐죠. 갈아서 부칠 땅이 없는 곳이죠.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노예로 탈출했기에 제 땅도 없었고요. 그러니 이 모든 좋지 않은 환경을 한꺼번에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신이 필요했죠. 그것이 곧 유일신입니다. 반면 석가모니는 왕자로 태어났기에 안정된 삶을 살았어요. 그러니 신 같은 것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왕자도 고통에서는 헤어날 수 없는 현실은 어디에서 연유됐는지가 궁금했던 거죠.”
그럼 불교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느냐고 물었다.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남도 행복하게 될 수 있다. 다 행복해야 평화가 온다’고 스님은 답한다.
“내가 먼저 깨달으면 남과 다투지 않게 됩니다. 불교에서는 나만 행복하게 살면 그만 이라고 강조하지 않아요. 인간이 윤리를 중시하고 자기 신앙을 바르게 하면 남의 종교도 간섭하지 않게 되죠.”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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