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09-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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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성을 회복하자

몇 해 전만 해도 계속된 양적 부흥을 보여주던 한국 기독교가 거의 그 성장을 멈추었다는 우려가 나오더니, 얼마 전부터는 기독교 감소 추세의 실제 통계자료까지 제시되고 있다. 왜 한국 교회의 성장이 멈추었을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기독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나빠진 인식을 그중 하나로 들 수 있겠다. 아프가니스탄 선교팀의 피랍 사건으로 이런 사회의 생각들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그때 인터넷에 쏟아졌던 네티즌의 수많은 글을 통해 드러난 것은 일반인의 기독교에 대한 생각이 나쁜 정도가 아니라 미워하고 증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부흥이 부분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이 교회들의 성장은 믿지 않는 사람의 전도보다 기존 교인들의 수평 이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교회성장 연구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가? 한국에서 얼마 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기독교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주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기독교인의 부정직성이 꼽혔다. 요사이 한국은 유명인사들의 가짜 학위와 학력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학력과 학벌이 너무 많은 것을 좌우하는 학력 만능주의 사회에서 일차적으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대의 사회상은 당시 교회의 영성을 반영한다고 하지 않는가?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의 정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다. 그리고 이 그리스도의 정신은 하나님이셨던 자기의 모습을 비우고 사람으로 오셔서 죽기까지 낮아지신 겸손의 정신이다. 그런데 오히려 교회의 지도자들이 세상에 뒤질세라 허위학력과 학벌지상주의에 편승하고 있지는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짜 학위로 고국이 소란한 이 때에 우리 이민교회는 과연 이 문제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 달라스에서는 지역교계에서 내로라하던 한 목회자의 학력위조와 목사안수증 및 졸업증명서의 변조사건으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어디 달라스뿐이랴? 현 이민교계에서는 통신과정을 거쳐 6개월만에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 탈 때에는 집사, 내릴 때에는 목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목사의 무더기 배출은 학위 세탁이나 학력 위조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면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먼저, 교인들은 목사가 목회를 잘하는 데에는 학위가 아니라 주님의 마음으로 양무리를 사랑하고 영혼을 잘 돌보는 신실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래서 비록 높은 학위나 학력이 없어도 목회의 외길을 진실하게 걸어온 목회자들을 더욱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목회자들은 이미 가진 학위나 학력을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배설물로 여길 수 있는 성경적 가치관을 함양하자.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오늘 나에게 주신 소명과 은사를 최고의 것으로 여기고 감사와 충성으로 목양에 힘쓰자. 그래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개인의 명예를 드러내며 높아지고자 하는 목회자들이 스스로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교계의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비록 멀게 보여도 이러한 교회의 근본적인 사고틀의 변화야말로 자기자랑과 높아지려는 헛된 욕망으로 병들어 가는 교회를 치유하며, 정직함과 순결을 회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혜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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