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버스 모기지가 있어 은퇴 살림이 여유롭다

2007-08-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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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심각하게 침체됐는데도 불구하고 붐을 맞고 있는 모기지 분야가 있다. 바로 리버스 모기지. 62세 이상 노인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에퀴티를 담보로 융자 라인(credit)을 받는 것이다. 일반 모기지 융자인 경우 페이먼트를 매달 내지만 리버스 모기지는 거꾸로 이미 갖고 있는 에퀴티에서 원하는 액수를 빼내 쓰는 방식. 재산은 있으나 수입이 없는 노인들이 생활비를 쉽게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택 융자 고전 중에도 리버스 모기지는 급증 추세
주택 에퀴티에 줄 대 생활비 조달하는 노인 크게 늘어
베이비부머들 은퇴 돌입… 이제 시작, 더 확대될 전망

리버스 모기지는 최근 급격히 느는 추세다. 액수상으로는 2006년 하반기중 상반기보다 9.5%나 늘었고 대출 건수로는 19%나 급증했다고 모기지 은행 협회는 밝히고 있다. 리버스 모기지보증기관인 연방주택국(FHA)에 따르면 리버스 모기지 융자는 2000년에서 2006년 사이 10배나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7만6,000명 이상의 노인들이 연방정부 보증 리버스 모기지를 이용했다. 2000년 6,637명이 이용했던데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증가. 올해는 더 늘어나 올 여름중에 작년 한해 대출액을 넘어설 전망이다.
3년 전 리버스 모기지 라인 오브 크레딧을 융자 받았던 74세 동갑내기 보든 부부. 이 노부부에게 리버스 모기지는 윤택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황금같은 존재다. “우리 두 늙은이는 모두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연금(pension)과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받아 생존 보장되지만 여유있는 생활은 리버스 모기지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보든 부부는 리버스 모기지에서 뺀 돈으로 집도 업그레이드하고 아들 딸네 방문 여행비, 손자 손녀 선물을 마련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었다.
애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려고 했으나 애들이 “살아계실 때 하고 싶은 것, 드시고 싶은 것 원 없이 쓰시라”고 간곡히 권하는 바람에 그 뜻에 따르기로 했다.
보든 부부는 “결국에는 집이 정부 소유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오해해 리버스 모기지를 꺼리는 노인 친구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자식들이 리버스 모기지를 말린다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리버스 모기지는 집을 팔거나 이사가기 전에는 빼내 쓴 액수를 갚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적 홈 에퀴티 론이나 세컨드 모기지와는 다르다. 대출기관은 집을 팔았을 때 리버스 모기지 융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받는다. 리버스 모기지 인출시 가입하게 되는 FHA 보험은 집을 팔았을 때 에퀴티 인출액이 주택 가치를 넘어 은행이 손해를 볼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대부분의 리버스 모기지는 변동이자율이나 최근 수요가 크게 늘면서 고정 융자도 개발되고 있다. 리버스 모기지는 많은 경우 크레딧이나 소득 기준을 요구하지도 않아 에퀴티만 있으면 융자가 수월하다는 점도 매력.
리버스 모기지가 아직은 모기지 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 많지 않지만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에 접어들고 있어 엄청난 규모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또 연방의회는 FHA 보험 상한선을 주택가치 36만2,790달러로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상향 조정하면 수백만명이 융자자격이 생겨 리버스 모기지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리버스 모기지는 이제 막 시작일 뿐,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니어 렌딩 네트웍의 CEO 데이빗 페스킨은 “베이비부머들은 부채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일반 모기지를 사용한다는 개념으로 리버스 모기지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고 내다 본다.
확대 전망에 따라 모기지 융자 기관들도 리버스 전담 브로커 교육에 힘을 쏟는 한편 제임스 가너나 로버터 와그너와 같은 노인들에 인기 있는 유명인을 이용한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니 매와 패니 매 등 관련 정부기관들도 리버스 모기지 시장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에 나서고 있다.
퍼스트 리버스 파이낸셜 서비스의 데이빗 세사리오 사장은 “리버스 모기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 단계로 잠재 고객의 1%도 수용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고 말한다.
리버스 모기지 관련 신상품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다른 론에 비해 이자율이 높거나 수수료가 많을 수 있다.
리버스 모기지는 원래 자산은 많으나 소득이 적은 노인들을 위한 상품으로 현재의 집에 그대로 살면서 병원비나 주택 유지비,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이용돼 왔는데 최근에는 다른 방도로도 많이 이용된다.
리버스 모기지로 융자 받은 자금으로 기존의 전통적 모기지를 갚는 노인들이 아주 많다. AARP의 리버스 모기지 교육 프로젝트 디렉터인 브라윈 벨링에 따르면 리버스 모기지를 이용하는 노인들 중 절반 가량이 리버스 모기지를 이용해 기존 모기지에서 해방된 뒤 은퇴에 들어간다.
부유한 은퇴 노인 중에는 점보 리버스 모기지를 많이 이용하는데 자신이 보유중인 주식에는 손대지 않고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이다. 리버스 모기지를 이용해 현금 흐름에 지장을 받지 않고 전통적 세컨드 홈 페이먼트도 차질 없이 낸다.
리버스 모기지는 베이비부머들이 과거 세대에 비해 적은 은퇴자금으로 은퇴에 들어가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직장 연금도 줄었고 다른 지출도 늘어나 리버스 모기지야 말로 거의 유일한 위안일 수 있다. 많은 노인들은 “위급상황에서 돈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리버스 모기지가 이런 걱정을 덜어 줬다”고 말한다.
전국 리버스 모기지 렌더 협회에 의하면 62세 이상 미국인들이 보유한 홈 에퀴티는 4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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