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게 힘이 된 한 구절

2007-08-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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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시편 121:1)

미국에서 삶도 7년이 훌쩍 넘었다. 미국서 삶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일주일 단위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그렇게 네 번이 지나가면 한 달이 지나가고, 그러다 열두번 반복하면 한해가 가버린다. 바쁘다는 이유로 늘 하늘 아래에 살고 있었지만 하늘의 반짝이는 별과 구름을 바라보지도 못했고, 한국에서보다 유난히 더 커 보이는 둥근 보름달을 몇 번 쳐다보지도 못했던 바쁜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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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요전에는 참 좋은 경험을 했다. 미국에 와서는 산을 오르내린 기억이 손을 꼽을 정도밖에 없었다. 이번에 그랜드캐년의 웅장한 자연을 바라보며 어릴 적 일들이 생각이 났다. 어려서 ‘지구가 둥글다. 지구는 회전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아니 지구가 둥글고 회전하는데, 나는 왜 어지럽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넘어지지도 않는 거지? 어떻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등 여러 의구심이 생겼다. 그러다 우연히 ‘어린왕자’ 그림책을 보았다. 어린왕자가 둥근 지구 같은 곳에 혼자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당시는 ‘아하, 그렇구나. 지구는 둥글어’라고 생각하며 내 머리 속으로 단순히, 막연히 정리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누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발견했는지, 회전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인지할 수 없는지, 왜 넘어지거나 떨어지지 않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얻기 전까지는 어린왕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정리했던 나의 순수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웃음을 짓곤 했다. 지금도 높이 솟은 빌딩 숲을 보면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산을 오르거나 먼발치에 있는 산의 모습을 보면서 지구는 둥글다고 생각한다.
미국 생활은 참 바쁘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 하나님으로부터의 도움의 손길 때문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를 지키시고, 보호하시기 위해서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는 사실에 더욱 감격하며 특히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뉴욕의 날씨와 달리 습하지는 않지만 따가운 느낌을 줄 정도의 뜨거움이 있다. 그 뜨거운 해로부터 그늘은 큰 위로와 평안, 안식임을 체험했다.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수천, 수만의 사건 사고의 비보를 들으며 하루살이 목숨과도 같은 연약한 지체들이 숨을 쉬며 살고 있음은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도 내 영혼까지 지키시는 그 여호와 하나님을 찬양하며 먼발치의 산을 바라본다.

김 의 구 (남가주밀알선교단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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