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패한 이후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박 전 대표측 인사들 사이에서 이명박 후보와 측근 인사들에 대한 불만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깨끗한 경선 승복의 뜻을 받들어 자숙 모드를 유지했지만, 이 후보측이 최근 보여준 일련의 언급은 이 후보가 공언해 온 `단합과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에서 패자에 대한 배려가 좀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향후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화합이 이뤄지느냐, 아니면 한지붕 두식구로 불편한 `동거’를 할 것이냐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얘기까지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24일 이 후보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 낙마를 생각하면서 겉으로만 손잡는 것이 구태, (박 전 대표측이)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되자 발끈했다.
캠프 대변인을 지낸 김재원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그런 말을 했다면 저희는 섭섭하고 답답하다. 당이 화합해서 정권교체로 가는 길에 장애요인이 되는 만큼 승자 입장에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아야 한다며 지금 상태에서 가능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두고 낙마니 어쩌니 말했다고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손을 맞잡아도 될까 말까인데 이런 식이라면 단합해서 큰 목표를 이룰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고, 또 다른 측근도 그런 발언들이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싸움을 걸려고 하는 시비라면 말려들지는 않겠지만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그런 말이 반복된다면 무조건 참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오는 27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을 놓고서도 박 전 대표측 기류가 심상치 않다.
캠프 선대부위원장 출신으로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이규택 의원은 화합 차원에서 이 후보측에서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를 찾는데 이 후보측이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그런 느낌이 있다면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둘 다 최고위원인데 최고위원직 한 명 정도는 화합을 위해 양보해야 하지 않느냐. 두 개를 다 독식하려니까 저희 쪽에서는 실제로 부글부글 끓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해서 당 조직을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오늘 이재오 최고위원을 만나 담판을 짓고 자기들이 다 하겠다고 하면 최악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현재 경선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의원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의원은 전날 이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내주에 박 전 대표를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서도 만약 성사되지 않는다면 패자가 옹졸하게 못 만나겠다고 뿌리친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패자를 배려해준다면 먼저 연락해 조율하고 언론에 발표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이 후보가 당의 색깔과 기능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친박 의원인 김용갑 의원이 성명에서 당의 화합보다 새로운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공개 비판한 것도 이 후보의 `당 화합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박 전 대표측의 불만 기류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불만은 집단적인 의사표시보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오는 27일 박 전 대표가 선대위 관계자 80여 명을 초청해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주재하는 만찬 회동은 행사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의 `불만 기류’나 `문제 의식’이 집단적 의사표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을 지 여부에 대해 김재원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 박 전 대표는 이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고 맡아야 할 분야이지, 선거기획을 하면서 인사권이나 재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대위원장을 맡느냐 안맡느냐가 아니라 박 전 대표가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가 그 부분이라는 것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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