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08-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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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의 기반

1907년 1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일기 시작한 대부흥운동은 한마디로 회개 운동이었다.
길선주 장로를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구체적으로 회개하였다. 교회 돈을 횡령한 죄, 남의 것을 훔친 죄, 아내 아닌 여자를 탐한 죄, 다른 교인들을 미워한 죄 등이 공개적으로 고백되면서 집회는 울음바다로 변했고 이 회개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이것이 한국의 초대 교회가 지녔던 에너지였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는 교인수가 줄어들고 사회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만나고 있다.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평양 대부흥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통해 한국 교회 재건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100주년 기념행사가 벌어지는데 뜻 있는 분들은 이 행사가 회개의 장소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지난 7월초 한국에서 열렸던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성회에서도 사랑의 교회 은퇴목사 옥한흠 목사님은 ‘주여, 살려주시옵소서’라는 설교를 통해 한국 교회, 특히 목회자들의 회개를 촉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교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그들이 듣기에 달콤한 설교만을 했던 자신의 죄를 먼저 회개하였고, 회개가 형식에 사로잡혀서는 안됨을 역설하였다고 한다. 목회자들의 태도 변화 없이는 한국 교회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온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고, 하기 어려운 설교를 하신 옥 목사님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런 설교를 당신이 현역 담임목사로 계실 때 하지 않고 은퇴한 이후에 하셨다는 것이다. 회개가 형식에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목회 현장에서 목회자의 결단과 변화가 필요한데, 옥 목사님은 이미 목회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옥 목사님께서 구체적으로 교회 목회 현장에서 무엇이 고쳐져야 하는 가를 보다 구체적으로 일일이 지적하셨어야 했다고 믿는다. 그가 행했던 설교의 내용뿐만 아니라, 교회의 재정, 인사, 정책결정 과정, 담임목사와 평신도의 관계 등 혹시라도 회개할 것이 있었다면 모두 밝히고, 현재 사랑의 교회를 이끌고 계시는 장로님들과 후임 담임목사에게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를 말씀하시되 그 내용을 모든 교회에 공개하셔서 한국교회의 개혁의 귀감으로 삼게 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일 이런 행위가 따르지 않는다면 옥 목사님의 회개 외침이야말로 또 하나의 형식적인 회개가 아니냐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자기가 있을 때는 하나도 말 안 하다가 퇴임 후에 소리나 지르는 사람으로나, 혹은 교회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피해 가는 비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껏 한국 교회를 이끌어 오셨던 전, 현직 대형교회 목사님들은 그들의 시대가 극복되어 한국 교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을 누구보다도 기대하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교회의 모습이 정직하고 철저하게 분석되어 회개의 기반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박문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쇼날 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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