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4시20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장내를 가득 메운 1만5,000여명의 한나라당 당원 대의원들의 귀가 박관용 당 선관위원장에게 쏠렸다. 이어 박 위원장의 쩌렁쩌렁한 음성이 울렸다. “이명박 후보가 최다 득표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음을 선포합니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에게서는 긴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후보는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박 전 대표에게 협조를 구했다.
패자인 박 전 대표에게는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박 전 대표는 담담한 목소리로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백의종군하겠다.
지지자들도 나와 함께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열정을 다시 정권 교체에 쏟아 주기 바란다”고 말하는 순간, 1만5,000여명의 청중은 일제히 일어나 “박근혜”를 연호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경선후보 간 화합에 철저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강재섭 대표는 “이제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 붕대를 감아 주고 부서진 깃발을 세워 새로운 전쟁, 더 큰 전쟁, 연말 전쟁에 모두 힘을 합쳐 나가자”고, 김형오 원내대표도 “반쪽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승자와 패자의 화합을 당부했다.
백미는 4명의 경선후보가 경선 소감 등을 밝힌 ‘화합의 토크 한마당’이었다. “다른 후보들의 장점을 칭찬해 달라”는 송지헌 아나운서의 주문에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어려움이 있어도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힘에 경의를 표한다”고 이 후보를 추켜세웠다.
이에 이 후보는 “박 전 대표가 토론회나 유세 과정에서 저를 공격할 때는 ‘아이고 큰일났다’ 싶다가도 박 전 대표가 옆 자리에 들어오면서 살짝 웃으면 마음이 다 풀리더라. 싸우고 싶지만 싸울 수가 없었다. 박 전 대표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을 가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개표는 숨가쁘게 진행됐다. 이 후보가 여유 있게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개표 초반 박 전 대표가 앞섰다는 소식이 개표 참관인 등을 통해 전해지자 장내가 술렁였다.
이후 모든 관심은 시시각각 전해져 오는 비공식 개표 결과에 모아졌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 따라 양 캠프 인사들의 얼굴 표정이 달라졌다. 개표 막판까지 양측은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행사장 입장 과정 등에서 이 후보 지지자와 박 전 대표 지지자 사이의 충돌도 있었다. 일부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도 행사장에 남아 “경선 원천 무효”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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