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철의 테마여행 - 샴페인은 왜 비싼가

2007-08-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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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이 진짜 샴페인이다”

샴페인으로 불리워지려면 샴페인 지방에서 만들여져야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 가면 에페르네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이 도시는 프랑스에서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4만달러 이상)도시며 샴페인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이 도시의 시민 90퍼센트가 샴페인과 관계된 공장이나 포도밭, 관광안내 업종에 종사한다. 유럽에서는 EU법에 의해 프랑스 샴페인 지방에서 만들어진 샴페인만이 ‘샴페인’으로 불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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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의 중심지 에페르네에 세워진 원조 ‘동 페리뇽’수도사의 동상. 그는 샴페인을 만들다가 장님이 되었다.

미국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은 원칙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불러야 한다. 프랑스 내 다른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마저 법에 의해 샴페인이 아니라 ‘무세’로 불린다. 이탈리아 발포성 와인은 ‘수프망태’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프랑스에서는 샴페인 지방을 ‘상파뉴’라고 하는데 이 지방의 샴페인 중심지가 에페르네와 랭스라는 두 도시며 에페르네는 제조와 저장으로, 랭스는 관광과 레스토랑으로 소문난 타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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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페리뇽’ 샴페인을 설명하는 ‘모에 앤드 샹동’의 가이드. 우아한 중년 여성들이 8개국어로 나눠진 코스를 안내하는 것이 특징.

샴페인은 비싸다. 보통 한 병에 30달러 이상이며 좋은 것은 100달러가 넘는다. 미국 레스토랑의 선데이 브런치에서 내놓는 것은 값이 싼 미국산 스파클링 와인이다. 좋은 샴페인인가 아닌가를 구별하는 방법은 잔에 따른 후 물방울이 밑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가 그렇지 못한 가에 달려 있다. 또 물방울이 작을수록 고급이다. 싸구려는 굵은 물방울이 처음에 좀 올라온 후 없어져 버린다. 운동경기에서 승리하면 샴페인을 흔들어 터뜨리는데 그건 터뜨리는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질이 낮은 스파클링 와인이다. 그리고 샴페인을 식당이나 집에서 ‘펑’하고 요란하게 따는 것은 매너가 없는 행동이라고 한다.
샴페인을 개발한 사람은 17세기 상파뉴의 오빌레이 사원에서 와인 저장고의 책임자로 일하던 ‘동 페리뇽’(Dom Perignon)이라는 수도승이다. 그래서 지금도 샴페인 중 최고 고급은 ‘동 페리뇽’이며 나폴레옹이 애용해 더욱 유명해졌다. 이 ‘동 페리뇽’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모에 앤드 샹동’이며 바로 에페르네의 샴페인 애비뉴(사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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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지하 저장창고가 땅속으로 24마일이나 뻗쳐 있는 사실이다. 지하에 도로가 있어 자동차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으며 샴페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창고가 아니라 하나의 지하 도시였다.
샴페인은 만들기가 너무 까다로워 제조과정을 돌아보고 나면 샴페인이 왜 비싼지 이해가 된다. 쉽게 말하면 샴페인은 완성된 와인에 설탕과 이스트를 다시 넣어 발효시키는 것인데 탄산개스와 이스트 찌꺼기를 사람이 몇 달 동안 손으로 병을 돌려가며 걸르기 때문에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싸구려 스파클링 와인은 와인에 탄산소다를 넣어 기계로 발효시킨 것이다. 고급 샴페인의 대명사는 동 페리뇽, 크리스탈 등이다. 흥미로운 것은 상파뉴 지방의 샴페인 산업을 일으킨 인물 중에는 클리쿠오 등 미망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상하게도 샴페인을 만들던 남자들은 일찍 죽는 경향이 있어 부인들이 비즈니스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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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마일이나 되는 ‘모에 앤드 샹동’의 지하 샴페인 저장 창고.

샴페인은 와인이다. 일반적으로 와인 애호가들은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하여 레드와인에서 수년간 머물다가 마지막에 샴페인을 이해하는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샴페인이야 말로 와인 중의 와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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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와이너리와는 달리 공장견학 대기실도 호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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