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 단체의 역할과 리더십

2007-08-11 (토)
크게 작게
우리 한인사회는 타인종 지역사회에 비해 더 조직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긍정적 평가를 하자면, 각종 종교단체와 비영리 사회봉사기관, 직능별 단체 등이다.
직능별 단체 종류가 한인사회보다 더 세분화되어 있는 곳도 아마 없을 것이다.
지난 4~5년 사이에 타 지역사회에서 급진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러한 단체들의 역할을 살핀다면 우리 사회가 비즈니스 영역이 다변화되어 있고, 모이기를 좋아하고, 그 나름대로 네트웍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가늠되어진다.
한인들이 단결이 부족하고, 결집력이 약하다는 보편적 평가와는 다르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면 단체의 리더십, 즉 단체를 이끌고 가는 책임을 진 사람들의 자질, 경험, 기술이 이슈가 된다.
주변을 보면, 필자가 인구조사 연구가는 아니지만, 1.5세가 어림잡아 50세를 넘고, 1.8세가 30~40세를 지나며, 이곳에서 태어난 2세가 30세 경계를 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이 수많은 단체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젊은 세대가 섞여져 있을 법도 한데, 단체들의 활동 내역은 상당히 보수 답습이며, 진취성과 개혁성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요즘 한두 큰 단체는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는 듯 보여, 젊은 세대 리더들의 합류가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였지만, 대다수가 아직 제자리걸음인 듯해 변화를 재촉하고 싶다.
프랑스의 정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라는 책을 통해, 미국의 민주주의의 근간은 수많은 단체(association)의 힘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피력했었다.
그가 미국을 방문했었던 때는 1830년대로, 미국은 1789년 워싱턴 대통령을 선출한 이래로 행정부와 사법부 제도를 완비하고 영국에서 떨어져 나와 서부 개척으로 영토 확장에 열심일 때였다.
그런 가운데 시민들의 자주적 시민활동은 대화와 논쟁을 통한 사회 이슈들에 관한 모임들이 자연스럽게 각종 단체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 참여나 시민활동 등이 한인 지역사회에 더 능동적인 형태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올림픽가의 일방통행을 막고자 여러 단체들이 협조하여 일하는 것 등은 좋은 예이다.
더불어 바란다면, 각종 직능단체의 활동이 그 직능에 해당되는 이슈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시야를 넓혀 지역사회 전체 발전을 위하는 현안들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를 원한다.
한인 지역사회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단체가 미미한 점을 감안한다면, 어떤 획기적인 모멘텀이나 사심 없는 리더가 나타나 지역사회 직능단체를 섭렵하여 그들을 설득해서 큰 네트웍, 정말로 활동하는 시민 영역이 만들어져, 우리 사회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창구가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그런 것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라 해서 다 합리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는 아니겠으나, 리더들의 세대가 바뀌어 진취적이고 성숙한 지도자가 나오기를 고대한다.
그러면 토크빌이 말하는 ‘단체를 통한 민주주의 구현’이 한인 지역사회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