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보기 - 감정표현과 정신건강

2007-08-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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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감정표현에 약하다. 체면과 예식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서 살며 감정표현을 억압하도록 배웠기 때문이다.
감정표현을 위협하는 것에는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도 있다.
남자들이 두려움, 슬픔, 외로움 같이 나약한 감정을 표현하면 ‘무슨 남자가’하며 인정해 주지 않는다. 또 사랑과 부드러움, 친절과 같은 여성적 감정을 드러내면 ‘남자답지 못하게스리’하며 폄하한다.
반면에, 남자가 폭력이나 공격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어느 정도 묵인하는 등 이중 잣대가 적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감정표현에 더 많은 제한을 받는 남성들이 감정을 쌓아두었다가 폭력적인 방법으로 폭발시키는 경우가 많다.
엄밀한 의미에서 감정에는 남녀 차이도 없고 윤리도 없다.
감정은 사람의 내면상태가 평온한지 아니면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신 온도계일 뿐이다.
평온하고 긍정적인 감정은 자신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분노, 슬픔, 우울, 죄책감, 원망, 질투와 같은 감정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혼란과 위협을 느끼며, 관계의 혼란으로 위기상황에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빨리 해결책을 가지고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결국 감정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마음의 평정과 건강이 회복된다는 말이다.
감정은 정신 에너지이기 때문에 억압(repress)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표현(express)해야 풀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정이 표현되면 속에 쌓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라도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감정 조절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이 된다.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심정도 잘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어서, 의사소통을 더 잘하게 되고 삶에 대한 행복감도 커진다.
자신의 가정이 행복하기 원하는가?
가족들 서로에게 긍정적 감정을 많이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감사해요, 행복해요, 즐거워요”라는 긍정적 감정은 표현할수록 기쁨이 커진다.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에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삶이 무미건조해진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도 가정이 되어야 한다.
부모에게 그리고 배우자 서로에게 “내가 우울하다” “슬프다” “답답하고 화가 난다”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감정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준다면, 마음에 일어나는 부정적 감정의 부정성이 내면화되지 않고 정화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을 함께 나누면 슬픔과 외로움이 반으로 줄어들고, 분노가 쌓여서 폭발할 일이 없게 된다.
나의 가정은 가족들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인가? 우리의 가정은 서로의 감정을 표현할 때,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민감하게 받아주며 대화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사람끼리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며 공감하는 것은 정신건강의 기초이다.
(213)500-0838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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