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몸으로 체험하는 ‘노아의 방주’

2007-07-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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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볼 문화센터

“올 여름방학, 노아의 방주를 탐험해 볼까?” 성경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노아의 방주’(Noah’s Ark)는 널리 알려진 성서이야기 중 하나다. 고대 홍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노아의 방주’는 수메르 신화로 알려진 ‘길가메쉬 서사시’ 등 세계 여러 다른 문화권에서도 찾을 수 있는 홍수 신화와 유사한 점이 많다. ‘노아의 방주’가 실제로 있느냐, ‘노아의 방주’ 파편이 발견됐다는 뉴스도 종종 나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재미난 동화책으로 쉽게 이야기를 접하기도 한다. 최근 유대인 커뮤니티 문화센터인 스커볼(Skirball) 문화센터에서는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노아의 방주’ 전시관을 설치해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노아의 방주’는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재미난 ‘문화체험 놀이터’로 꾸며져 종교나 특정 커뮤니티를 넘어 10세 미만의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긴 여름방학 동안 꼭 가 볼만한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성경으로 읽어왔던 내용을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 기독교인들에게는 자녀에게 성경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줄 수 있는 기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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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나무 악기로 리듬과 박자를 맞추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의 한 장면.

1시간30분 정도 관람… 내달 16일까지 예약 꽉 차


■예약 문의 및 방문 팁

현재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목요일은 8월16일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만약 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했을 경우 1장 밖에 못 샀다면 따로 1~2장 정도는 당일 엑스트라 표를 구입할 수는 있다. 9월까지는 당일 표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방문객들은 대개 1시간에서 약 1시간30분 정도 관람하게 된다. 아침 일찍 나왔다면 ‘노아의 방주’를 본 뒤 바로 게티 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노아의 방주’ 전시와 관련해 5~8세를 위한 아트 프로그램 ‘리사이클 아트 메이킹’이 오는 23일부터 8월3일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머 캠프로 열린다. 비용은 기간 동안 250달러, 도구 비용으로 35달러. 문의 (310)665-6950
‘노아의 방주’ 입장권을 구매하면 유대계 아메리칸 문화 전시관, 현재 전시중인 ‘루스 와이즈버그’ 그림 전시회 등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인터넷 티켓 문의: skirball.tix.com 또는 www.skirball.org
▲개관시간: 화~금 낮 12시~오후 5시까지, 토·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료: 10달러, 노인 및 학생 7달러, 2~12세 5달러. 문화센터 멤버 및 2세 이하는 무료.
▲주소: 2701 N. Sepulveda Bl. LA
▲문의: (310)440-4500, (800) 595-4849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10번 웨스트를 타고 가다가 405번 노스로 갈아탄다. 게티 센터 드라이브를 지나면 바로 스커볼 문화센터 드라이브를 만난다. 스커볼 문화센터 드라이브에서 우회전, 세풀베다(Sepulveda Bl.) 길에서 우회전 하면 센터 입구를 만난다. 주차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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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방주와 미니 동물 모형. 아이들이 직접 조립하고 놀이를 해본다.

8,000스퀘어피트 방주
성경역사가 펼쳐진다

500만달러 들여 폭풍·방주·무지개 등 3색 테마
동물모형 186종, 코끼리·얼룩말 등 실제크기로

지난 1996년 웨스트 LA 지역에 문을 연 스커볼 문화센터는 게티 센터 바로 옆에 자리한다. LA지역 유대인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문화센터이지만 종교나 인종과 상관없이 열린 문화 공간으로 자리한 곳이다. 유대계 문화유산을 알리며 미국 속 이민자로 살아가는 유대인 커뮤니티를 알리는 문화 공간으로 매년 50만명이 다녀가며 LA 인근 학생들이 필드트립(야외 견학 학습)의 기회로 자주 방문한다. 한인들에게는 다소 방문의 기회가 적었던 곳이기도 하지만 ‘노아의 방주’ 전시관을 계기로 센터측은 한인은 물론 인종과 민족을 넘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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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스퀘어피트 규모의 ‘노아의 방주’ 전시관은 영구 전시관으로 앞으로 스커볼 문화 센터를 대표할 예정이다. 사실 스커볼 문화센터는 규모 면에서 아담한 편으로, ‘노아의 방주’ 역시 예상보다는 작다 싶었지만 내용면에서는 매우 알찬 공간이었다.
‘뮤지엄’하면 아이들에게는 다소 딱딱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노아의 방주’는 ‘아트’(art)란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뮤지엄이 얼마나 열정이 넘치는 곳인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한다. 전시작품이나 아이들의 사진도 자유롭게 찍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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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방주’ 전경(왼쪽). 방주 모형 앞에 있는 ‘폭풍’ 체험 벽. 비와 천둥번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인근 패사디나의 키즈스페이스 뮤지엄이나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보다는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아이들은 놀이터처럼 방주 안에서 신나게 뛰어 놀며 모든 동물이나 모형 과일과 음식, 전시 작품을 만져보고 40일 밤낮을 지냈을 ‘노아의 방주’ 생활을 몸소 체험해 본다.
‘어린이 뮤지엄’으로 탈바꿈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진 ‘노아의 방주’에서는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더 재미나다.
최근 예약이 몰려 일주일이나 3~4일 전에는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는데,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이 가장 많고, 커플이나 틴에이저 자녀를 둔 가족도 눈에 띄었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면 센터의 직원이 “이번 전시는 영화 ‘에반 올마이티’(Evan Almighty)와는 관계가 전혀 없다”고 코믹하게 말하며 ‘노아의 방주’전시관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해 준다. 전시관은 ‘폭풍’(Storm), ‘방주’(Ark), ‘무지개’ (Rainbow) 등 3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는데, 입구 쪽에는 실제 사이즈로 만든 코끼리와 사슴, 얼룩말 전시작품이 놓여져 있다. 대나무 찜통, 자전거, 북, 크로켓 볼 등 리사이클 재료로 만들어진 것으로 아이들이 직접 북도 쳐보고 만져보면서 신기해 한다.
계단을 내려가면 대형 방주 입구와 각종 동물 모형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방주 입구 앞 ‘폭풍’이 테마인 곳에서는 바람도 만들어보고, 천둥번개를 일으켜보고, 비도 내리게 하는는 등 홍수가 일어나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특히 방주에 들어가는 동물들을 짝지어 방주 배에 올려 보내는 코너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곳에서는 시간에 따라 비와 폭풍우, 레인보우까지의 과정을 스토리타임으로 들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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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테마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레인보우와 동물을 그릴 수 있다.

6년간 500만달러를 들여서 만든 대형 방주 안에 들어서면 펭귄, 뱀, 거북이, 기린, 사슴 등 186여종의 동물 모형이 만들어져 있거나 모형 퍼펫이 있는데, 다양하게 만져보고 체험해 볼 수 있다. 기린의 머리를 움직여도 보고,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하마나 악어 입도 움직여보고, 입 속에 자그마한 플래스틱 공을 넣어보면 ‘또르르’ 굴러 내려온다. 계란 바구니를 들고 그물타기로 2층 천장에 올라가 밑에 있는 사람에게 내려 보내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감독하는 직원이 “방주생활에서 똥은 냄새 많이 났겠지? 그러면 얼른 치워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동물 똥 모형 장난감을 바닥에 얼른 뿌려준다. ‘똥’이라면 무조건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이 빗자루와 부삽으로 열심히 신나게 쓸어 담는다. 또 직원들이 퍼펫양 모양이나 원숭이를 들고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인사도 해준다.
소꿉장난을 할 수 있게 음식 모형을 가지고 요리를 흉내내 보는 공간도 있다. 이글이글 타는 불 모형 위에 달린 철통 양동이에 음식을 가득 넣고 국을 끓인다고 난리다. 핑크색 뱀 모형을 통해서는 그물을 타고 2층에 올라간 아이와 엄마가 서로 전화기 흉내도 내본다. 미니 사이즈의 암벽타기, 그물 흔들의자, 움직이는 거북이 등 아이들이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즐겁게 뛰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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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안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사자와 양 모형. 밖에 무지개가 보인다.

또한 방주 안에서는 나무로 만든 또 다른 미니 방주 모형과 미니 동물 모형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 수 있다.
방주 전시관을 지나면 ‘레인보우’가 테마인 홍수 후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천장에는 홍수 후 하나님이 인간을 용서했다는 표식인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매달려 있으며 아이들이 무지개나 동물 그림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게 했다.
전시관을 나가면 바로 350석 규모 야외극장을 만나는데, 이곳에서는 각종 사운드와 북 놀이를 할 수 있는 체험 퍼포먼스가 열린다. 마침 방문한 날은 너무 더워 실내 방주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었다. 온갖 북과 나무 악기로 엄마, 아빠와 아이 모두 함께 리듬과 박자를 연주해 보는 코너다.
야외극장을 지나 만나는 미니 정원에서는 레인보우를 직접 볼 수 있게 꾸몄다.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까만 철제 판에 물을 분사해 미니 레인보우를 볼 수 있게 한 것. 스프링클러가 켜져 있지 않을 때는 놓치기 쉽다. 아이들이 나무다리를 건너 무지개를 보면서 사진도 찍고 물도 맞으면서 신나하는 코너 중 하나다.

노아의 방주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로 모든 사람들이 타락한 생활에 빠져 있어 하나님이 홍수로 심판하려 할 때 홀로 바르게 살던 노아는 하나님의 특별한 계시로 홍수가 올 것을 미리 알게 된다.
그는 120년에 걸쳐 방주(길이 90.9m, 너비 15.15m, 높이 9.09m, 상·중·하 3층으로 된 배)를 만들어 8명의 가족과, 한 쌍씩의 온갖 동물을 데리고 이 방주에 탄다. 대홍수를 만나 모든 생물이 전멸하지만, 이 방주에 탔던 노아의 가족과 동물들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노아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휴식’이라는 뜻인데, 노아는 신앙의 모범, 방주는 신자의 단체인 교회, 대홍수는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하며, 원시교회 이래 그리스도교 예술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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