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휴양지 부동산

2007-07-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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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바다가 그립다. 바다와의 인연이 깊었던 필자의 경우는 더 그렇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항구도시에서 지낸 셈이다. 해군시절의 군항 진해로부터 시작하여 뉴욕 하와이 홍콩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LA가 모두 바다를 낀 항구도시다. ‘킬리만자로의 눈’으로 유명한 아프리카 케냐의 몸바사 항구는 유럽인들이 찾는 전형적인 해변 휴양지다. 저녁 바람을 타고 석양을 받으며 미끄러지는 요트에 몸을 실은 바닷가 연인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싱가포르 외항도 상큼하고 말쑥한 멋을 뿜어낸다. 숲에 뒤덮인 스리랑카 실론항에 들어서면 북치는 소년이 관광객을 반겼다.
홍콩의 북쪽 끝 몽콕(Mongkok)이 주는 아담한 어촌의 정취도 좋았고 해풍을 맞으며 뛰던 조깅 코스도 상쾌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동쪽 끝 몬텍 항만에 서면 탁 트인 바다가 가슴에 들어선다. 하와이 마우이 섬, 카팔루아 공항에 내려 경비행장 구릉 위에서 바라보는 회갈색 산호섬은 시원한 아이스크림처럼 눈에 녹는다.
아놀드 파머가 설계한 골퍼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카팔루아 골프클럽과 하와이 오픈이 열리는 카나팔리 코스의 조망이 훌륭하다. 심신의 피로가 풀리고 마음의 창이 절로 열린다.
골프장 전망을 낀 고급풍 골프 빌리지 타운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호황을 누리던 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대표적 휴양지에 있는 주택시장의 상승세는 부동산 거품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하락 반전한 반면 캐나다에서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가 최근 휴양지 부동산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또한 필리핀의 휴양지 부동산에 한국인의 매입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해수욕장이나 국립공원 같은 관광지 주변의 휴양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다 개발에 따른 가격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일출봉에서 바라보면 산 아래 파도가 넘실대며 춤을 추고 남해안 통영 앞 소매물도의 등대 뒷산에 오르면 역시 감추어진 천년의 비경이 들어온다. 발가벗은 채 뛰어도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원시의 바닷가, 천연의 모래사장에 뒹굴고 싶은 충동이 이는 그 곳이다. 해군 시절, 독도의 끝자락에서 시작하여 백령도까지 떠다니면서 보았던 바다의 경치 중 남해안 한려수도 줄기인 한산도와 보길도 앞바다가 단연 압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잊지 못하는 것은 바닷가에 남겨진 젊은 날의 추억이다. 해변에서 친구들과 함께 했던 한낮의 파도타기와 선탠이 즐거웠고 수구 게임과 튜브 뒤집기가 흥을 더했다. 저녁나절 민박집 앞마당 멍석위에서 선남선녀들을 초청하여 펼치는 싱싱한 오징어 회와 불타는 삼겹살 파티에 깊어 갔던 여름밤이 눈앞에 삼삼하다. 술에 취해 불렀던 통기타의 가락에 청춘의 열기는 더해 갔고 바닷가 모래사장에 지핀 모닥불은 추억의 앨범에 그대로 남아 있다.
샌타모니카 비치에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면 흩날리는 안개 따라 잊혀졌던 그 시절 풍경들이 흘러간 일기장에 되살아난다. 지나간 과거는 다시 오지 않으나 그때 새겨진 바닷가의 추억은 녹슨 영사기에 남아 털털거리며 주마등처럼 살아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서대문 살던 향미였던가. 동해안 바닷가에서 만나 ‘조개껍질 묶어’ 긴 밤을 새우며 이야기 나누던, 이제는 이름조차 잊혀진 단발머리 소녀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LA 밤하늘에 별빛이 내리는 것을 보니 경포대 앞바다에도 함께 비추겠구나, 손때 묻은 졸업사진을 들여다보며 나지막이 불러본다. 그 시절의 노래 김민기의 ‘친구’를…. “눈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바퀴가 대답하려나~.”
(213)590-5001
luxtrader@naver.com
김준하
<아르누보씨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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