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타주 나바호 원주민을 찾아서 <1>

2007-07-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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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사랑의 교회
인디언 미션팀

다양한 사막 돌산, 높이는 모두 같아

남가주의 많은 한인교회들이 여름이 되면 단기선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아메리칸 인디언 보호구역을 방문한다. 같은 미국이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원주민들. 최근 유타주 더글러스 메사 지역 나바호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단기선교를 다녀온 남가주 사랑의교회 인디언 미션팀의 여행을 안진이 객원기자가 정리했다.


시뻘건 흙길에 문없는 뒷간
예배당 행사는 흙먼지 잔치
말할 때면 입안에 모래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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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두시간을 연착해서 거의 12시간30분만에 애리조나주 플랙스탭역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 먼저 떠난 버스 2대와 6대의 SUV 차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 일행은 각각 차에 나누어 타고 인디언 바이블 칼리지로 향했다.
그러나 유타주 나바호 원주민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여기서부터 또 3시간 이상을 버스로 달려야 한다. 버스를 타고 달리는 길은 그야말로 광활한 사막지대. 길 양 옆으로 보이는 특이한 모습들의 돌산들이 아니었다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여행길이었을 것이다. 표지판 하나도 보이지 않는 외길, 그러나 어디쯤 가니 이곳에도 사람 사는 동네가 나온다.
유타주로 들어서면서부터 주변경관이 사뭇 달라지기 시작한다. 끝없이 계속되던 사막에 이상하게 생긴 모양의 돌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언제부터 이런 것이 생겨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야말로 노아의 홍수 이래 하나님께서 만드신 최대의 걸작품이라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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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형은 언뜻 보기에 오래 전에 이곳이 깊은 바다 또는 큰 호수 밑바닥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모든 돌산들은 지층이 뚜렷이 나타나 있는데 눈으로 보기에 어떤 것은 위에 있고 어떤 것은 아래쪽으로 지층이 형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평평한 지면을 기준으로 재어보았을 때 모두 같은 높이라고 한다. 노아의 홍수 이후 바람으로 물을 말리셨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바위들을 들여다보면 바람에 휩쓸린 흔적들이 있다. 또한 이 돌산들의 모양이 모두 다를 뿐 아니라 각각 특이한 모양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잠자는 용의 모양도 있고 멕시칸 모자의 형상도 있고 인디언 추장의 모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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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전형적인 사막기후로 캘리포니아보다 더 고온건조하다. 연일 90-100도 정도의 뜨거운 태양빛, 바람이 불 때면 흙먼지가 같이 날려 마치 황사현상을 보는 것 같다. 이곳에 원주민들이 가뭄에 콩 나듯 띄엄띄엄 살고 있다. 집이 있는 곳에는 특별히 차들이 많이 파킹되어 있어서, 히스패닉처럼 대가족으로 사는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모두 고장 난 차량들이다. 버릴 줄을 모르는지, 아니면 굳이 버릴 필요를 못 느끼는지, 암튼 그들은 그냥 폐차들을 모셔둔 채 살고 있다. 어떤 집은 차 두대를 납작하게 눌러서 무슨 장식처럼 집 앞에 포개놓기도 하고 어떤 집은 위 사진처럼 빈 캔들을 모아 담아두기도 한다.
마을이 형성된 곳에는 집 안에도 화장실은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집에서 200여 미터떨어진 곳에 가리는 문도 없이 뒤를 향해 ‘뒷간’의 형태로 서 있다. 하긴 옆집이 바로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볼 사람도 없으니 문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일행은 텐트 친 곳과 예배당 쪽에 3개씩 모두 6칸의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고 그곳을 사용했다. 날이 더워서 안이 몹시 뜨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뜨겁지도 않았고 냄새도 그리 심하지 않다. 더구나 다행인 것은 일주일 동안 104명이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군데도 넘친(?) 곳은 없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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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온통 시뻘건 흙길이다 보니 말을 하다보면 입안에 모래가 씹히고 얼굴을 만져보면 피부가 서걱서걱하다. 차라도 한 대 지나갈라치면 완전히 흙먼지를 뒤집어 써야 한다. 금방 갈아 신은 양말도 순식간에 뻘겋게 변한다. 예배당에서 아이들이 저녁 여름성경학교(VBS)를 했는데 그야말로 흙먼지 잔치다. 그 먼지를 내보내기 위해 문을 열 수도 없는 노릇. 할 수 없이 밤이슬 대신 총총히 내려오는 먼지이슬을 맞으며 잠을 청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들리고 너무 건조한 나머지 코피가 터지는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가 머문 예배당은 아직 전기도 없고 물도 없다. 그래도 마을이 형성된 곳에는 전기와 물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화나 우편 시스템 등은 없어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직접 가는 것뿐이다. 보호구역을 벗어난 멕시칸 햇(Mexican Hat) 지역으로 오면 공중전화와 우편함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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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을 위해 탐 화이트 인디언 목사님과 그 곳 교회 스태프들이 밤마다 물을 받아다 공급해 주셔서 이 닦고 세수는 할 수 있었지만 샤워까지 하기에는(장소도 없고) 충분한 양이 아니다. 할 수 없이 그룹별로 모아서 코인 넣고 하는 공공 샤워장을 찾아간다. 한 주 동안 두 번 샤워했으면 많이 한 것이다.
원주민 학생들을 픽업하는 길에 흙무덤 같은 것이 눈에 띄어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
흙으로 만든 집 같기도 하고… 안을 들여다보니 벽은 모두 나무로 되어 있고 천장에 구멍이 있으며 망원경 같은 것이 매달려 있다. 뭐하는 곳일까? 근처 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원한테 물어보니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집(hogan)이라고 한다. 나중에 보니 다른 지역에도 이런 것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다른 지역으로 학생들을 픽업하러 갔던 한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곳의 ‘메디신 맨’(Medicine Man-원주민들의 우상숭배의 하나로 점쟁이들을 일컫는 말 같다. 이들은 몸이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medicine man을 찾아가서 해결책을 얻는다고 한다)이 Hogan을 손님들을 맞는 장소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들은 꽤 부유층에 속하는 듯하다.

<글·사진 안진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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