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별빛아래 영화관람

2007-07-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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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주요 야외극장 올 여름 스케줄 가이드

극장 뛰쳐나온 스크린
해가 지면 영화는 뜬다

여름밤 야외 시네마는 일반극장이나 예전에 유행했던 드라이브-인 극장과 또 다른 독특한 낭만과 매력을 가진 이벤트다. 넓은 공간이라는 자체가 왠지 가슴 트이는 해방감을 주고,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하면서 영화를 감상한다는 점이 지극히 로맨틱한 유쾌함을 동반한다. 담요 위에 비스듬히 눕거나 비치 의자에 기대 앉아 대형 스크린에 열중하다가 조금 지루해지면 별을 셀 수도 있고, 일행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눠도 주변 사람들에게 큰 방해를 줄 염려가 없다. 그래서 ‘별빛 아래 영화관람’(Movies Under the Stars) 행사에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나 데이트 커플이 유난히 많은 편이다. 대부분 해질 무렵부터 개장하여 피크닉을 허용하며, 영화 상영 직전까지 음악을 틀어놓거나 아이들을 위한 놀거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가벼운 음료와 간식을 판매하는 곳도 다수 있다. 영화 상영은 적당히 어두워지는 8시 이후. 불과 5~6년 전만 해도 흑백 영화와 느와르 필름 등의 클래식 위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는데, 초대형 자막이 보편화되고 커뮤니티 별로 소규모 야외극장 설치가 유행된 이후, 요즘은 가족 위주의 오락영화와 널리 알려진 70~80년대 영화들을 상영하는 추세다. 장소는 호수가, 해변, 공원, 샤핑몰 주차장, 그리고 공동묘지까지 다양한 곳에서 열리며, 입장료가 일반 극장보다 저렴하거나 무료여서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 기나긴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별빛 아래서 시네마 천국을 누려보는 것도 재미있고 인상 깊은 일. 남가주 주요 야외극장의 올여름 스케줄을 알아본다. 소개하지 않는 소규모 프로그램은 지역 신문이나 커뮤니티 전단지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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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동네 공원, 호숫가 등지에서 열리는 ‘무비스 언더 더 스타스’(Movies Under the Stars)는 여름밤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코스로 적당하다.

한여름밤의 ‘영화 바캉스’… 가족나들이 많아

할리웃 공동묘지 야외극장
(Cinespia Cemetery Screenings Season 2007)

루돌프 발렌티노,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타이론 파워, 존 휴스턴 등의 유명 영화인들이 잠들어 있는 공동묘지 할리웃 포에버 메모리얼 팍(Hollywood Forever Memorial Park)에서 열리는 남가주만의 독특한 여름 행사다.
아마추어 시네마 클럽에서 6년 전 묘지 잔디밭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고 빈티지 스타일 영화를 상영하면서 시작된 전통이 이제는 소형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이벤트로 변해서 관객이 2,000명 이상 모이기도 한다.
토요일 밤 9시부터 영화가 상영되는데, 해질 무렵인 7시30분부터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유명 DJ가 등장하여 멋진 음악을 선사하기 때문에 피크닉과 알콜 음료를 곁들여 야외파티를 누릴 수 있다.
친구들끼리 모이거나 데이트 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흑백영화부터 80년대 이전 작품을 주로 상영해서 중장년층도 모이고 청소년을 동반한 가족들도 자주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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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 스타들이 잠들어있는 공동묘지에서 한여름밤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할리웃 포에버 세메터리’. 연례 여름 이벤트가 된 행사로서 클래식한 고전영화를 많이 볼 수 있다.

▲7월14일에는 1975년 오스카 5개 부문 수상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를 관람할 수 있다. 켄 케이시 원작의 탄탄한 작품을 마일로 포먼이 감독하여 잭 닉콜슨이란 대스타를 만든 작품이다. 잔디밭에 누워 보면 70년대를 지나온 성인들은 한두 가지 옛 생각을 떠올리게 되고, 청소년들에게는 2000년대에 느끼기 어려운 정서를 느껴보는 경험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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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 공동묘지 야외극장에서 7월21일 상영될 ‘서스피리아’의 1977년 포스터. 공포영화 팬들이 기대하는 프로그램이다.


▲21일에는 한여름 공동묘지에서 공포 영화의 오싹함을 최대한 느껴볼 수 있는 기회. 대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1977년 이탈리안 공포영화 ‘서스피리아’(Suspiria)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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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 공동묘지 야외극장에서 7월28일 상영될 뮤지컬 ‘레드 슈즈’의 한 장면. 개봉 당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무수한 영화인, 무용인, 그리고 음악인들에게 영향을 미친 클래식이다.

▲28일 상영작품은 50년대 할리웃 뮤지컬 시대를 열었다고까지 평가받는 ‘레드 슈즈’(The Red Shoes). 1948년 마이클 파월이 감독한 이 작품은 개봉 당시 흥행에도 실패하고 평론가들에게도 혹평 받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영화인, 무용인, 음악인, 그리고 관객들에게 인정받게 된 독특한 경우다. 감독 마틴 스코르세지가 ‘레이징 불’ 촬영시 권투 신을 구상할 때 이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 작품이기도 하다.
할리웃 포에버 메모리얼 팍의 약도 및 야외극장 스케줄은 www.cinespia.org에서 볼 수 있다.

초대형 자막 보편화… 주차장·공동묘지까지 활용

벨플라워시 별빛 아래 영화관
(City of Bellflower Movies Under the Stars)

4년째를 맞는 지역 행사로서, 타운센터 플라자에서 9월7일까지 매주 금요일 밤 가족 위주의 패밀리 영화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소규모로 시작되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벨플라워 지역 행사로 성장하여, 이제는 주변 상가들도 동참하며, 간단한 음료, 식사, 그리고 상품을 판매하는 노점상도 마련되어 작은 축제 분위기로 진행된다.
해질 무렵 자리 잡고 피크닉을 하다 보면 어두워지는 시각에 맞추어 8시 15분에 영화를 시작한다. 조금 서늘한 날은 잔디밭에서 한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비치 의자나 담요를 넉넉히 가져가는 것이 좋다. 애완동물과 알콜 음료는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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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든 연령대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영화 ‘스파이더 맨 2’가 벨플라워 ‘무비스 언더 더 스타스’ (Movies Under the Stars)에서 상영될 예정.

올해 프로그램은 7월20일 ‘해피 피트’, 27일 ‘애스트로너트 파머’, 8월3일 ‘스파이더맨 2’, 10일 ‘앤트 불리’, 17일 ‘네버엔딩 스토리’, 24일 ‘슈렉 2’, 31일 ‘후트’, 9월7일 ‘오버 더 헤지’ 등 아이들과 즐길만한 만화 영화 및 청소년 영화를 다수 상영할 예정.
문의 (562)804-1424 x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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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잭 니콜슨을 수퍼스타로 부각시킨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오리지널 포스터. 할리웃 공동묘지 야외극장에서 볼 수 있다.

버뱅크 아웃도어 픽처 쇼(Outdoor Picture Show)

버뱅크 타운센터 주최로 IKEA 코트야드에서 축제로 열리는 행사.
8월10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액티비티와 놀이가 진행되며 8시에 무료 영화 상영이 시작된다.
쇼 스케줄은 7월18일 ‘킥킹 앤드 스크리밍’, 25일 ‘해피 피트’, 8월1일 ‘더 데블 웨어즈 프라다’, 8일 ‘나이트 엣 더 뮤지엄’, 15일 ‘수퍼맨 리턴즈’
문의 (818)566-8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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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극장의 묘미는 가족 친지와 나들이 겸 가벼운 마음으로 피크닉을 곁들여 영화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세리토스 월요일 밤 야외극장(Monday Night at the Movies)

세리토스시에서 여름마다 실시하는 가족 엔터테인먼트 쇼케이스의 일환으로 헤리티지 팍 잔디밭에서 월요일 저녁 8시15분마다 가족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7시30분부터 개장되므로 음식을 준비해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고, 간단한 음료 및 간식 판매대가 마련된다. 단, 의자가 금지되어 있어서 따뜻한 차림에 반드시 담요를 가져갈 것.
프로그램은 7월16일 ‘샬롯즈 웹’, 23일 ‘하이스쿨 뮤지컬’, 30일 ‘오버 더 헤지’, 그리고 마지막 날인 8월6일 ‘아이스 에이지 2’가 상영된다.
입장은 무료이며, 문의는 리베카 퍼먼 (562)916-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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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커뮤니티별로 동네 공원, 호숫가 등지에서 영화상영을 한다.

샌타모니카 피어 야외극장(Santa Monica Pier Drive-In)

제목은 드라이브-인이지만 자동차보다는 도보로 피어를 방문한 관객들이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앉아 영화 감상을 하는 곳. 8월 초부터 9주 동안 화요일 밤마다 진행하는데, 2007년 쇼 스케줄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로, 7월말쯤 웹사이트나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프로그램은 주로 가족 영화, 뮤지컬, 유명한 클래식 등을 선정하여 보여준다.
회전목마 서쪽 주차장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고 7시부터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며, 영화 상영은 8시. 바닷바람이 차기 때문에 반드시 따뜻한 옷과 담요를 많이 가지고 가야 한다.
문의 (310)319-6263
www.santamonicapier.org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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